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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벤치클리어링, 이 싸움을 어떻게 봐야 할까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5.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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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근의 알콩달콩 야구이야기] 벤치 클리어링은 야구에 약일까 독일까?

지난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 도중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 4명이 무더기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벤치 클리어링의 발단은 삼성 선발 투수 윤성환이 던진 몸에 맞는 공 2개였다.

3회말 한화가 송광민의 중전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2사 3루 상황에서 윤성환이 김태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1루로 가던 김태균과 윤성환 사이에 설전이 있었고, 김태균이 마운드를 향해 걸어가자 윤성환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으나 1차 벤치 클리어링은 별탈 없이 마무리됐다.

21일 벌어진 삼성 선수단(왼쪽)과 한화 선수단의 벤치 클리어링 모습. [사진= 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하지만 2차 벤치 클리어링은 난투극으로 번졌다.

윤성환은 김태균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윌린 로사리오에게도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김태균 때의 공은 몸에 스치는 정도여서 의도적으로 보기 어려웠으나 로사리오에게 던진 공은 의도적인 투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애매모호했다.  

로사리오는 배트를 집어던지며 화를 낸 후 윤성환을 향해 걸어갔고, 양 팀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격렬한 난투극이 펼쳐졌다.

덕아웃에 앉아 있다 그라운드로 뛰어나온 한화 정현석은 윤성환에게 달려들었고, 삼성 외국인 투수 재크 페트릭이 정현석을 덮쳤다. 한화 선발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도 삼성 선수단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사태가 정리된 후 심판진은 논의를 통해 양 팀 선발 투수 윤성환과 비야누에바에 모두 퇴장을 명령했다. 페트릭과 정현석도 퇴장 조치됐다. 1, 2차 벤치 클리어링으로 인해 경기가 13분간이나 중단됐다.

사회적으로 싸움은 불법이다. 특히 집단적 폭력행위는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외적인 곳이 있다.

스포츠 분야다. 공개적인 형태로 난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스포츠는 육체와 두뇌를 모두 사용해 경쟁하지만 특히 신체접촉이 격렬한 스포츠 종목에서는 통증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이 때문에 경기 도중에 상대에 대해 격한 감정이 분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경기규칙이 한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패싸움에 관해서는 난투라고 부르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난투라고 부르는 경우는 규칙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일컫는다. 이럴 경우 난투를 유발한 당사자는 처분을 받게 된다.

프로야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종목이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던진 '사구(몸에 맞는 볼)' 또는 위협구에 대해 타자가 고통을 느끼거나 위험을 느꼈을 때 싸움이 일어난다.

이때 타자가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향해 감정을 표출하는 시위행동을 벌이고, 이에 동조해 팀메이트들이 가세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된다. 이에 방어에 나선 투수 쪽 팀메이트들과 본격적인 몸싸움이 펼쳐진다.

이를 미국에서는 '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 brawl)이라고 한다. 특히 야구와 아이스하키에서 유명하다. 양팀 간 싸움을 벌이느라 벤치를 비우고 모두 다 그라운드로 몰려나가는 형국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때도 암묵적인 룰이 있다. 위키피디아에도 '의식적인 싸움(ritualistic fighting)의 한 형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 패싸움과 달리 '의식(儀式)'에 가깝고 '싸움 말리기'의 속성이 더 강하다.

벤치 클리어링에 참가하는 선수는 배트나 공 같은 흉기는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때 싸움을 말리더라도 자기 팀의 당사자가 아니라 주로 상대 팀의 당사자를 말린다. 아무리 격앙되더라도 상대를 때리고 차는 등의 폭력행위는 삼가야 하고, 몸싸움은 상대를 서로 붙잡는 드잡이 정도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

상대 투수의 몸에 맞는 볼이나 위협구가 나왔을 때 벌이는 벤치 클리어링은 "이같은 위험한 플레이를 당하게 되면 화가 난다. 그러니 앞으로 조심해 달라"는 경고의 메시지 성격을 띤다.   

물론 이같은 암묵적인 룰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격앙된 분위기에서는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해 이따금씩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벤치 클리어링'은 팀메이트로서 당연한 행동이라는 불문율이 있다. 이 때문에 벤치 클리어링에 참가하지 않는 동료에게는 벌금 등의 징벌이 내려진다고 알려져 있다.

팀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국면 전환을 위해 벤치에서 전략의 일환으로 몸에 맞는 볼과 벤치 클리어링을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벤치 클리어링을 통해 약화된 팀워크를 다지고 승부욕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벤치 클리어링은 소속팀 팬들과 응원단의 응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흥행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빈번하게 활용하거나, 상대선수나 아군에게 부상을 입혀 전력 이탈을 초래하는 등 불상사를 입히는 경우는 어떤 경우든 용납될 수 없고 허용돼서도 안된다.

야구는 공개된 상황에서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까지도 함께 즐긴다. 자칫 폭력이 미화될 수도 있는 점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

결국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모두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팀의 사기를 올리려고 시도한 몸에 맞는 볼이나 벤치클리어링 전략이 되려 팀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고,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야구장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1일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 간에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은 암묵적인 룰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정도라면 '의식적인 싸움'이라기보다는 '볼썽사나운 난투극'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포츠Q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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