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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유세 인상 없다", 진화에도 남는 '학습효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6.2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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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경유값 인상과 경유세 인상 불안에 정부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기회재정부는 경유값 인상이 유력하다는 언론보도들이 25일부터 잇따르고 누리꾼들이 “죽으라는 소리냐”라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경유세 인상설에 대해 해명했다.

기재부는 25일 해명자료를 통해 “연구결과 및 상대가격 조정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다음달 4일 ‘에너지세 개편 공청회’를 여는데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참여, 에너지 세제개편 정부용역안을 발표한 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용역안에는 현재 100 대 85 대 50인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10가지 시나리오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는데 모든 시나리오가 휘발유 가격을 그대로 두고 경유값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저부담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휘발유 가격(리터당 현재 1456.9원)의 85% 수준인 경유 가격(1246.6원)을 90%로 소폭 올리고, LPG 가격은 현행 50%로 두는 내용이다.

경유값 인상 논란으로 반론이 거세지자 기재부가 나선 것이다. 기재부는 이번 공청회에 대해 “지난해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른 후속조치”라며 “환경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국민부담, 국제수준 등을 고려하여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 연구용역 수행기관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 연구용역은 “4개 국책연구기관의 공동연구(2016년 8월~2017년 8월)를 통해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 조정이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적인 수단인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청회 등을 거쳐 8월에 연구 최종 결과를 도출, 이를 바탕으로 관계부처가 함께 상대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8월에 최종 용역안이 나오는 만큼 다음달 말로 예정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에너지 세제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이다.

기재부는 “경유값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이에 관해 결정된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유값 인상안은 지난해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한 뒤 검토됐다. 환경부는 경유값 인상을 대책으로 마련했다. 당초 정부는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해 디젤차 구매자의 경제적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지만 이 정도 정책으로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 경유값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경유값 인상 정책은 관련 부처와 소비자단체, 자동차 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기재부는 경유 소비가 줄어들면 세금이 줄 것을 걱정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판매에 영향이 있을 것을 걱정했던 것이다. 자동차 업계, 특히 디젤차의 비중이 높은 수입차 업계도 당혹해했다.

실질적인 피해자는 디젤차를 산 소비자들로 반발이 거셌다. 휘발유값의 85% 수준인 경유값과 연비를 바라보고 비싼 디젤차를 구입했지만, 경유값이 인상되면 유류비 절약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반대했다.

이때부터 경유값 인상 대신 휘발유값을 내려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져왔다. “경유값을 인상하면 디젤차 소비자는 어쩌라는 셈이냐. 차라리 휘발유값을 내려 가솔린차 소비를 유도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다.

1년 만에 다시 경유값 인상 논란이 일자 자동차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이같이 ‘경유값 인상 대신 휘발유값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디젤 차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소음과 진동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많이 사는 이유는 휘발유보다 저렴한 경유값 때문이기에 만약 휘발유값이 경유값보다 더 저렴해진다면 당연히 소음과 진동이 비교적 적은 휘발유 차량을 구입할 것이라는 논리다.

경유 가격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비싼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21 달러, 1.02달러로 집계됐다. 10개국 휘발유, 경유 평균가격 1.03달러, 0.87달러보다 비싼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0.57달러-0.61달러), 일본 (1.11달러-0.94달러)보다도 휘발유-경유값이 비쌌다.

한국에서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유류세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 IEA 통게로는 지난해 경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한국이 53.8%로 미국(24.6%), 일본(39.1%)보다 높고, 유럽 평균치(58.6%)에 근접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유에 붙는 세금도 한국은 리터당 0.55달러로, 일본(0.37달러)·미국(0.15달러)보다도 많게 집계됐다.

디젤차를 몰고 있는 한 직장인은 “휘발유와 경유의 세전 가격은 경유가 더 비싸다고 하는데 더 많은 세금이 붙는 휘발유값을 내려 경유와 상대 가격을 맞추는게 차선책일 수 있다”며 “정부가 상황이 복잡하고 정책 마련이 어렵다고 생각할 때마다 가격을 높여 해당 문제를 풀려는 ‘가격정책’ 사고방식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았고 반발도 컸던 대안인 경유값 인상 방안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뭐가 달라진 것이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이다.

경유세 인상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내놓아도 이렇게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이날 긴급 브리핑에 나섰다. 경유세를 올려도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크지 않으니 인상 계획이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청회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확인 결과, 경유 상대가격 인상의 실효성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경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유세 인상을 검토한 이유가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였는데 실효성이 낮다고 결론났다"며 "앞으로 경유세 인상은 고려할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유세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보도에 세정 당국인 기재부가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어 해명에 해명을 거듭하는 등 때이른 증세 논란에 진땀을 빼야 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 추락이 담뱃세 인상 등 서민증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을 되짚어볼 때 출범 초반 증세론이 불거져 나오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풀이되지만 국민의 불안감까지 해소할 수 있는 지는 더 생각해볼 일이다.

경유값 인상론이 완전히 '꺼진불'이 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에서 단행된 담뱃값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학습효과는 단단해졌다. 그만큼 가격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도 실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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