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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은 프렌치 잔혹사 끊을 수 있을까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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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희망봉 권창훈(23)의 프랑스 진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프랑스 스포츠전문매체 풋 메르카토는 13일(한국시간) “권창훈이 프랑스 리게앙(1부) 디종 FOC와 3년 6개월 계약에 원칙적으로 합의해 소속팀 수원삼성의 최종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삼성 구단은 권창훈의 유럽진출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이적료만 적정하다면 디종행을 허락할 방침이다.

프랑스 디종이 처음에 6개월 무상임대를 제안한 데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수원 구단은 100만 유로(12억 원)의 이적료 제시에 이어 다시 이보다 금액을 높게 책정한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스포츠Q 제공]

프랑스에서 개선문을 통과해 유럽 빅리그로 나아가려는 권창훈의 꿈은 수원성을 빠져나오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올림픽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던 전천후 미드필더 권창훈로선 프랑스 무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기 때문에 디종 입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프랑스 진출사를 짚어보면 크게 성공한 사례가 없기에 권창훈의 도전이 걱정부터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대표급 태극전사로만 살펴보면 프랑스에서는 좀처럼 한국산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다. K리그 출범 멤버인 ‘황금발’ 최순호가 1991년 은퇴 뒤 지도자 수업을 병행하면서 1992~1993년 리그2 로데스FC에서 뛴 게 한국선수로선 첫 프랑스 진출 사례였다.

1부 클럽 진출은 1994, 1998년 월드컵대표인 ‘날쌘돌이’ 서정원이 1호. 1992~1997년 LG에서 66경기 13골을 기록한 공격수 서정원은 1998년 1월 이적료 110만 달러에 RC 스트라스부르로 이적, 사실상 첫 관문을 열었다. 리옹과 데뷔전서 데뷔골을 기록하는 등 17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팀의 강등권 탈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듬 시즌 르 로이 감독이 부임하면서 ‘인종차별 논란’ 속에 벤치를 지키다가 스위스 임대 제의를 뿌리치고 수원을 통해 K리그로 복귀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자신의 프랑스 무대 경험을 들려주면 권창훈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지만 자꾸만 늘어나는 자원유출로 그의 프랑스행을 마냥 반길만한 상황이 되지 못한다.

1993년 K리그 MVP인 ‘팽이’ 이상윤은 1999년 1월 FC 로리앙에 입성했으나 5경기만 뛰고 빈손으로 그해 여름 친정팀 일화로 돌아왔다.

다음은 ‘반지의 제왕’ 안정환. 2000~2002년 이탈리아 세리에A 진출 1호 태극전사로 페루자에서 임대선수로 뛰며 20경기에서 5골을 기록한 안정환은 일본 J리그를 거쳐 2005년 7월 유럽무대에 재도전한다. FC 메스에 입성했지만 16경기에서 2골에 그쳤다. 팀도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자 이듬해 1월 독일 분데스리가 뒤스부르크로 이적해야 했다.

권창훈보다 먼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국가대표팀에서 중용됐던 남태희도 프랑스를 거쳤다. 현대고 중퇴 후 2007년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유학 프로젝트' 5기 멤버로 잉글랜드 레딩 FC 유소년팀을 거친 남태희. 2009년 1월 도버해협을 건넌 뒤 만 18세가 되는 7월 발랑시엔 FC과 1군 계약을 체결, 한국선수 최연소로 유럽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감독 교체로 출전 기회가 줄어들자 리그2의 RC 랑스 입단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자 카타르리그 레퀴야로 이적, 국가대표로 도약하는 발판을 다졌다.

권창훈이 눈여겨봐야 점은 사령탑의 이동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는 것이다. 정조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6년 생에 첫 K리그 MVP에 득점왕(20골), 베스트11까지 수상하며 3관왕으로 부활한 ‘패트리어트’ 정조국은 프랑스에서 도약하지 못했다. 2010년 13골 4도움으로 10년 만에 FC 서울에 K리그 우승컵을 안긴 뒤 자유계약으로 AJ 오세르로 이적했다. 첫 시즌 16경기에서 2골에 그쳐 스트라이커로서는 성가를 높이지 못했다. 그를 영입한 후안 페르난데스 감독이 떠나면서 출전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페르난데스가 부임한 AS 낭시로 임대 이적했다. 하지만 그 시즌에도 20경기 2골에 그쳤다. 팀을 1부에 잔류시킨 뒤 원대 복귀했지만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는 친정팀 FC서울로 유턴해야 했다.

이처럼 권창훈이 도전하는 프랑스 진출은 태극전사들에겐 잔혹사였다. 손흥민의 분데스리가나 박지성 이영표의 네덜란드리그, 설기현의 벨기에리그 등 다른 유럽 리그에서는 성공 사례가 적지 않아 빅리그로 옮겨가는 사다리가 됐지만 유독 프랑스리그만은 한국선수들에게는 성공시대를 열어주지 않았다.

프랑스행이 최종 결정되더라도 권창훈이 단단히 마음먹고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스물셋 권창훈에게 3년 반이란 계약기간은 긍정적으로 와닿지만 언제라도 부진할 경우 노동의 유연성이 활성화된 프랑스이다보니 임대이적을 보내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권창훈이 과연 태극전사의 '프렌치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수원의 최종 결정이 남았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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