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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혜 사건, 무시당한 진실을 무시하지 않은 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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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여생을 그렇게 영어의 몸으로 마칠 뻔했던 무기수가 희망을 끈을 끝내 붙잡았다. 이른바 김신혜 사건. 법원은 친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17년째 복역중인 김신혜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김신혜 사건이 법이 보장한 구제의 길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삶을 위해 진실 규명에 앞장서다가 자신이 파산에 몰린 '망한 변호사'의 힘이 컸다. 박준영 변호사. 그가 지난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진행된 스토리펀딩에 올린 자신의 타이틀은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였다.

김신혜 사건 구제절차를 돕기 위한 기사 크라우드펀딩에 시민들은 93일 동안 1만7000건이 넘는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5억원을 훌쩍 넘긴 성금은 재심 사건을 재조명하는데 마중물이 됐다.

억울한 옥살이를 호소하면서도 형편이 어려워 소문을 듣고 찾는 복역수들의 재심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사무실 월세도 못내고 마이너스 통장마저 바닥이 나 사실상 파산상태에 이른 그에게 다시 힘을 내도록 해준 시민들의 응원이었다. 그래서 전국을 돌며 '포기하지 않은 죄'라는 이름의 파산토크 콘서트도 열며 그 성원에 답했다.

김신혜 사건 고법 판결을 앞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은 촛불집회처럼 연대에서 나오는 힘이고 침묵하지 않는 힘이라고 했던 박 변호사. "재심은 결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도와준 결과가 아니다. 귀찮고 힘들더라도 기꺼이 연대에 나서고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같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테니"라고 강조했다.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 등 복역 10년이 넘는 형사사건의 재심을 이끌어내 3번이나 무죄를 받아냈던 그다. 그리고 검찰의 항고가 기각돼 재심 확정판결이 난 김신혜 사건이 더해졌다.

11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2015년 11월 18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이 김신혜씨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데 대해 검찰이 항고한 것과 관련해 이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사례다. 복역 중인 장기수에 대해 재심이 받아들여진 것은 사법부 사상 처음이다.

김신혜 사건은 2000년 3월 7일 김씨 아버지가 전남 완도의 한 버스승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자 경찰이 큰딸 김씨를 피의자로 체포하면서 시작됐다.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술에 수면제를 타 아버지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2001년 3월 대법원 상고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김씨는 자백과 증언 이외의 구체적 물증이 없고 강압수사 등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은 2015년 1월 김씨의 재심을 청구해 10개월 만에 해남지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냈다.

완도 출신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돈을 벌기 위해 고교를 중퇴한 뒤 어렵게 법률가의 길에 들어선 박준영 변호사는 대부분 변론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의 무시당한 정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쳤다. 김신혜 사건 같은 공익사건의 무료변론을 주로 맡아 노근리평화상 인권 부문도 수상하고 헌법재판소의 모범 국선대리인에도 선정됐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재심’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무시당한 진실을 무시하지 않은 그다. 김신혜 사건 재심확정 판결을 받아낸 '국민 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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