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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불가능은 없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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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라이트’가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이와 동시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된 이래 89년 만에 가장 황당한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다.

현지시간으로 26일 오후, LA 돌비극장에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대망의 작품상이 호명되는 순간 '라라랜드'는 울었고 문라이트는 웃었다.

마치 한 편의 코미디 같았다. 이날 원로 배우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모두가 긴장 속에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워렌 비티가 수상작이 적힌 붉은색 카드를 오픈했다. 그런데 어쩐 일일까. 워렌 비티는 작품상을 호명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몇 초간 뚫어져라 봉투만 바라봤다.

[사진=영화 '문라이트']

워렌 비티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페이 더너웨이가 못 참겠다는 듯 대신해서 작품상을 호명했다. ‘라라랜드’였다. 페이 더너웨이의 호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라랜드’의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이 환희에 찬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이어 ‘라라랜드’의 제작자가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황당 해프닝은 이 뒤에 발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지미 카멜이 돌연 마이크에 대고 "작품상 수상작은 '문라이트'입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미 카멜의 멘트에 무대 위에 올랐던 '라라랜드' 팀은 일순 얼음이 됐다. 장내 또한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식었다.

객석에 앉아 ‘라라랜드’의 수상을 축하하고 있던 '문라이트' 팀 역시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지미 카멜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순간 시상자 워렌 비티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품상 수상작이 적혀 있는 카드를 오픈한 순간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라는 글귀를 봤다는 워렌 비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그는 작품상 호명을 미루고 거듭 생각에 잠겼다는 게 워렌 비티의 설명이었다.

워렌 비티의 설명이 더해지자 장내는 이내 분분해졌다. 사회자 지미 카멜의 주도 하에 ‘라라랜드’ 팀은 썰물처럼 무대를 빠져나갔고 다시 문라이트 팀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문라이트는 마약과 폭력이 넘실되는 작은 마을 마이애미에서 나고 자란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작고 약했던 흑인 아이가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유년기를 보내고 다시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문라이트는 연극 각본으로 만들어졌던 이야기를 배리 젠킨스 감독이 시나리오로 각색하며 한 편의 아름다운 영상시를 탄생시켰다.

여러모로 뜻 깊은 문라이트의 수상이다. 이날 문라이트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무려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지난 2년간 남주주연상, 여주주연상을 비롯해 남녀 조연상 후보 20명이 하나같이 백인으로만 채워졌던 까닭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당시 몇몇 흑인 영화인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종차별적 성격을 지적하며 영화제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제작진의 대부분이 흑인으로 구성된 영화 문라이트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라이트가 보란 듯이 해냈다. 이날 문라이트는 작품상 외에도 남우조연상과 각색상을 더 수상했다. 특히 문라이트는 영화 ‘노예 12년’에 이어 흑인 감독의 두 번째 수상작이기도 하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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