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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비하인드 스토리, 트럼프 녹인 '촌철살인 유머'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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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한미 정상회담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그중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 양측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분위기를 ‘영어 농담’으로 일순 바꾼 것이 뒤늦게 전해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3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의 비하인드 스토리의 하나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 테이블의 시각차가 커지는 분위기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의 농담 한마디로 냉랭했던 분위기기 누그러졌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거론하며 양국 무역의 불균형을 지적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교대로 공세에 가담하자 문 대통령은 그런 오해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공동 조사하자는 역제안까지 내놓았다.

미국 측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장하성 정책실장은 한국이 세관 통관에서 미국을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지 않고, 한국 내 독과점 폐해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도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방어막을 쳤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던 때, 장하성 실장이 갑자기 미국 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농담을 던졌고 이내 회담장 내에 웃음이 터졌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늦었지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고 정중히 예의를 차린 장하성 실장은 "제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었는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인지 중단됐다. 중국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다"라고 조크를 던졌다. 사드 문제로 한중 무역에서 막대한 파장이 있는 터에 균형적으로 잘 이행되고 있는 한미 FTA를 문제삼는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는 뼈있는 농담으로 풀이된다.

함께 웃던 로스 상무장관이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제안했다.
이에 장하성 실장이 "미국에서 번역돼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하자 폭소가 더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나도 상호 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번에 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돼서 참 고맙다.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말하면서 대화의 주도권이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는 전언이다.

사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출범 51만일에 가진 첫 정상외교였기에 내각을 구성도 하기 전에 시급한 현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회담을 준비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사드 문제, 북핵 현안에 등 정치, 외교적인 사안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한미 FTA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장하성 정책실장이 한미 무역 문제의 돌발 변수에 대한 ‘현장 대응반장’ 역할까지 맡아야 했던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시시한 한 것을 합의했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히자 바로 장하성 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양 정상의 합의는 없었다”고 재확인하는 등 진화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장하성 실장.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회담장 내에서도 이같이 저서가 중국에서 팔리기도 어렵게 됐다는 현실을 촌철살인의 비유를 끌어내면서도 농담으로 풀어내는 기지가 돋보였던 장하성 실장이다.

이번 비하인드 스토리는 재벌 개혁을 주창하고 일그러진 한국자본주의의 민낯을 파헤쳐온 시민운동가이자 진보 경제학자로서의 장하성 실장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와튼스쿨 동문인 트럼프 대통령이 ‘오 와튼스쿨’이라는 감탄사 속에 ‘똑똑한 분’이라는 공감을 부른 대목이 인상적이다.

정상회담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일희일비하는 외교가 아니다. 같은 해 임기를 시작한 터이고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문 대통령도 5년 임기를 함께할 동반자로서 우애와 공감을 나누는 공조가 중요해진다. 양국의 협력과 성장을 위한 정책의 큰 틀을 잡아나가는 데 참모진 네트워크의 교감도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장하성 실장이 단순히 와튼스쿨 동문으로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든튼한 브레인이라는 첫 인상을 심어준 것도 조그마한 소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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