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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 마당] 국민세금 제대로 써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6.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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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며칠 전 11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이며 3년 내리 10조원대의 추경이 편성됐다.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때 처리와 7월 집행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추경안은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선심성 지역 예산을 배제하고, 일자리 창출을 정조준해 짜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가 ‘일자리’ 추경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8%까지 급등한데 이어 4월에는 무려 11.2%까지 치솟았다. 청년실업자가 120만명에 이른다. 특단의 조치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개선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공무원 1만 2000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 1000개,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3만 90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씩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한다. 추경을 통해 경제적 취약계층 일자리에 전방위 지원을 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돼버린 고용과 내수부진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추경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예산 3분의 1 이상을 정부의 직접 고용을 위한 임금으로 투입하는 만큼 상시적 재정 수요를 유발하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이번 추경을 국채발행 없이 세계잉여금(1조 1000억원), 초과세수(8조 8000억원), 기금여유자금(1조 3000억원) 등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이는 세수가 남아도는 올해나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5년간 17만명의 공무원을 늘리기로 한 만큼 재정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추경이 민간투자나 일자리 유인책보다 공공기관 일자리에 편중된 데다 복지 지원의 성격이 짙은 탓이다.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 2만 4000개와 노인 일자리 3만개 등의 창출 계획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추경을 빌미로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예산을 따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정부는 청년실업과 소득 불균형이 재난 수준이라며 추경 편성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두 가지 사안은 구조적인 문제다. 고질병이 추경 같은 대증요법으로 해결되지 않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추경의 목적은 원래 본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때 재정을 더 풀어 경기를 자극하자는 데 있다. 일자리 증가는 추경의 결과물이다. 그런 측면에서 재정 투입의 효율성과 기회비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나라 살림살이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적자재정 편성은 벌써 10년째다. 지난해 말 640조원에 이른 국가채무가 내년 상반기에 7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자리 만들기에는 왕도가 없다. 일자리는 기업 투자가 활성화할 때 만들어진다. 세계 주요국이 규제·노동 개혁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이유다. 지난달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첫 경제정책 과제로 노동개혁을 들고 나왔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이에 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고통 분담 없는 일자리 창출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좌파 정부를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00년대 초반 스스로 뼈를 깎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경제를 부활시켰다. 근로자의 희생과 고통 분담을 요구한 끝에 독일 경제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았지만 그는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일자리 추경은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시장과 기업이 만드는 까닭이다. 정부와 여야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이번 추경이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보완해 나가야 한다. 추경은 투입 재원이 내수를 진작시켜 민간 일자리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선 등 구조개혁 작업과 경제활력 법안 통과가 병행돼야 한다. 청년실업을 비롯해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공공 일자리는 당장 만들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파급효과도 적고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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