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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불꽃' 김성근 한화 감독이 남긴 화두는?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5.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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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근의 알콩달콩 야구이야기] '마리한화-혹사논란-갈등설'

한화 이글스 김성근(75) 감독이 중도 사퇴했다.

이글스는 구단은 "김성근 감독이 21일 홈경기 종료 후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감독은 31개월 동안 독수리 둥지에서 잡았던 지휘봉을 놓게 됐다.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마지막 시즌에 중도하차한 김 감독의 이렇게 세 단계의 굴곡을 겪었다.

부임 첫해인 2015년은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른바 '마리한화' 열풍이었다. 2007년 포스트시즌에 나가본 이후 한 번도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하고 꼴찌에 떨어져 있던 한화의 선택은 김성근. '보살팬'으로 불리는 열성팬들은 1위 시위까지 벌이며 독립야구단 고양이글스을 이끌면서도 권토중래를 꾀했던 노감독의 한밭벌 입성을 촉구했다. 그 열망대로 한화 김승연 회장은 2014년 10월 이글스 10대 사령탑으로 그를 앉혔다.

'통큰' 지원도 따랐다. 거액을 투자해 FA(자유계약선수) 대어인 권혁, 배영수, 송은범을 영입했다. 내부 FA 김태균, 조인성도 붙들었다. 김 감독은 훈련 집중하는 열정으로 선수단을 결집시키면서 한화그룹의 모토인 '불꽃'처럼 페넌트레이스서 돌풍을 일으켰다. 첫 시즌을 6위로 연착륙했다. FA 정우람, 심우창을 더 데려오면서 지난해 약진을 노렸다.

하지만 지난 시즌 투수진이 무너진 게 혼돈을 가져온 결정타가 됐다. 김 감독은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지난해 5월 디스크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마운드 자원이 바닥난 가운데 선발야구를 포기하고 투수 전원 가동체제를 가동했다. '퀵 후크'로 한 경기 한 경기를 막다보니 투수들의 혹사논란이 불거졌다.

끝내 반등은 없었다. 시즌을 7위로 마감했다. 그 과정에서 팬들은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늘 준비돼 있어야 하고 훈련으로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론 하나로 야구인생을 살아온 김 감독은 '훈련 지상론자'. 언제든 선수단이 흐트러지면 특타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 철학 때문에 혹사논란을 넘어 미래를 키우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이글스 팬들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 불안했고, 김 감독은 하루하루에 충실하지 못한 게 아쉬워했던 데서 서로 공감대로 맞물리지 못했으니 퇴진론이 불거진 것이다.

그래도 구단은 남은 임기를 보장했다. 단서는 감독 출신인 박종훈 단장 체제를 도입해 1,2군 분리운영이었다. 1군 현장만 김 감독이 전담하고 2군을 포함해 육성, 스카우트 파트는 박 단장이 총괄하는 동거체제였는데 그 실험은 뜻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감독과 단장의 갈등설이 흘러나오며서 급기야 지난달 퓨처스리그 투수들을 둘러싼 대립양상으로 치달았다.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립 후유증은 선수단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쳤고, 성적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성근 감독은 프로무대 부활의 꿈을 중도에 접어야 했다.

1969년 마산상고에서 지도자생황을 시작해 기업은행, 충암고, 신일고를 거친 김 감독은 12개 팀을 이끌었지만 처음으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다이아몬드를 떠나게 됐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 투수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를 이끌었다. 2007년 SK 감독 부임 첫해 프로 첫 우승을 일구며 2011년 8월 중도 경질될 때까지 한국시리즈 3회 우승으로 SK왕조를 구축했다.

프로야구 7개 구단에서 2651경기를 맡아 1388승 60무 1203패를 기록한 그는 한화 사령탑 전임자였던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의 최다 경기 지휘(2910경기), 최다 승리(1554승) 기록을 넘지 못하고 야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시대에 훈련과 혹사 사이의 어젠다 설정에 화두를 던진 김성근 감독. 오늘의 성적과 내일의 비전 사이에서 합리적인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질문을 던진 채 그렇게 떠나게 됐다.

스포츠Q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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