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염경엽 단장 대임, '오색' 프런트야구 꽃필까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7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래 출발할 때만 해도 내 목표는 단장이었는데.”

염경엽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4년 전 영웅군단 지휘봉을 잡을 때 겸연쩍은 표정으로 던진 소감이다.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끈 뒤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로 시즌을 마감하는 현장에서 자진 사퇴했던 염경엽 전 감독이 마침내 단장 목표를 이뤘다. 17일 SK 와이번스 신임 단장으로 선임돼 앞으로 3년간 자신이 꿈꿔왔던 프런트야구를 펼치게 됐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내내 감독 내정설이 나돌았던 SK 와이번스행이니 염경엽 단장 선임 소식에 히어로즈 팬들로선 ‘결국’이라는 단어로 애증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선수 출신 고형욱 넥센 스카우트 팀장이 단장으로 승격된 뒤 하루 만에 시카고 컵스 초청 코치 준비를 위해 미국에 가 있던 염경엽 단장 선임이 이뤄진 시점은 묘하게 가다올 법도 하다.

염경엽 전 감독이 SK 단장으로 새출발하게 되면서 KBO리그는 10개 구단 중 절반이 경기인 출신 단장이 포진하는 프런트야구로 재편됐다.

지난 시즌 뒤 박종훈 전 LG 감독이 1군 사령탑 출신 최초로 단장에 선임돼 한화 이글스 행정을 맡은 게 신호탄이었다. LG 트윈스도 선수 출신 송구홍 운영총괄이 단장을 맡아 모기업 임명단장 시대가 마무리됐다. 이미 2015, 2016 시즌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끈 김태룡 단장이 건재하다. 선수 출신 단장으로 7년간 각종 대형트레이드로 SK 왕조시대를 열었던 민경삼 단장이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염경엽 단장이 인천에서 그 바통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염경엽 단장 선임으로 출범 36째의 한국 프로야구가 프런트야구와 감독야구의 분할시대를 맞게 된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경기인 출신만 5명, 그중 2명은 1군 감독을 지냈던 명장이어서 단장이 구단 운영을 지휘하고 책임지는 KBO리그의 프런트야구는 사실상 원년을 맞는 셈이다.

프로야구 역사가 10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 운영이 단장의 책임경영체제로 돌아가는 프런트야구가 이미 전통으로 뿌리내려 있지만 KBO리그는 그동안 사령탑의 전권에 기대는 감독야구가 대세를 이뤄왔다. 2008년 넥센 히어로즈가 창단할 때 박노준 교수가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단장에 올랐고 민경삼 SK 단장이 이듬해부터 2호로 구단 살림을 맡았을 정도로 KBO리그의 경기인 출신 프런트야구 역사는 일천하다.

프런트야구에서는 단장 책임 하에 선수영입과 육성전략을 세우고 즉시 전력감을 트레이드하는 등 독자 전략으로 시즌 운영계획을 짠다. 감독의 권한은 필드 내로 제한된다. 선수 영입과 코치진 선임에 대해서도 감독은 구단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뿐 결정권은 갖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스타 감독의 명망도에 성적을 기대하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왔던 터라 프런트야구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좁았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야구기업 히어로즈가 운영팀장을 거친 지도자 염경엽의 감독 실험과 철저한 프런트 중심의 구단 운영을 통해 4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강정호 박병호 메이저리그 수출 등의 성과를 내면서 프런트야구는 주목받기 시작했다. 넥센은 이번에도 장정석 운영팀장을 감독으로 선임한데 이어 고형욱 스카우트팀장을 단장으로 내부 승진시켜 기업형 구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운영-육성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했다.

동아대에서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뒤 프런트 직원으로 입사해 26년 동안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야구 토대를 닦았던 김태룡 단장의 숨은 기여도 인식을 바꿔놓는데 한몫했다. 성적 부진에다 김성근 감독의 투수혹사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한화 이글스도 1군 선수단 운영은 김성근 감독에게만 맡기고 나머지 구단 경영을 박종훈 단장에게 부여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난국 타개는 물론 구단 비전을 찾는데 주력하게 됐다.

넥센은 경기인 출신으로 프런트야구의 틀을 꾸준히 다져왔고 두산과 LG는 시스템야구에 익숙해져 있다. 단, KBO리그 2호 외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이 새롭게 협업의 역할구도를 정립해야 하는 SK나, 카리스마 강한 김성근 감독과 스타급 박종훈 단장이 확실히 역할 분담해야 하는 한화는 성적 회복을 위한 새로운 책임야구의 경쟁력을 보여줘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염경엽 단장 선임으로 경기인 출신 단장이 이끌어가게 될 한국식 프런트야구는 미국식 시스템야구와 견줘 어떤 경쟁력을 갖추게 될까. 새 시즌을 기다리는 야구팬들로서는 색깔이 다른 '오색' 프런트야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선수 또는 지도자 출신으로 프런트를 거치기도 했던 경험을 살려 현장과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야구가 정착된다면 야구인 출신 단장시대는 더욱 활짝 열리게 되지 않을까. 지난 시즌 뒤 파격인사로 저마다 준비되고 있는 경기인 출신 프런트야구의 실험은 이제 시작됐다.

박인서 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