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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드 브렉시트, 별별 ‘시트’들이 살아난다면?

[업다운뷰] EU와 '깔끔한 이혼'으로 깊어지는 신고립주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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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게 왔다. 영국은 깔끔한 이혼을 원했다. ‘브렉시트(Brexit)’에 연착륙은 없었다. 영국이 끝내 유럽연합(EU)와 완전 이별하는 경착륙 방식의 ‘하드 브렉시트’ 방침을 발표했다. BBC 등 영국 언론을 포함한 외신들에 따르면 18일(한국시간) 일제히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웨스트 민스터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EU 탈퇴와 단일시장-관세동맹을 묶어 완전히 동시 결별하는 초강수의 ‘하드 브렉시트’ 로드맵을 발표하자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더 이상 미련이 없음을 천명하는 이별선언이다. 동시에 홀로서기에 대한 자신감 피력이기도 하다.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과 완전 이별하는 경착륙 방식의 '하드 브렉시트' 청사진을 발표했다. [사진=BBC 홈페이지 캡처]

무역협정이나 브렉시트의 동력이 된 이민 통제 문제 등에서 더 이상 대륙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독립선언으로 볼 수 있다.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 발은 영국에, 한 발은 대륙에 걸쳐두는 식의 영국은 없다는 것을 못박은 셈이다. "EU 탈퇴 이후 동등한 파트너십을 희망한다"는 메이 총리가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일정을 발표하면서 “준회원 자격이라는 식으로 반은 머물고 반은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 것도 이런 의지를 확인시켜준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투표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뒤에도 영국이 단일시장 접근과 이민 통제에서 일정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을 두고 어떤 식으로든 EU와 절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영국은 타협은 없다고 선언했다. 영국과 EU는 앞으로 2년 간 이혼 협상을 거쳐야 하는데 숙려기간을 거부한 채 2019년 봄에는 정식 이혼서에 서명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하드 브렉시트 선언으로 글로벌 경제에는 충격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위대한 미국’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터진 영국 하드 브렉시트 청사진 발표로 각국의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격화시키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영국 하드 브렉시트로 EU 도미노 탈퇴에 자극받는 나라들은 얼마나 될까. 브렉시트로 나라 이름에 ‘시트(EXIT)’를 붙인 신조어들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나라별로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EU와 이혼 선언을 할 수 있는 나라들은 많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탄핵소추 정국에서 국내 경제원로들이 우려를 제기했던 프랑스의 프렉시트(Frexit)가 이젠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우파가 집권할 경우 프랑스의 EU 탈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프랑스 극우정당 민족전선(FN) 마린 르펜 대표는 집권하면 프렉시트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유로존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도 탈퇴하겠다고도 했다. 투표로 국민의 뜻이 확인된다면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처럼 거침없이 EU와 결별할 수 있는 공산이 크다.

이미 르펜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이런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해 10월 여론조사에서는 프랑스 국민 47%가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에 찬성했다. “브뤼셀(EU) 관료들이 프랑스 국민에게 강요하는 굴종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표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르펜의 주장에 프랑스 국민 절반 가까이가 호응한 셈이다.

1957년 6개국으로 시작해 28개국으로 확장한 통합공동체 유럽연합. 그 통합 지향의 60년사에 급제동을 건 영국 하드 브렉시트의 홀로서기 모델을 선호해 EU 창설멤버인 프랑스마저 이별을 고한다면 다른 EU 국가들의 연쇄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프랑스가 EU와 유로존을 떠날 때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스, 키프로스도 함께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르펜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이후 우후죽순으로 신조어가 등장했다. EU 탈퇴 논의의 발화점은 그렉시트(Grexit)였다. 부채 위기로 그리스가 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유로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을 때 2012년 시티그룹에서 처음 언급했다. 그렉시트는 실패했지만 영국은 브렉시트로 유럽의 통합 회의론자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자유당이 주도하는 넥시트(Nexit), 오스트리아 자유당이 외치는 옥시트(Auxit), 스웨덴 민주당이 운동을 펼치는 스웩시트(Swexit), 핀란드에서 청원이 진행중인 픽시트(Fixit), 덴마크 국민이 EU 협약 재협상을 요구중인 덱시트(Dexit), 포르투갈 재정악화로 촉발된 포렉시트(Porexit), 이탈리아 북부연맹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탈렉시트(Italexit), 체코 탈퇴 국민투표론이 일고 있는 체식트(Czexit) 등이 언제든 여론이 뜨거워지면 국민투표를 통해 EU 이탈을 가시화할 수 있는 ‘잠재적인 별거군’이다.

특히 체코 총리는 “영국이 떠나면 우리도 수년 내에 탈퇴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고,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는 영국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선거 공약으로 '넥시트' 국민투표를 내세웠다.

영국 하드 브렉시트 발표로 국내 경제연구기관과 금융기관 등에서 세계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영국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체결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전망되기도 한다.

하지만 흐름은 분명 신보호주의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시트’ 바람이 불어닥친 경우에는 긍정만을 바라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일이 된다. 상상만으로도 혼란스러운 신고립주의의 대두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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