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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도시재생 뉴딜,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 막는 길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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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인 '50조원대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로드맵을 밝혔다.

지난 4일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출범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첫 발을 뗀 국토부는 ❶ 7월 중에 사업선정 기준과 방법, 공모 지침 등을 공개한 뒤 ❷ 오는 9~10월 지자체별로 사업 공모 접수하고 ❸ 12월말까지 1차 사업지 100개 신규 선정해서 ❹ 내년부터 5년간 50조원의 공적재원 투입해 총 500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취임 후 첫 도시재생 현장 방문지로 충남 천안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 현장'을 찾아 "도시재생은 인구감소와 저성장 추세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 추진 일정을 밝혔다. 또 "낡고 쇠퇴한 도시가 활력 넘치고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지난 4일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구성하고 '매년 100곳씩, 5년간 500곳을 선정해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겠다'는 대통령 공약 이행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김현미 장관은 "이 기획단을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내년도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년 10조원을 투입해 옛 도심과 노후 주거지 등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도시기금 5조원, 공기업 재원 3조원, 국비 2조 원으로 충당한다. 여기에 민간자금도 별도 투입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도시재생 뉴딜’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에 연간 1500억이 투입됐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개발시대의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동네마다 아파트단지 수준의 마을주차장, 어린이집, 무인 택배센터 등의 설치를 지원하겠다. 우리 동네가 달라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현미 장관이 찾은 천안 사업 현장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인구 유출, 상권 쇠퇴가 심해지자 오래된 건물이 밀집된 채 방치됐던 천안 동남구청 일대의 옛도심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나고 있다. 민간자금 2400억원과 국비 60억원 등 총 2702억원이 투입돼 22개의 재생사업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다.

특히 노후 상가를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가와 예술가 등을 위한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청년들에게 싼 임대료로 공간을 빌려준 건물주를 만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따뜻한 재생’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도 ‘따뜻한 둥지’라고 이름 지은 공공임대 상가를 마련해 영세 상인들이 들어가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 과정에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막기 위해 영세 상인들을 위한 공공임대상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아래에 기획총괄과, 지원정책과, 경제거점재생과, 도심재생과, 주거재생과 등 5개 과, 총 44명 규모로 구성된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출범 때도 이같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책 수립을 강조했다. 도시를 되살리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하는 ‘따뜻한 재생’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과정에서 재생 사업에 따른 부동산,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영세상인과 저소득 임차인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주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돼 1960년대 영국의 여성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가 처음으로 도입한 개념이다.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노동자계층 또는 기존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 그 곳이 접점이 되어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은 좋지만 그 곳에 원래 사는 주민과 그 주변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인들이 쫓겨나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함의를 담아내고 있어 유럽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책으로 프랑스 파리의 ‘보호상업가로’ 지정, 영국 런던 쇼디치의 문화예술가 보호 지원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그 과정은 대체로 이렇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곳에 작은 문화 시설, 카페, 식당, 술집, 옷가게 등이 하나둘씩 입점해 장사한다.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몰려들면서 ‘핫 플레이스’가 된다. 이후 SNS 등으로 특화거리, 이색상권 등으로 더욱 주목받게 된다. 이에 따라 외지인들로 건물주들이 많이 바뀌고 상가, 건물 보증금과 월세도 하늘높이 치솟는다. 처음에 문화적, 상업적 분위기를 이끌었던 임차인들은 다른 곳으로 떠밀리게 된다. 대체로 건물주들이 도시개발의 과실을 따먹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2000년대부터 홍대, 삼청동, 서촌, 해방촌, 대학로, 연남동, 상수동 등에서 예술가들과 소상공인들이 자신들이 개척한 공간을 하나둘씩 떠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주목받게 됐다. 홍대 인근에서 창작활동을 벌여온 예술가들이 문래동 철공소 거리로 떠밀려났고, 문래동 인근에 도시개발이 이루어지면 또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막는 방법으로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적, 사회적 제도를 강화하는 것부터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5년 말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종합 대책‘으로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오고 있지만 이미 도시개발이 부작용이 발생한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완화를 위해서는 임대료 통제나 상생협약 체결 같은 미시적인 대책보다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도시개발 뉴딜 사업으로 연간 39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도시재생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지역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며 “주거환경 정비, 상권 기능 회복, 공동체 활성화, 경제 거점 형성 등 지역 여건과 필요에 맞는 재생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발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 성과에 치중하다보면 도시개발 뉴딜에서 소외되고 피해를 보는 주민과 상인들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벌써부터 부동산 전문업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사업인 도시개발 뉴딜에 따른 수혜지를 꼽고 있다. 개발논리로 부동산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전망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세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시개발의 지향점을 확실히 세워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을 수시로 찾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만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지역특성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재생’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다. 지자체, 지역 주민, 전문가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진심으로 협업해 달라.”

김현미 장관이 도시재생사업기획단에 이같이 던진 당부가 실제로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수립과 추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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