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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웜비어 '코마 송환' 6일만에 사망, 북한 '인질외교' 실태는?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6.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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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의식불명 상태) 송환’으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풀려난지 6일 만에 사망했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의식 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19일(현지시간) 숨졌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오토 웜비어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토 웜비어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오후 2시20분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이어 "오토 웜비어가 북한의 끔찍한 고문과 학대로 숨졌다"며 북한을 비판했다.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는 "우리의 아들, 오토 웜비어가 그의 삶의 여정을 집에서 마쳤다는 것을 알리는 게 우리의 슬픈 의무"라며 말했다.

유가족은 "불행히도 우리 아들이 북한에서 받은 고통스러웠을 학대로 인해 오늘의 이 슬픈 결과를 불러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토 웜비어가 13일 신시내티로 돌아왔을 당시, 말을 할 수도, 볼 수도, 어떠한 말에도 반응을 보일 수도 없었다"며 "표정 역시 고뇌에 찬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하지만 집에 도착한지 하루 정도가 지나자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며 "웜비어도 자신이 집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웜비어와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오토 웜비어는 미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지난해 1월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 북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북한은 오토 웜비어의 건강 상태가 심각해지자 이를 미국에 알렸고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을 전격 방문해 석방됐다.

북한은 오토 웜비어가 식중독 증상을 보인 이후 코마에 빠졌다고 밝혔지만, 송환된 웜비어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던 미 신시내티대학병원 측은 "식중독과 관련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반 인권적 처사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아들의 죽음으로 희망을 잃게 됐다.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대 대북 강경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드 웜비어가 "오바마 전 정부의 관리들이 '조용히 있자'고만 말했다"며 전임 오바바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는데 아들이 죽음에 따라 이같은 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확인될 경우 미국 내에서 정치적인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사망 비보를 듣고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 번 잔혹한 북한 정권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 “오토 웜비어의 불행한 운명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규범과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잔혹한 북한 정권을 비난한 뒤 “오토의 가족과 친구들,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배려와 기도를 보낸다"며 조의를 표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오토 웜비어가 부당하게 감금된 것에 대해 북한에 책임을 지울 것”이라며 “불법적으로 북한에 억류돼 있는 다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미 의회가 대북제재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지 주목된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 위원장은 “분명히 말해 오토 웜비어는 김정은 체제에 의해 살해당했다”며 북한 국민들이 겪고 있는 악몽으로 강제노동, 대량 기근, 체계적인 잔혹성, 고문, 살해 등을 꼽았다. 이어 “미국은 잔인무도한 권력들에 의해 미국 국민이 살해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CNN에 따르면, 한반도통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은 정기적으로 외국 국민들을 납치하고 12만명의 자국민을 야만적인 수용소에 수감시키는 정권”이라고 규탄한 뒤 “(그럼에도) 여행 광고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유혹해 북한 여행을 하도록 만든다”고 현실을 비판했다.

현재 하원에는 초당적 북한여행 금지법안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애덤 쉬프 하원의원이 발의하고 공화당 조 윌슨이 공동서명한 '북한 여행 통제법'은 재무부가 북한 여행과 관련한 금융결제를 사전허가를 통해 엄격히 통제하고, 관광 목적의 북한 방문을 전면 금지토록 하는 것을 요체로 하고 있다. 북한 여행 금지 규정을 어길 경우 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라 처벌토록 하는 내용도 담았고,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제한 규정을 5년 한시적으로 명시해놓고 있다.

언론을 포함해 미국 내 여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추가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미 의회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신문은 미 상원이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규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악화된 대북 여론에 따라 오토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상원에서도 하원과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인질외교’에 대한 우려와 불안은 더욱 커지게 됐다.
현재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은 3명이다. 평양 과기대에서 강의하던 김상덕 씨와 평양과기대 직원인 김학송 씨, 김동철 목사다. 이들 모두 오토 웜비어 죄명처럼 체제전복 혐의를 받아 구금됐다. 김동철 목사는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그동안 사실상 인질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들은 적어도 13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난 4월 VOA와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정권이 테러와 범죄집단의 전유물인 인질 전략을 수 십 년째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스칼라튜 총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테러집단이나 범죄조직들이 하는 일인데 북한의 김씨 일가 정권은 완전 테러 집단이나 조직처럼 행동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이게 어제그제 일도 아니고 몇십 년 전부터 그랬기 때문에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토 웜비어 사례처럼 억류 이유도 정상적인 국가들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비자 훼손, 성경책을 호텔방에 두고 나온 혐의, 서구에서 제작된 북한 기록영화 동영상 소지 혐의 등 국제사회에서 큰 문제의 소지가 없거나 국내법 위반으로 벌금형 정도에 처해질 사안들이라는 것이다. 국가 간에 문제가 생기면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근거해 외교관을 추방하거나 기피인물로 지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북한은 외교관과 민간인을 ‘인질’로 억류해왔기에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아왔다.

오토 웜비어 '코마 송환'과 사망으로 인해 관심이 높아지게 되는 북한의 인질 전략의 실태는 어떨까?

2014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제프리 파울은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자들이 외신 인터뷰에서 해야 할 말을 사전에 지시하고 협상에 나와야 할 전직 미 대통령의 이름까지 제시하며 협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북한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인질의 몸값에 해당하는 정책 변화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민간인을 억류한다”며 “만약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시간끌기로 일관한다”고 분석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과 국익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런 오토 웜비어 비극처럼 '인질 전략'을 계속 구사하는 이유를 정권 유지 차원으로 바라봤다. 

스칼라튜 총장은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북한의 정권이 비합리적 행동을 많이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정권 유지를 위해 국제법을 위반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납북하고 인질로 잡을 수도 있고, 북한 주민들도 희생시킬 수 있다"며 "바깥세계 입장에서 보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정치적으로 합법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북한의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28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악화된 대북 여론으로 대북 관련 현안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16일 미국에서 ‘식물인간 송환쇼크’로 공분을 불렀던 오토 웜비어 사태와 관련해 “분위기가 북한에 적대적인 것 같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토 웜비어 관련 사안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우려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토 웜비어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했다. 외교부가 아니라 외국의 특정인에 대해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조전을 보낼 정도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웜비어 군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어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무엇보다 북한이 웜비어 군의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최선의 치료 받게 했어야 할 인도적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대단히 개탄했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은 아직 우리 국민과 미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는데 속히 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모든 노력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토 웜비어 사망이 과연 미국 내와 국제 정세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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