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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 판사, 따를 수밖에 없었던 그 원칙들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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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오민석 판사는 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집으로 돌려보냈을까. 수사 시한 연장이 불투명한 특검이 승부수로 던진 카드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오민석 부장판사의 고심은 구속의 필요성에 맞춰져 있었다. 21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자정을 넘기면서 장고를 거듭한 끝에 내린 오민석 판사의 결론은 구속해야만 할 사유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오민석 판사의 기각 결정은 2006년 서울중앙지법이 밝힌 구속-불구속 판단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1997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제도인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를 도입한 뒤 처음 공개된 지침인데 5가지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구속영장 처리 원칙은 △실형 기준의 원칙 △형사정책적 고려의 원칙 △방어권 보장의 원칙 △비례의 원칙 △소년범에 대한 특별한 배려 등이다. 이중 오민석 판사가 따른 주된 원칙은 실형 기준의 원칙과 방어권 보장의 원칙으로 보인다. 실형 기준의 원칙이란 재판을 통해 실형 선고가 예상될 경우 구속하고, 집행유예나 벌금이 예상될 경우 불구속한다는 원칙이다. 방어권 보장은 피의자가 영장 실질심사 때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경우 재판에서 피의자가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불구속한다는 원칙이다.

실형 선고의 원칙에서 볼 때 우병우 전 수석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4가지 혐의의 법정형이 모두 징역 5년을 넘지 않는 죄목들이어서 오민석 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높지 않았던 것이다.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죄목들이어서 오민석 판사도 서울중앙지법의 판시 원칙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5년 이하의 징역형인 경우 판사의 작량감경이 이뤄지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공산이 크다.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을 때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불구속 원칙에 무게를 두고 판시하는 영장전담판사들의 경향을 보면 오민석 판사의 기각 결정도 무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 법원 정기인사에 따라 영장전담판사로 부임해 사실상 첫 중대판결을 맡은 오민석 판사가 첫 선택부터 따를 수밖에 없었던 원칙들이었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돼 특검의 혐의 입증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론은 차치하고라도 비선권력의 국정농단 수사정국에서 다른 피의자들에게 적용된 혐의와 비교해볼 때 법정형이 무거운 죄목의 적용이 안됐다는 점에서 오민석 판사의 구속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혐의 비중이 크게 두어졌는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비슷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에게는 청문회 불출석에 따른 국회모욕죄가 기재된 반면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는 청문회 위증죄가 적용됐다. 법정형이 국회모욕죄의 경우 징역 5년이 최고이고, 위증죄는 1~10년 징역형이다.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가 가능하지 않은 게 위증죄다. 만약 위증죄가 적용됐더라면 오민석 판사의 고심은 더 깊어졌을 수도 있다.

특검이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과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준비하면서 국회에 위증죄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도 위증죄의 위력으로 치밀한 구속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서 "아니다"라고 답한 혐의에 대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위증죄까지로 혐의를 확장시키지 못한 면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집행유예 가능성이 있는 죄목들로는 오민석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연타를 날리려던 노림수는 수포로 돌아갔고 수사시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2월로 종료되는 막바지 단계에서 특검이 영장 재청구를 하기에는 시간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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