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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공무원 증원만으론 안된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5.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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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 방안’을 하달했다. 대선 당시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붙여 놓고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첫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것은 저성장과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11일 일자리위 구성에 착수했고, 청와대 비서실에 일자리 수석을 신설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가시적인 첫 성과물은 일자리위를 통해 나올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간 일자리 과제를 달성하겠다.”고 야심차게 약속한 만큼 일자리위원회 규모는 매머드급으로 꾸려진다. 청와대에 따르면 위원장은 대통령이, 부위원장은 총리가 맡는다. 부위원장 아래 정부와 민간 측 위원을 10명씩 둔다. 차관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국가일자리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산하에 정책기획단, 일자리창출단, 고용혁신단, 대외협력단 등 4개 조직을 둘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내놓은 ‘국민 모두 더불어 잘사는 선진사회’라는 국가 경영철학 실행전략의 최우선 순위도 일자리가 차지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등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공약의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드는 것이다. 안전과 치안, 복지를 맡는 공무원 일자리 17만 4000개, 사회복지 등 공공기관 일자리 34만개를 신설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민간에서도 일자리 50만개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 공약한 일자리 중 17만 개가 공무원이며 정부 예산은 연간 4조 2000억원, 5년 간 21조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1조원을 5년간 투입해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면 월급여 40만원짜리밖에 못 만든다.”며 “공무원 17만명에게 9급 공무원 초봉만 적용해도 1년에 4조 3000억원이 들어가므로 계산이 안 맞는다.”고 따졌을 정도로 이 공약에 허점도 보인다.

일자리는 소비 부진 등 단순히 경제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양극화 심화와 가계부채 악화, 결혼 기피 등 사회 문제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부족한 가운데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지지만 신규 고용은 점점 줄어든다. 양질의 민간 일자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직원 수는 전년보다 2.2%(1만 4161명) 줄었다. 임금이 많은 제조업 일자리는 10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대졸 실업자가 50만 명을 넘어서고 청년 실업률이 11%를 돌파하는 등 취업문 뚫기가 너무 어려워지자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공무원시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일자리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못지 않게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공 일자리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자리는 기업이 시장에서 만들어야 지속성과 확장성을 가진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은 물론 인재의 왜곡 편중 등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투입한 일자리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기업 환경 개선, 산업구조 개혁, 신산업 발굴 등 민·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로드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

중소기업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쳐 대기업 위주의 취업 선호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세워놓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한다. 발상 자체는 괜찮으나 자칫하면 할당량 채우기식의 전시 행정이 될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중 고용률 70% 달성에 매달리다 보니 단기 공공근로·시간제 일자리만 늘리는 식의 폐해를 남긴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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