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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종가 잉글랜드, '두려움의 문화'에 맞선 해병대 훈련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6.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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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축구종가 잉글랜드.

늘 메이저 축구대회만 되면 '무관의 우승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막상 본선 무대에 들어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삼사자 군단'이다.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 유로2016에서 본선에 처음 오른 '얼음왕국' 아이슬란드에 참패를 당헤 16강에 탈락, 당시 유럽탈퇴 결정 속에 '축구판 브렉시트'로 충격을 던졌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파격적으로 해병대 훈련을 받았다. [사진=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당시 잉글랜드의 레전드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는 잉글랜드대표팀의 문제점을 '두려움의 문화'에서 찾았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칼럼에서 제라드는 "역전을 허용한 뒤 우리 선수들이 뒤집기 위해 해야 할 일만큼이나 패배라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우리 선수들은 '이기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같은 수준의 비난을 미리 떠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 번 그렇게 되면 공황상태가 찾아오고 좌절감이 정신을 지배한다. 몸이 얼어붙는다"며 "패스미스를 반복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지역에서 슛을 날린다"고 설명했다. 그같은 현상을 '두려움의 문화'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더불어 세계 축구의 '꿈의 리그'로 불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잉글랜드 대표선수들을 메이저대회마다 그런 두려움과 싸워왔으니 조직력의 독일, 화려함과 압박을 조화시킨 스페인, 끈끈한 빗장수비의 이탈리아, 인종적 융화로 예술축구를 꽃피운 프랑스, 토털축구의 창의성을 잇는 네덜란드 축구의 영화와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1966년 안방에서 첫 월드컵 정상을 밟은 뒤 무관, 유럽선수권에서도 1968년과 1996년에 단 두 번 4강에 오른 게 최고성적이었던 잉글랜드다.

잉글랜드 대표팀 스털링(왼쪽)과 알리가 야영 텐트를 치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최근에는 2014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서 6승4무 무패로 본선에 올랐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로2016 예선에서는 유일하게 10전 전승으로 본선에 진출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상대에 쫓길 때마다 '지면 어쩌지?'하는 그 울렁증은 떨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 겨울 우여곡절 끝에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더 이상 '두려움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파격적인 극복책을 시도했다.

이른바 '해병대 훈련'이다. 지난 6일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은 오는 10월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스코틀랜드와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F조 소집훈련에 앞서 잉글랜드 대표팀이 해병대에 전격 입소했다고 전하며 훈련 사진들을 공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궁, 핸드볼 대표팀이 최근까지도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극기 훈련 차원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있지만 자유분방한 유럽에서 해병대 캠프를 찾아 유격훈련까지 받는 것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부터 물 구덩이에 뛰어들었다. 홈에서 열린 1996년 유럽선수권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실축, 결승행 티켓을 날리는 바람에 그의 이름처럼 '영국판 워터게이트'에 빗댄 '사우스게이트'로 오명을 남겼던 그다. 어쩌면 두려움의 문화를 처절히 체험했기에 이같은 군사훈련으로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는 방식을 도입했는 지도 모른다.

선수들은 얼굴에 위장 크림을 바르고 21kg의 완전 군장을 한채 행군했다. 텐트에서 야영도 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정으로 48시간 동안 선수들을 군사훈련에 내몰았던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노렸던 것은 '원팀'이었다. 치솟는 방송중계권료로 세계 최고 레벨의 몸값을 보장받아온 잉글랜드 대표선수들의 모래알같은 개인주의를 팀 케미스트리로 묶어내려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해병대 훈련에서 솔선해 물 구덩이에 뛰어들었다.  [사진=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려고 했다"며 "무엇보다 위대한 결실은 '원팀'이 됐다는 것이다. 낙오자 없이 한 팀이 될 수 있다는 목표를 이룬 것을 모두 느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4승1패로 러시아 가는 길목에서 조 1위로 반환점을 돈 잉글랜드는 예선무대에서 잘 나가다 정작 본선에서는 고개 숙이는 '희망고문'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축구종가가 자만감을 버리고 무엇이든 달라지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를 치른다. 안방에서는 극강이지만 원정만 나갔다 하면 '종이 호랑이'로 전락해 여태 원정 1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번에 만약 도하 참패로 본선 가는 막바지 고비에서 벼랑 끝까지 내몰린다면 '원정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원조격인 해병대 훈련이라도 다녀와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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