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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 아무리 험로라도, ‘어쩌다 서른’의 도전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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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부침주. FA 황재균이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며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결의다.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가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만료일인 지난 15일 제시한 좋은 조건과 안정적인 환경을 뿌리치고 외로운 도전의 길을 택한 황재균.

이번 스토브리그를 달군 FA시장의 몸값 폭등에 비춰볼 때 황재균이 국내에 잔류한다면 롯데나 kt 위즈로부터 최소 80억 이상의 FA 계약을 기대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황재균은 과감히 빅리그 도전을 택한 것이다.

FA 황재균의 도전은 KBO리그는 호령했던 롯데 출신 선배 이대호를 따르는 길이어서 그의 용단은 더욱 주목을 끈다.

모든 편안함과 익숙함을 벗어 던진 채 이제 무소의 뿔처럼 진군하려는 서른의 황재균이다. 1년 전 일본프로야구 무대에서 거포로 성가를 높인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의 특급제안을 뿌리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노크했던 것처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주저하다 안정을 택하기보다는 두 번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고행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그것부터 롯데가 처음으로 배출한 메이저리거 이대호를 닮았다.

이대호는 1년 전 시애틀 마리너스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1년 스플릿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서 좁은문을 뚫었다. KBO리그 타격 전관왕, 일본시리즈 MVP란 훈장들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념 하나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갔다. 스플릿계약자는 생존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떨치고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에서 희생된 면도 있었지만 시애틀 역사상 최초의 신인 대타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는 등 34세의 아름다운 도전은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대호에 비해 네임밸류에서도 처지는 황재균의 상황은 결코 낫지 않다. 한일 무대를 타격 하나로 정복했고 국제대회에서도 파워히터에 클러치 능력까지 높게 평가받았던 이대호에 비해 KBO리그에서만 꾸준함 하나로 버텨온 황재균으로서는 여러 험로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황재균은 무응찰이란 냉엄한 현실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황재균은 지난해 시즌이 끝나자마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플로리다에서 개인훈련을 하면서 현지 스카우트들을 상대로 쇼케이스까지 펼치며 자신의 경쟁력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신분을 보장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자 고민이 깊어졌다. 국내팬들로부터 빅리그 도전을 FA 협상에서 몸값 높이기 카드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눈총도 받았지만 황재균은 롯데와 마지막 면담에서 “어린 시절부터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재차 강조하며 FA 잔류 협상을 끝내 사양했다.

미국에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을 비롯해 몇몇 팀이 FA 황재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전망은 밝지 않다. 어느 팀이든 스플릿 계약이라도 제안해온다면 스프링캠프에서 기회를 꼭 살려 정면돌파하겠다는 황재균의 의지는 FA 잔류 거부로 확인됐다.

안주보다 험로를 택한 황재균의 용기이기에 ‘어쩌다 서른’의 도전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빅리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훈련은 물론 외야수비 트레이닝도 병행할 만큼 강렬한 의지 하나가 자산인 황재균으로서는 초심을 지켜내기 위해 자이언츠 선배의 도전 메시지를 새겨보면 어떨까.

일본에서 쌓은 명성을 어제 내린 눈처럼 잊고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에 고독한 싸움을 위해 도전에 나섰을 때 이대호가 던진 말이다. “언제이고 도전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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