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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부산대 발언, '대통령의 말하기'를 보면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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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지난해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에 빨간펜을 댄 것이 드러나고 대통령이 "일부 도움을 받았다"고 사과한 뒤 서점가에서는 대통령의 글쓰기가 열풍을 일으켰다. 대통령의 말과 글을 역사다. 그래서 정제된 언어로 국정철학을 담아 공무원에게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국민에게는 믿음을 심어주는 그런 강렬한 메시지가 중요하다. 국민과 소통하다보면 소탈한 표현도 있고, 국정을 돌파하려면 강한 직설법도 사용한다. 그래서 대권을 잡으려는 주자들이 대선가도에서 쏟아내는 말과 글도 늘 모니터링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19일 부산대 강연 중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선의가 있었다”고 한 발언이 야권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비판 속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안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언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어떤 선의라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게 발언의 본래 취지였다. 해당 발언은 비유와 반어였다”고 해명했다. [사진=안희정 지사 페이스북 캡처]

안희정 충남지사가 19일 부산대에서 던진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한 의지로 정치를 하려 했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추격하면서 보수표도 끌어안을 기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희정 지사로선 부산대 발언으로 설화를 겪자 취지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일종의 반어법이라는 것인데 야권 내부에서는 선명성 논란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안희정 지사의 발언이 던지는 파장은 의도된 것은 아니었을 터다. 종종 반어법은 발언의 취지는 헤아리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팩트로 다가간다.

안희정 지사 캠프에는 '노무현의 필사'로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실무총괄실장을 맡고 있다. 그가 쓴 '대통령의 말하기'를 보면 부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처럼 반어법의 사용법과 효과가 나온다. 윤 전 대변인은 "더 빨리 통하는 말은 따로 있다"며 말의 감칠맛을 높이는 적절한 비유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사례를 들고 있다.

"경제이론에 의한 심판, 역사에 의한 심판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렇죠? 역사에 의한 심판은 아직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국민의 심판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제 망친 대통령입니다. (웃는 사람들 있음) 그다음에 이제 거기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도 숫자가 모자랐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승복해야 합니다. '억울하게 졌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퇴임 후 사저 앞 방문객과 대화에서 2007년 말 치러진 대통령 선거 패배를 회고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는 '저는 경제 망친 대통령'라는 표현에 강한 부정의 뜻이 담겨 있다. 윤 전 대변인은 "듣는 사람 누구나 그것이 반어적 표현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도로 명확한 사실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안희정 지사의 부산대 발언은 명확한 팩트를 활용했을까. 듣기에 따라서는 중의적이라는 게 문제다. 안희정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발언을 해명하면서 "'제가 누구 조롱하려 하는 말 아니다'라는 비유와 반어에 현장에 있던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했지만 정적이나 견제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는 '레토릭의 함정'에 빠져들 소지도 있었다.

안희정 지사는 부산대 발언의 진의가 "어떤 선의라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 문제다"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발언의 진정성을 어렵게 헤아려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관련 동영상을 다시 봐도 전체의 맥락을 언뜻 이해하기 힘들고, 2차적인 보도로 텍스트화된 안희정 발언을 눈으로 읽을 경우에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을 탄생시키는 데 일등공신이었고 노무현 국정철학을 현실에 맞는 대연정의 협치로 승화시키겠다고 선언한 안희정 지사.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쳐도 괜찮다"는 대선 후보 노무현의 유세 발언에서는 반어법의 효과가 컸을지 모른다. 실책을 쿨하게 인정하고 솔직담백한 표현으로 '털고 일어나자'고 제안하는 연설가 노무현은 대선가도에서 그 신선함으로 폭발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역설의 비유를 함부로 썼다가는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치명적인 수사라는 점을 알게 됐다면 안희정 지사로선 부산대 발언은 값비싼 수업료가 되는 셈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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