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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자회견, ‘가짜’로 역공 펴고 ‘진짜’로 방어하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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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짜다.”

CNN 짐 코스타 기자가 12일(한국시간) 당선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요구한 끝에 받아든 한마디.

코스타 기자가 트럼프에게 “당신이 우리 CNN을 공격했으니 내 질문을 받아달라”고 고함을 치는 것으로 트럼프 기자회견의 설전이 시작된다. 트럼프는 “안돼, 당신은”이라고 일축하지만 코스타도 타월을 던지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뉴스를 공격하고 있다”고 공세를 취하자 트럼프는 “당신네 뉴스는 형편없다”고 되받아친다.

코스타가 물러서지 않자 트럼프가 “무례하게 굴지 말라”며 일갈한다. 그리고 던진 마지막 한마디. “당신 질문만을 결코 안받는다. 당신은 가짜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빅이슈로 떠오른 ‘가짜뉴스(fake news)’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첫 기자회견부터 ‘가짜뉴스’란 말을 쓰며 자신에게 덧씌워진 추문 논란을 비껴갔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한 외설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보고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가짜뉴스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나의 반대자들이, 역겨운 사람들이 가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일갈한 뒤 집요하게 질문을 신청하는 CNN 코스타 기자를 향해 "당신도 가짜다"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트럼프의 러시아에서의 성관계 추문은 이날 트럼프 기자회견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성관계 동영상을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확보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확인 정보 문건을 전격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버즈피드는 전직 영국 비밀정보국(MI6) 요원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3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3년 모스크바 리츠칼튼호텔 객실에서 매춘부들과 음란한 파티를 벌였고, 이 장면이 러시아 FSB가 설치한 비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미국인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전체 문건을 공개한다"며 "다만 이 문건은 '미확인'상태로 기업 이름을 잘못 쓰는 등 명백한 오류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매체의 보도에 앞서 CNN은 트럼프 추문이 정식으로 보고됐고 정보 당국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해 트럼프 진영을 당혹케 했다. CNN은 "미국 정보 당국이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회 지도부에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보고할 당시 추가로 '러시아가 트럼프의 망신스러운 정보들을 가지고 있다'는 루머도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브리핑 자료는 전직 MI6 요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까지 종합해 요약한 2페이지짜리 문건이며 이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정보의 신빙성에 대해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버즈피드 보도는) 가짜뉴스"라면서 "전형적인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켈리앤 콘웨이 트럼프 대변인도 "버즈피드가 밝힌 취재원은 모두 익명이며 출처조차 없다"며 "아무 것도 검증된 게 없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 기자회견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정보 당국은 의혹의 실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취재원의 신뢰성을 인정해 지난주 브리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앞서 버즈피드는 ‘가짜뉴스’가 실제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조사결과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 매체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된 가짜뉴스를 조사한 결과, 1위는 트럼프를 옹호하는 내용이었고, 2~5위 역시 트럼프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반대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가짜기사’로 수혜를 입은 것으로 공격받는 트럼프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까지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세에 대해 ‘가짜뉴스’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트럼프의 취임도 하기 전부터 가시밭길에 내몰린 상황이다.

가짜뉴스 공박 속에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진짜뉴스’로 인정한 게 하나는 있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을 해킹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완전히 해킹에 무방비상태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부채가 아닌 자산이며, 러시아와의 사업적 거래도 없고 돈을 빌린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동안 자신이 부정해왔던 러시아 대선 개입 사실을 쿨하게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추문이 확산되는 것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로도 보이는 대목이다. ‘가짜뉴스’로 역공하고 ‘진짜뉴스’로 방어하는 것으로 첫 기자회견을 정면돌파한 트럼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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