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한정석 판사가 이번엔 최순씨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입학 및 학사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최경희 전 총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서는 구속영장 청구에서 ‘2패’를 당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25일 오전 최경희 전 총장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친 뒤 특검팀이 업무방해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최 전 총장이 이대 입학시험이나 재학 중 학점과 관련해 정유라 씨에게 특혜를 주도록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교수 등에게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한정석 판사는 최경희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은 정유라 씨를 위해 움직인 이화여대 비리의 꼭짓점에 최경희 전 총장이 있다는 혐의를 두고 국회청문회 위증 혐의와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한정석 판사는 구속할 만큼 혐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덜 됐다는 점을 들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한정석 판사가 밝힌 기각사유는 입학 전형과 학사 관리에서 피의자 최 전 총장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관련해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유라 씨를 둘러싼 이대 비리와 관련해 특검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한정석 판사로부터 기각된 최경희 전 총장을 빼고 4명의 전 이대 보직자와 교수만의 구속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2월부터 영장전담 업무를 맡아온 한정석 판사는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대해 “혐의사실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한 반면 공짜 주식을 받아 120억이 넘는 차익을 챙긴 의혹을 받았던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영장을 발부했다.
한정석 판사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지난해 11월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구속수감시켰다. 최순실 씨 구속까지 ‘정주행’으로 이어지던 한정석 판사의 영장발부가 최경희 전 총장에서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박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