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만에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공식행사에서 제창 형식으로 울려퍼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창에 동참했다.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임을 위한~'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 형식으로 불리기는 9년만에 처음이다. 이 노래는 1997년부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 형식으로 불려왔으나 이명박 정부 2년차였던 2009년 행사 때부터 합창단의 공연 형식으로만 불리도록 방침이 바뀌었다. 보수 단체들의 반발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임을 위한~'은 광주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널리 사랑받아오던 터였다.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윤상원 열사와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였다. 노래 속의 '임'은 광주희생자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그런 연고로 '임을 위한~'은 사실상 광주민주화 운동의 주제가로 자리하게 됐다.
그같은 사연을 가진 이 노래의 제창이 금지되자 여론의 저항이 일기 시작했다. 그로 인한 논란이 덩달아 확산됐지만 박근혜 정권이 끝날 때까지 이 노래는 공식행사에서 합창이라는 공연 형식으로만 불려졌다.
그러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번 행사부터 이 노래가 다시 참석자 전원의 제창 형식으로 불리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면서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한 자신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광주정신을 헌법을 통해 계승해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을 제창하도록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라고 말한 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곧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임을 강조한 뒤 "오늘의 제창으로 이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날 행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계속했다. 오전 9시 50분 광주의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민주의 문'을 걸어서 통과한 뒤 분향과 기념식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가슴에 새겨온 역사 헌법에 새겨 계승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