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주재 유재경 대사가 31일 박영수 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참고인 신분이지만 그에게 쏠린 눈길은 무척이나 뜨겁다. 최순실씨가 외국 주재 대사 선임에까지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특검팀에 의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의혹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최순실씨가 당사자를 직접 면접한 뒤 대통령에게 천거했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유재경 대사를 임명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최씨의 이권 개입 의도가 있었다는게 특검의 시각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30일 기자들에게 "최순실씨가 미얀마 원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챙긴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얀마에 대한 원조를 추진하는 과정에 개입해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챙긴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미얀마 사업은 'K타운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추진됐다. 민간 주도 사업으로 미얀마에 760억원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지어 무상으로 제공하고, 대신 그 곳에 한류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을 입주시킨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이 사업은 원조 사업으로 탈바꿈된 채 재추진됐다. 그러나 원조 사업 담당 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마저 해당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지녔던 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가 물러났고, 그 후임에 삼성 계열사 임원 출신인 유재경 대사가 임명됐다. 이 때 최순실씨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는게 특검의 시각이다. 유재경 대사는 공직과는 무관했던 인물로서 삼성전기 글로벌마케팅 실장으로 재직하던 중 미얀마 대사 발령을 받았다.

최순실씨는 현지의 한 기업체를 사업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그 업체의 지분을 차명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특검이 유재경 대사를 소환한 목적은 그같은 의혹들을 파헤치려는데 있다. 특검은 유재경 대사 소환 이후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소환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미얀마 사업과 관련해 최씨에게 새로 추가된 혐의는 알선수재다.

최순실씨는 앞서 특검의 소환통보를 받았지만, 불응했다. 특검의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먹혀들지 않은데 대한 불만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31일 오전 특검 사무실에 나온 유재경 대사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부인했다. 유재경 대사는 자신을 대사직에 추천한 이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유재경 대사는 최순실씨가 자신을 면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사면접이라는게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