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씨가 이모인 최순실씨를 '대빵'으로, 최순실씨의 수행비서 같았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미스터 팬더'로 부른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은 단어들은 장시호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금고에서 나온 검찰의 압수물에 적혀 있었다. 장시호씨가 각종 서류를 분류해 보관하면서 최순실씨와 김종 전 차관을 그렇게 표기했던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장시호 김종 세 사람에 대한 1차 공판을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이 재판에서 장시호씨의 금고에서 발견된 서류들을 토대로 세 사람 사이에 공모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검찰은 문제의 서류가 문체부의 내부 기밀문서로서 우리나라 5개 광역거점을 축으로 체육인재 육성 사업을 벌인다는 명목의 사업 계획을 담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류들은 K스포츠재단이 작성한 것으로, 그 서류들에 장시호씨의 메모가 가필돼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같은 기밀문건이 김종 전 차관에 의해 최순실씨와 장시호씨에게 각각 전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같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인해 김종 전 차관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의하면 문제의 서류들에는 '거점별 지원종목'들이 정리돼 있었다. 이를테면 강릉빙상장을 중심으로 빙상종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빙상인들조차도 강릉빙상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존속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 못했다. 결국 강릉빙상장이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그대로 시설을 유지하면서 활용된다는 것을 외부 민간인 중에서는 최순실 장시호씨만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서류에는 춘천빙상장 활용 계획도 정리돼 있는데, 그 곳을 동계올림픽 이후 스포츠영재센터가 관리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장시호씨가 국고를 투입해 지어진 동계올림픽 시설을 독자적으로 이용해 이권을 챙길 수 있도록 계획이 짜여져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검찰은 일부 서류에서 '미스터 팬더'라는 메모 글씨가 보이는데 이는 김종 전 차관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스포츠영재센터 직원들의 진술을 인용해 장시호씨가 평소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 김종 전 차관을 '미스터 팬더'라 불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해당 서류들이 김종 전 차관으로부터 장시호씨에게 전달됐거나, 아니면 거꾸로 장씨가 김종 전 차관에게 건네려 했던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적힌 메모를 근거로 내세우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내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 날 재판에서 삼성이 장시호씨의 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정황을 보여주는 이메일 내역들을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삼성이 스포츠영재센터가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차 5억 5000만원, 2차 10억 7800만원 등 총 16억 2800만원을 후원한 과정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은 1차 후원 당시 영재센터 측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금일 오전중 업체 등록을 해달라."고 정중히 요구했다. 검찰은 이 내용을 들어 영재센터가 등록조차 되지 않았을 정도로 부실한 상태에서 삼성으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김종 장시호 세 사람은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해 삼성으로부터 영재센터에 거액을 후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 세 사람은 또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GKL이 영재센터에 2억원을 후원하도록 압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