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한열 열사 30주기에 묻는다, 2017이 1987에게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6.09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 위에서 펄럭였습니다. 파독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습니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맞은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이란 단어를 22번이나 추념사에 담으며 '대한민국의 애국자'들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애국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다며 애국하는 방법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숭고한 희생의 뜻과 가치를 보듬어 안아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 문 대통령이 강조한 '모두의 애국'으로 본다면 6월 항쟁을 이끈 민주열사들의 넋도 현충일 주간에 뜻깊게 새겨봐야 할 의제로 부각된다.

이 땅의 민주화를 가져온 그 뜨거운 6월 항쟁에 그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열사. 30년 전 6월 9일으로 되감아 보는 '민주화시계'는 국민들 가슴을 다시 먹먹하게 만든다. 

군사독재정권을 끝내고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기 위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연세대생 이한열. 스물두살 대학생이 무자비한 공권력에 저격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비보는 국민들의 분노하게 만들었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 이은 충격에 다음날 시민들은 거리로 뛰어나왔다. 광장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외침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결국 독재정권은 국민에 대한 항복선언문을 직선제 개헌으로 발표했지만 이한열 열사는 쓰러진지 27일 만인 7월 5일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이한열 열사 30주기 기념 행사 '2017이 1987에게' 포스터. <사진출처=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 페이스북>

그 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아들이 쓰러질 당시 입고 있던 옷과 신발 등의 유품들을 모아 자그마한 기념관을 마련했다. 민주주의와 참된 세상을 바라며 목숨을 바친 아들의 뜻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최순실게이트'가 터졌던 지난해 10월 이한열 기념관을 찾아 "이한열 기념관은 위대한 6월 항쟁의 상징"이라며 "우리 국민은 위대한 6월 항쟁으로 민주공화국을 복원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광장에서 촛불이 타오르며 헌법이 수호해야할 민주주의 가치를 온전히 지켜낸 겨울을 넘어 새로운 6월을 맞았다.

이한열 기념사업회 측은 "1987년 열사의 최루탄 피격이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2016년 겨울 광장을 가득채운 촛불이 2017년 6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권교체의 촉발제가 되었다"며 현재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다채로운 이한열 열사 30주기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2017이 1987에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9일 오후 이한열 열사의 모교 연세대 한열동산 내 추모비 앞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에서 희생당한 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되돌아보는 이번 추모제는 현 재학생들이 중심이 된 추모행렬도 재연된다.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내 박물관에서는 이날부터 특별기획전이 열린다. 기획전은 7월 8일까지 이곳과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30년 만에 발굴된 이한열의 최루탄 피격 전후 컬러 사진, 연세대 학술정보원도 소장하지 않고 있는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의 이한열 장례 특집 호외 등 희귀자료가 공개된다.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가 참여한 시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전투경찰의 일기장이 30주기 특별기획전에서 공개된다. <사진출처=이한열기념사업회 페이스북> 

특히 지난 1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보내온 이한열 열사와 동갑내기 전투경찰의 당시 일기장도 공개된다. 이한열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그는 일기에서 "그날 한열이는 우리의 눈앞에서 쓰러져 갔다. 상당히 비참하면서도 충격적이고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살 만한 모습이었다. 완전 빈사상태로 이한열은 세브란스 병원에 식물인간이 되어 버렸다"고 썼다. 그는 "당시는 학생, 전경 모두에게 비극이었던 시대"라며 "독재정권은 학생과 전경이 서로 미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기념사업회에 밝힌 바 있다.

서울광장에선 '이한열문화제 및 장례행렬 재연 행사'가 열린다. 1987년 7월 장례를 재연해 이한열 영정차와 만장을 앞세운 행진이 이어진다. 문화제에서는 이한열 추모가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만든 안치환과 전인권, 안예은, 노래를찾는사람들, 꽃다지 등이 출연해 추모공연을 펼친다.

이한열 기념사업회 측은 열사 30주기를 앞두고 후원회원이 609명을 돌파한 것에 뜻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7월 5일까지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705명의 후원회원을 만드는데 사무국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승연 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