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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반기문이 갖춰야 할 것
[업다운 논객마당] 반기문이 갖춰야 할 것
  • 업다운뉴스
  • 승인 2017.02.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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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에서 멈춘게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야기다. 반기문의 대선 불출마는 그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 또는 당선됐을 때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엄청난 기회비용을 아껴주었다. 그에 비하면 짧은 기간 동안 대권 도전을 향한 행보를 취함으로써 날려버린 매몰비용은 아무 것도 아니다.   

반기문은 대권 도전을 포기하는 순간 비로소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으로 되돌아왔다. 20일간의 대권 가도 행보 중 찰과상을 입긴 했지만 그의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의 귀환은 반가운 사건이다. ‘온전히 상처받지 않은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사진 = 뉴시스 제공]

반기문의 대선 불출마로 대한민국은 잃어버릴 뻔했던 소중한 국가적 자산을 되찾았다. 북한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정치적 혹은 지리적으로 우리와 밀접해 있는 주변국들이 저마다 한껏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지금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 고비를 맞고 있다. 러시아와 청, 일본이 한반도를 놓고 각축을 벌이던 구한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심각해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유엔 사무총장에게 대통령직보다 더 어울리는 일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차기 정권 하기 나름이겠지만, 적재적소의 원칙에서 보자면 반기문의 향후 역할은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대한민국을 위해 미국으로, 중국으로, 그리고 때론 북한으로 찾아다니며 지난 10년간 ‘세계 외교 대통령’으로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발휘하는 일이 그 것이다.

그가 대권 도전을 포기한 것과 함께 또 하나 다행인 점은 대권을 향해 움직이던 기간 중에도 특정 정파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반반’(半半)이란 비아냥을 듣긴 했지만, 그 점은 반기문의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온존케 해주는 구실을 했다. 의도했든 아니 했든 그 점은 특히 대북 관계 조율을 시도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정치권은 반기문을 진영 논리로부터 해방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파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반기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각에선 진보 진영이 집권할 경우 남북 화해의 공(功)이 보수 진영의 몫으로 평가받을 것을 시기해 반기문 카드 사용을 저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같은 정파주의, 패권주의가 작동하는지 여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반기문 스스로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 대통령으로서 누린 권세가 개인의 역량만으로 이뤄진게 아님을 겸허히 인정하는게 그 출발점이다.

보수와 진보 정권에 대한 호오를 떠나 냉정히 돌아보면, 반기문의 유엔 사무총장 등극은 정권 및 국가 차원의 복합적 노력을 발판 삼아 이뤄진 것이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줄기차게 추진한 균형외교, 그에 더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적 의지가 합쳐져 쟁취한 것이 한국인 몫의 유엔 사무총장 자리였다. 

한국인 총장 등극에 대한 노무현의 의지와 뚝심은 2004년 김선일씨 납치 피살 사건 당시 여지 없이 발휘됐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던 반기문에 대한 정치권의 경질 요구를 노무현이 앞장 서서 막아주지 않았던들 오늘날의 반기문은 존재할 수 없었다.

노무현은 밖에서는 균형외교로 러시아 중국의 비토를 막아주고, 안에서는 뚝심으로 정치권의 반기문 퇴임 요구를 물리쳐준 장본인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유엔 사무총장 10년에 대한 평가는 반기문이 감당할 몫이겠지만 총장 등극의 공은 노무현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뒤 정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다. 그로 인한 앙금은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 있는게 사실이다. 그건 전적으로 반기문 자신의 오만과 착각이 만들어낸 감정의 찌꺼기들이다.

반기문은 지난 달 12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장문의 귀국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메시지는 실망스러운 내용으로 일관했다. 메시지에서는 그의 뉴욕행을 지지했고, 이후에도 그를 자랑스럽게 여겨온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부심을 고려한 흔적이 엿보이지 않았다.

메시지는 시종 지난 10년의 업적에 대한 자기 자랑과 자신이야말로 준비된 대통령 후보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재임 중 약자의 인권보호와 양성평등, 기후 변화 대처, 질병 퇴치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전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며 경험을 축적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성원에 대한 감사의 표현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지지 국민들에게 공을 돌리려는 최소한의 의례적 인사치레조차 생략됐다.

자화자찬 외의 나머지 메시지는 대부분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난을 해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같은 귀국 당일 모습만 돌아보아도 반기문의 대권 도전 실패는 예고된 수순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대권 도전 포기 이후에도 반기문이 자신에 대한 성찰 없이 이런 인식을 이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사퇴 선언 당시 그의 입에서는 자신을 꽃가마에 태워주지 않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가감 없이 분출돼 나왔다. 유권자들이 왜 자신을 외면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드러나지 않았다. 자신은 순수했는데 기성 정치인들은 누구도 솔직하지 않았다는 남타령을 앞세웠을 뿐이었다.

그러기보다는 자신이야말로 한물 간 정치인들의 구시대적 정치공학의 산물인 빅텐트 담론에만 관심을 기울인 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되돌아보았어야 옳았다.

그가 남긴 메시지 중 다행이었던 부분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 헌신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반기문은 특히 남북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건 자신이 유일하다고 자랑해왔다.

그같은 말들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 한 허세 또는 공치사에 그치고 만다. 중요한 것은 실행 의지다. 그리고 실행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 보답하려는 그의 마음 가짐이다. 자신이 말하는 헌신이 일방적 헌신이 아니라 보답을 위한 헌신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시점에서 반기문에게 가장 아쉽고도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채무 의식부터 올바르게 갖는 일이다.

박해옥 업다운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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