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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제한속도, 보행자 불안 사라진다면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1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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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직장인 A씨는 10년 전 독일로 출장을 갔을 때 도심 제한속도로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독일 서부 쾰른에서 1차 업무를 보고 고속철도를 이용해 흑해 연안의 북부 도시 로스토크로 이동해 일을 마쳤다. 귀국길은 다시 고속철을 이용해 베를린에 와서 비행기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 국적기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속철로 연결된 베를린 공항에 무심코 내렸다가 베를린 지역에 공항이 세 곳(현재는 두 곳) 있다는 것이 뒤늦게 생각나는 바람에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티켓에 찍힌 공항으로 향했다. 탑승시간은 째깍째깍 다가오는데 운전사에게 서둘러 가자고 재촉하자 도심 제한속도가 낮다고 서행하는 게 아닌가. 아우토반에 제한속도가 없어서 가속페달을 밟아주길 기대했는데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독일인이 아닌가. 결국 고속도로에 들어서고야 씽씽 달려봤지만 결국 비행기를 놓치고 돈을 보태 다른 항공편을 타야 했다.

지난해 7월 대구서 열린 도심속도 하향조정 50-30 세미나. [사진=교통안전공단 제공]

안전을 제일로 치는 독일 사회의 교통안전의식을 보여주는 도심 제한속도 경험 사례다. 우리나라도 60km(이하 시속)로 도심 제한속도가 있지만 이를 교통선진국에 맞춰 단계별로 50km 로 낮추기로 했다. 14일 국토교통부는 또한 폭이 좁은 이면도로의 도심 제한속도는 30km로 점차 줄여나갈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그동안 어린이보호구역 사업, 생활도로구역 지정 등을 통해 도심 제한속도를 낮춰왔지만 이들 지역에서 서울시 전체 교통사고의 45%가, 사상자가 41%가 발생해 일부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30km로 낮추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도심속도 하향조정 세미나에서 생활도로 속도하향 사업을 통해 교통사고를 30%가량 감소시킨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는 도심 제한속도 하향화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도심 제한속도 정책은 유럽에서 정착됐다. 1976년 네덜란드의 교통정온화 기법을 도입한 독일(서독)이 주택단지내 교통시속을 낮추는 '템포30(km)'을 통해 교통억제 정책을 처음 시행했다. 이후 덴마크를 거쳐 네덜란드에서 '존 30(km)'을, 영국에서 '존 20(mph)'을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커뮤니티 존' 사업을 통해 특정 생활도로에 대해 도심 제한속도를 지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해외 교통선진 도시들은 도로 유형별로 제한속도를 차등화해 운영하고 있는데 보행량과 자전거 교통량이 많은 도시 중심부는 '존 30(20mph)' 이하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국토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90% 이상의 교통사고가 도시부에 발생하고 있다. 이번 도심 제한속도 하향조치로 사망자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km의 보행자 사고 치사율이 10%이지만 50km 사고 보행자의 치사율은 80%에 이른다. 70km 이상 차량끼리 충돌한 사고에도 치사율은 10%를 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도로 시속은 일반 도로는 60km 이내, 편도 2차로 이상 도로의 경우는 80km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를 낮추게 되는 것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조사한 해외 사례에 따르면 도심 제한속도는 기본적으로 50km를 유지하면서 예외구간에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있다. 주요 도시별 도심 제한속도를 보면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핀란드가 50km에 맞춰져 있다. 독일, 스웨덴, 스위스가 30~50km,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30~70km로 각각 차등 적용되고 있다. 일본은 60km이며 미국은 40~64km, 영국은 48km로 각각 지정돼 있다.

도심 제한속도 하향 효과는 사망사고가 확연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도입하는 조치와 같은 50km→30km 속도완화를 적용한 독일은 교통사고가 20% 줄었고, 덴마크는 사망사고 24% 저하와 부상사고 9% 감소 효과를 거뒀다.

보행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8%를 차지하는 불안한 현실의 우리나라에서 도심 제한속도 하향조치는 외국의 정책집행 사례를 볼 때 사망사고를 낮추는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일단 기대된다. 하지만 계도와 단속만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이면도로나 생활도로가 외국처럼 잘 정비되지 않은 현실에서 운전자들의 도심 제한속도 조정은 교통문화 관점에서 풀어가야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보행자 권리를 넓히면서도 일방통행로의 조정, 도로 폭 확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환경을 정비하고 개선해나가면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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