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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LPGA 5승째....'불운의 아이콘' 떨친 비결은?

"초반에 다소 긴장했는데 어차피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란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먹었다."

이렇게 편하게 우승할 수 있을까. 마음을 비우니 찾아든 통산 5승이었다.

김인경(29)이 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13번째 대회인 숍 라이트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02타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파 71의 골프장에서 3라운드 경기로 진행됐다.

8년 만에 LPGA 본토 미국 무대에서 트로피를 치켜들며 환하게 웃은 김인경. [사진=AP/뉴시스]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적어낸 김인경은 대회 3얀패를 노렸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노르드크비스트가 10,11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1타 차로 바짝 따라붙었으나 김인경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13번 홀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며 3m 버디 퍼트를 잡아내 2타 차 여유를 되찾았고 그렇게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 제패 이후 8개월만에 통산 5승째를 수확한 김인경. 1999년 박세리, 2006년 이선화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정상에 오른 태극낭자가 됐다.

특히 김인경이 미국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2승째였던 2009년 6월 스테이트 팜 클래식 이후 8년만이다. 2010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셜, 레인우드 클래식을 석권하며 3,4승째를 거둔 곳은 각각 멕시코, 중국이었다.

2008년 10월 LPGA 데뷔승을 거둔 롱 드럭스 챌린지를 포함해 미국 본토에서 맛본 3승째다.
그러나 김인경이 연장서 우승을 놓쳤던 5차례 비운이 모두 미국 무대에서 나왔다는 점을 돌이켜볼 때 이번 부활샷은 실로 의미가 크다.

5승과 5패. 

통산 5승에도 연장에서만 5전 5패였던 것은 큰 징크스였다. LPGA 투어에서 연장 최다패를 당해 가장 불운했던 한국 여자선수였다. 연장에서 그렇게 비운을 겪지 않았더라면 2007년 LPGA 데뷔 이후 10년 동안 매 시즌 1승꼴로 성가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통산 25승에 빛나는 골프전설 박세리가 서든데스서 6전 6승으로 연장 불패신화를 이어간 것과는 정반대다. 서희경이 기록한 연장전 4전 4패보다 더 불운했던 김인경이다.

2007년 웨그먼스 LPGA에서는 오초아에게 밀려 루키 시즌 데뷔승을 놓쳤다. 2010년 제이미 파 클래식에서는 최나연에게, 2012년 메이저대회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유선영에게 연장승리를 내줬다. 2013년 기아 클래식, 2014년 포릍랜드 클래식에서도 연장전 비운을 떨치지 못했다. 

그렇게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김인경은 지난해 9월 유럽투어(LET)인 한다 레이스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 5타 차 우승을 차지하면서 오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바로 중국에서 거둔 LPGA 통산 4승으로 확실히 자신감을 찾았다.

김인경이 숍 라이트 클래식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미소짓고 있다. [시진=AP/뉴시스]

하지만 이후 두 대회를 치른 뒤 그린을 떠나야 했다. 계단에서 구르는 바람에 꼬리뼈 부위를 다쳤기 때문이다. 클럽을 잡지 못한 채 5개 대회를 남기고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오프시즌에도 제대로 하체 훈련으로 체력을 다지지 못하고 시즌 초반 5개 대회도 쉬었다. 뒤늦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렸다. 3,4월 5개 대회에서 최고 성적이 공동 16위에 그친 채 다시 쉬어야 했으니.

다시 몸을 추스려 한 달만에 나선 복귀전이 이번 숍 라이트 클래식이었다. 복귀하자마자 긍정 마인드로 우승 환호를 펼친 김인경의 미소는 어느 때보다 밝았다.

'기부천사'의 미소였다. 공식 우승 인터뷰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대회인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숍 라이트가 스페셜 올림픽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의미가 더욱 크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인경도 2012년부터 스페셜 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으며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상금 22만 달러를 모두 사회공헌 활동에 기부했을만큼 평소 의미있는 기부에 앞장서 왔던 김인경. "이 대회에 나오면 스페셜 올림픽 선수들과 함께 워밍업도 하며 기운을 얻는다"며 "그들로부터 응원 문자도 받는데 내가 스페셜 올림픽의 일부라는 점이 너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김인경이 지독히도 불운했던 '서든데스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지난해부터 부활샷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나눔을 통해 스스로를 비우는 여유와 긍정의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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