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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책 구입 세제혜택 절실하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3.0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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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책 한 권을 사지 않는다. 통계청의 '2016 가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지출한 도서구입비는 월 평균 1만5335원으로, 지난해 신간 단행본 평균 정가 1만8108원과 견줘보면 그렇다. 도서구입비 감소는 6년 연속 역대 최저치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책 안 사보는 풍조는 독서율 감소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격년제 조사통계인 '2015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1년간 성인 중 한 권이라도 일반 도서를 읽는 비율인 독서율이 65.3%로 역대 최저점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6개 단체가 지난달부터 10만 명 서명을 목표로 벌이고 있는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법제화 온라인 청원(위)과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독서실태. [사진=도서구입비소득공제법제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문체부 제공]

조사 원년인 1994년 86.8%에서 시작해 2010년엔 65.4%까지 내리막. 이에 정부가 2012년 '독서의 해'를 지정한 뒤 이듬해 71.4%로 반짝 올랐다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더욱이 13세 이상으로 넓힌 통계청 집계 독서율은 2013년 62.4%에서 2015년 56.2%로 더 떨어졌다. 전자책에 만화까지 포함하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세 이상 독서율에서 한국은 74.7%로 OECD 평균치(76.5%)를 밑돈다.

도서구입비와 독서율 동반 저하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같은 매체 환경의 변화 영향도 있다. 최악의 청년실업난 속에 경쟁이 치열해지는 학업, 취업 준비와 더불어 장기불황에 따라 책 사보기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인 요인도 크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부채는 2600만원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11.7%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아질 만큼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현실이다. 더욱이 세금, 보험 등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구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지출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5년 연속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가처분소득의 4분의 1을 대출 원리금 갚는 데 써야 하는 현실에서 서민층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고단한 살림살이라면 점점 더 책에서 멀어질 것이 우려된다. 절대 위기를 맞고 있는 독서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해진다. 정치권에서는 독서인구를 늘릴 방안으로 도서구입비의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과세표준 88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본인과 부양가족을 위해 구입한 도서구입비에 대해 연 100만 원 한도 내에서 15%의 세액공제를 해주자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도서구입이 재교육 기회를 부여해 근로소득자에게 필요경비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세제혜택 부여가 매우 유효한 정책 수단으로 판단한 것이다. 호주의 경우 책 구입비 중 250 호주달러 초과 금액을 자가학습비로 공제하고 있다.

사실 책 구입비 소득공제 추진은 문체부가 독서문화진흥계획과 출판문화산업진흥계획에 모두 포함시킨 방안이다. 국회에서 2006년부터 2013, 2014년까지 이런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2년 문체부는 '도서구입비 세제감면 방안연구'를 통해 "100만 원 소득공제가 도입될 경우 연간 1260억 원의 세수 감소가 추정되지만 이는 도서판매 증대로 출판산업 등 도서 관련 업종의 법인세, 소득세 세수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세제혜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사회는 국가의 소극적인 역할을 넘어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충당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공익적 영역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데 독서문화를 고취시키는 것은 국가의 이런 역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세수 감소 외에 특정 분야의 진흥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비, 의료보험과 같은 사회적 공감대와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법안 발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출판산업 살리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출판업계 2위 도매업체 송인서적 부도 충격 속에 출판산업의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도서구입비 소득공제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출판산업 규모가 2015년 4조300억 원으로 3년 전에 비해 5.2%가 감소된 가운데 책 구입비 소득공제가 이뤄진다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에는 스마트 미디어시대에 맞춰 책 소비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전자책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그래서 출판계는 뭉쳤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6개 단체가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법제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부터 10만 명 서명을 목표로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법제화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체부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콘텐츠산업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출판산업을 활성화하고 미래 출판환경을 새롭게 조성하기 위해 지난달 출판문화산업진흥계획(2017~2021년)을 수립했다. 그런데 지난 5개년 계획에 포함됐던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추진내용이 쏙 빠졌다. 과연 주무부처의 출판산업 진흥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기재부의 반대는 늘 있어왔지만 장기계획에서조차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출판 진흥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세수 증가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보였다. 그 요인 중에는 대기업, 고소득자 중심의 비과세, 감면을 축소 정비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개선이라면 정부가 목표로 내건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의 실현에 더 이상 세수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 듯하다. 독서는 연금저축같은 것이다.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기르는 마음의 저축이다. 재교육, 평생교육 개념에서 접근하면 얼마든지 사회적 공감을 얻어 책 구입 세제혜택의 보편성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독서인구가 5% 증가하면 출판시장에 미치는 경제효과만 연간 4244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보고도 앞세워 2012년 '독서의 해'를 진행했다. 이제 출판문화진흥계획을 통해 내년 '책의 해'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독서캠페인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다. 점점 책과 멀어지는 국민에게 실질적인 접근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 구입 세제혜택은 저출산 고령화사회에서 문화강국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와 지식 쌓기 불균형의 해소방안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자고 하지만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기회의 사회적 평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책을 통한 무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대할 수 없다.

책을 내면 손해이니 책을 안 내는 게 이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얼어붙어 있는 출판계 현실도 절실하게 새겨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법제화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 그래도 접점을 못 찾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해 법제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5년 전 '독서의 해'엔 책 읽는 소리로 대한민국을 흔들자고 했다. 내년 '책의 해'에는 책 사보는 즐거움으로 대한민국을 깨워야 하지 않을까.

김한석 스포츠Q 스포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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