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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제조비용, 빳빳한 신권의 '불편한 진실' 안다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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빳빳한 새 돈보다는 깨끗한 헌 돈으로. 정유년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새 돈 안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날로 ‘돈 만드는 돈’이 늘어나 지난해 화폐 제조비용이 1500억 원을 돌파했기 때문에 신권 수요가 급증하는 새해 첫 명절에 맞춰 새로운 세뱃돈 문화의 정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화폐의 일생과 생명주기를 살펴보면 한국은행의 캠페인은 퍽 의미가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펼치고 있는 '새 돈 안 쓰기 캠페인' 포스터. [사진=한국은행 페이스북 캡처]

화폐는 조폐공사에서 만들어진 뒤 한국은행을 거쳐 발행~유통~환수~폐기되는 사이클을 거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해서 지폐를 제조하는 데 책과 같은 종이가 아니라 특수한 면 소재, 즉 솜을 사용한다. 면 소재가 마련되면 그 위에 지폐를 찍어내는데 이를 전지화폐라고 한다. 그 다음 낱장으로 잘려지게 되면 비로소 지폐가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화폐도안, 위조방지요소와 같은 보완장치 등이 결정되면 조폐공사에서 인쇄하게 된다. 인쇄된 화폐는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친 뒤 한국은행으로 납품돼 금고에 보관된다. 이 준비단계가 마무리되면 화폐가 한국은행 창구를 떠나 금융기관에 공급되는 단계, 즉 화폐발행으로 넘어간다. 금융기관이 이 화폐를 거래고객에게 건네주면 재화와 용역을 구입하는 대가로 화폐가 널리 사용되는데 이를 화폐의 유통과정이라고 한다.

시중에서 돌고 도는 화폐는 유통과정 중 일부가 금융기관을 경유해 한국은행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되며 이를 화폐의 환수라고 한다. 이 때 한국은행은 되돌아온 화폐를 쓸 수 있는 화폐와 못쓰게 된 화폐로 구분해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돈은 한국은행 직속 용해공장으로 옮겨져 폐기된다. 이렇게 돈의 일생이 마감되는 단계가 화폐의 정리다.

화폐 제조비용이 2015년보다 4.4% 증가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지폐가 발행~환수에 걸리는, 즉 유통되는 기간은 1000원 권이 평균 3년4개월, 5000원 권은 평균 5년 5개월로 집계되고 있다. 예전보다 최근 신권의 생명주기가 다소 길어진 편이다.

반면 손상으로 폐기되는 화폐는 꾸준히 증가추세다. 2015년 손상 화폐는 3조3955억원으로 전년보다 13.8% 증가했다. 그중 지폐는 6억 장에 이른다. 폐기액도 2011년 1조7333억 원에서 2014년 2조9천832억 원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1원, 5원짜리 동전에 대해 2006년부터 일반 유통 물량을 제조 발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전 제조비용은 줄어들고 있지만 지폐, 즉 은행권의 화폐 제조비용은 966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새 돈을 바꾸기보다 깨끗한 돈으로 덕담을 준비하자는 화폐 문화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다른 나라도 화폐 제조비용 증가로 인해 발행을 줄여가는 추세다. 현금 사용을 줄이고 카드 결제를 장려하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의 현금 없는 국가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스웨덴의 경우 대중교통요금의 현금결제를 제한하고 약 70%의 시중은행이 전자적 결제수단만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화폐 발행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화폐 제조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데 순기능이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 헌 지폐를 깨끗이 사용해 ‘생명주기’를 끌어올리는 것 외에도 화폐 제조비용을 줄여나가기 위해 올해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받는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교통카드 등으로 충전받는 방식이다.

은행 창구에서 단골 고객 아니면 좀처럼 만지기 어려운 빳빳한 신권을 구하느라 애쓰기보다 깨끗한 헌 지폐를 골라 세뱃돈을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 그도 힘들다면 선불카드든 모바일 쿠폰이든 스마트한 세뱃돈을 준비해보는 것도 어른들이 자녀, 조카, 손주들과 쿨하게 소통하는 명절문화가 되지 않을까.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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