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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선, 유로 '우향우' 방아쇠 당기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3.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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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유럽에서 왕이 있지만 가장 리버럴한 나라로 네덜란드가 꼽힌다. 입헌군주제로 4년마다 총선이 치러진다. 네덜란드 의회는 상,하원의 양원제이지만 하원만이 단독적인 법안 발의와 수정 권한을 갖고 있어 하원의 권한이 더 막강하다. 하원 의원은 비례대표제에 의한 직접투표로 선출되며 하원 의석수의 절반인 상원 의원은 지방의회의 간접투표로 뽑히는 게 특징이다. 그 150명의 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이 네덜란드에서 15일(현지시간) 치러지는데 어느 때보다 지구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왔다. 워낙 다당제로 유명한 튤립의 나라이지만 다양한 정당들이 나섰다. 30년 넘게 총선에서 다수의 표를 결집해왔던 자유민주당, 기독민주당, 노동당 외에 자유당, 사회당, 녹색당, 민주D-66당, 기독교연맹, 사회개혁당, 지역정당연합 등이 있다. 동물권을 내세우는 동물권익당, 노령층의 권리 확대를 위한 노인복지 50+당, 이민자를 위한 생각당(DENK) 등 이색적인 정당도 많다.

국민들의 성향이 워낙 자유분방해 역대 선거에서는 어느 당의 절대 지배를 허용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예상이 나온다. 다양성의 '연정 방정식'으로 정국을 풀어나가는 네덜란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0%대의 득표율을 얻는 정당이 6~8개 정도 나올 것으로 전망하며 최소 4개의 정당이 합종연횡을 해야 연립정부를 꾸려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에는 2~3개 정당 정도로도 집권의 협치를 이뤘지만 이번 총선 캠페인에 이름을 올린 정당이 무려 28개로 전후 최대치를 기록함에 따라 집권 향배도 관심을 끈다. 이번 총선으로 풀어야할 연정 방정식에 4000개 이상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는 분석도 있고 보면 제1당의 득표율이 중요해지게 됐다.

외신에 따르면 7.4대 1의 경쟁률인 이번 총선을 앞두고 현지 여론조사 결과, 집권 자유민주당의 지지율은 10%대이며 자유당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형세다. 지구촌에선 이 자유당이 얼마나 돌풍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유럽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민의 민의가 유럽연합과 이별하는 '브렉시트'로 끝내 귀결되면서 '시트(-xit) 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오렌지 보트'가 유럽연합 내에서 첫 테이프를 끊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내건 집권 정책이 반 이민-반 무슬림 외에 유럽연합 탈퇴까지 아우르고 있어 유럽 대륙이 격랑에 휩싸이게 될지 주목되는 것이다.

만약 포퓰리즘의 네덜란드판 대명사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돌풍을 일으켜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른다면 그야말로 '넥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지구촌에 '빗장 걸고 우리 국민부터 잘 살아야 한다'는 반 자유무역주의와 반 이민 정서가 불안감을 퍼뜨리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에서 총선을 통해 유럽내 극우세력이 '우향우'의 방아쇠를 당긴다면 4~5월 프랑스 대선, 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 고립주의와 배척성으로 대표되는 극우 포퓰리즘의 대세가 형성될 우려가 높아지게 된다. 그럴 경우 유럽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대혼란을 야기해 노동인구와 재화의 국제 이동은 위축되고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게 되는 후폭풍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는 유권자의 정확한 표심을 반영하기 위해 최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총선 대응책도 마련됐다. 네덜란드 자유당이 기치로 내건 '옳음의 혁명'의 대부분이 러시아의 외교 슬로건과 맞닿아 있어 지난해 미 대선에서 논란을 불렀던 러시아의 개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럽 각국에서는 러시아의 해킹과 가짜뉴스 유포에 불안감을 드러내면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각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가운데 네덜란드는 이번 총선에서는 개표를 수작업으로 진행키로 했다. 투표 집계 소프트웨어가 해킹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다.

미 대선에 이어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가짜뉴스 여파로 '선거 주권'이 왜곡되고 해킹으로 판도가 달라지는 현상이 재발할 경우 유로존을 넘어 지구촌 시민들의 민주주의에도 충격파를 던질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드러나는 표심은 글로벌 이슈가 되기에 충분하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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