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뷰] 북한 노동당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46)이 지난 13일 오전 9시 쯤(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황들을 취합해보면 김정남은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위해 대기하던 중 출발 1시간 전 쯤 북한 국적으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남 사망을 둘러싸고 아직 명쾌한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독살설을 놓고도 독침에 의한 살해였다는 주장과 액체 스프레이 분사에 의한 살인극이었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됐다.

현지 경찰은 설이 부딪히는 가운데 김정남의 사인을 일단 돌연사로 분류한 뒤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지 경찰은 의문의 북한 여성 두 명의 행적을 쫓고 있다. 두 명의 여성은 김정남 살해 범행을 저지른 뒤 택시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 당시 김정남은 오전 10시 마카오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었다. 현지 언론이 전한 수사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김정남은 출발 대기장에 있다가 변을 당했으며, 사고 발생 직후 출발 대기장의 안내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정남은 공항 안내 직원에게 누군가가 자신을 등 뒤에서 잡은 뒤 얼굴에 액체를 분사했다고 설명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이로 인해 곧장 공항청사 내 치료소로 옮겨졌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는게 현지 언론의 보도 줄거리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때는 지난 6일이며 사고 당시 그가 소지하고 있던 여권엔 평양에 거주하는 김철(47)이라는 남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정남의 가짜 여권 사진은 현지 수사 당국이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여권엔 소유자의 출생연도가 1970년으로 기재돼 있었다. 김정남의 출생연도는 그보다 한해 늦은 1971년이다. 김정남은 1971년 5월 평양에서 태어났다.

김정남의 생모는 무용수 출신인 성혜림이다. 성혜림은 김정일과 처음 만났을 당시 유부녀였으나 김정일이 한 눈에 반해 강제로 이혼시킨 뒤 함께 살림을 차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남의 배다른 동생인 김정은은 김정일-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 자매로는 형인 김정철(36)과 여동생 김여정(30)이 있다.

김정남은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 동남아 등지를 떠도는 생활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 보안 당국이 그의 신변을 보호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정남이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까닭에 홀로 여기 저기 출몰하는 일이 잦았다. 김정남은 김정은에 의해 숙청된 장성택의 비호를 받아온 인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번에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간 것은 그 곳에 거주하는 내연녀를 만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남은 이전에도 종종 현지의 내연녀를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들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 전문가들은 김정남 살해의 배후에 북한 정찰총국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찰총국은 과거에도 두 차례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김정남 전문가로 통하는 서울 주재 특파원 출신의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이번 김정남 살해극이 김정은 수하들의 과잉 충성 경쟁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