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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장화 논란, '소통의 삽질' 대표 되려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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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자유한국당 7.3전당대회는 신선했다. ‘달라질게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체육관을 뛰쳐나왔다.
자유한국당 5행시 짓기에서 쏟아지는 눈총과 비판 속에 새 지도부로 새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전당대회의 파격으로 보여줬다. 전당대회에서에서 꽃술 날리고 꽃다발 주고받는 관행을 탈피하고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이 경기도 남양주 시우리 감자밭으로 달려갔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투표 결과가 생중계돼 감자캐기 봉사 현장에서 당락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소통하고자 한 봉사활동 감자밭에서 탄생한 한국당 새 수장이 홍준표 대표다.

그런 홍준표 대표가 이번엔 ‘황제봉사’ 논란에 휩싸였다.

'홍준표 장화 논란'에 정청래 전 의원이 자신의 SNS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의 장화 싣는 사진을 나란히 올렸다. [사진출처=정청래 전 의원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첫 해외 정상들과의 양자, 다자간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 등 국정현안에 대해 처음으로 여야 대표를 초청한 오찬에 나홀로 불참했던 19일. “들러리 서기 싫다”며 청와대행을 거부한 채 22년 만의 최악의 수해를 입은 충북 지역 수해복구 현장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던 홍준표 대표다.

허나 역풍이 불 줄은 몰랐을 터다. 청주시 한 농장에서 점심 시간 빼고 한 시간 깨진 독에서 된장 덜어내는 삽질로 한 시간 달랑 한 것을 두고 여기저기서 ‘보여주기 봉사 아니냐’는 눈총이 쏟아졌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삽질한다는 말이 엉뚱한 뜻으로 변질된 지 오래지만 오늘 청주 수해현장에서 삽질하고 왔다. 오랜만에 해보는 삽질이라 서툴기 그지없었지만 같이 간 당직자들이 일을 열심히 해주어 흐뭇하기 그지없었다”고 나름 의미를 부여하는 ‘수해현장 방문기’를 전했다.

“청와대 들러리 회담에 참가하기 보다는 수해현장을 찾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한 홍준표 대표는 정작 장화 신고 벗는 사진들이 확산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장화를 신을 때도 벗을 때도 선 채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담긴 장면. 일부 누리꾼들은 장미 대선 당시 유일한 흙수저 출신 대선후보라며 “서민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당시 현장 사진들을 보면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 도시락을 받아 든 홍준표 대표는 보좌관이 돗자리를 까는 동안 기다렸다가 도움을 받으며 장화를 벗었다. 장화 신을 때와 마찬가지로 서서 발만 움직였다. 뒤에서 허리를 잡아주는 관계자도 있었다. 홍준표 대표의 장화를 벗기는데 세 명이 도우미가 나선 셈이다.

한국당 측은 홍 대표가 허리가 불편해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홍준표 장화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정청래의 장화 신는 법’, ‘정청래의 장화 벗는 법’이라는 등의 글로 홍준표 대표의 장화 신고 벗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선 채로 장화를 신기는 사실 어렵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낮은 자세로 걸터앉아 발을 장화에 넣고 손으로 바지를 구겨 넣어야 한다. 이러면 욕도 안 먹는다”고 한 수 지도하면서 말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이어 ‘장화 제대로 신는 법-마무리 편’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앉아서 장화 신는 사진을 홍준표 대표가 서서 장화 신는 사진과 나란히 올렸다. 장화는 '낮은 자세'로 신어야 한다는 요령을 사진으로 대비시켜 확연히 보여준 것이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홍준표 대표가 '한 시간 봉사'에 이어 '황제 장화'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데 대해 자신의 SNS를 통해 "홍준표 장화 사진 논란, 땀 흘리고 장화에 삽질한 꼴"이라며 "장화 하나 때문에 삽질은 온데간데없고 갑질만 남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표가 SNS에 올린 '수해현장 방문기'. [사진출처=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20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도 야당 전,현 대표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홍준표 대표가 통이 큰 사람이기 때문에 갈 것이라고 했었는데 제가 틀렸다”며 “어떻게 됐든 삽질보다는 만나는 게 좋았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도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이야말로 본인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소임을 방기한 채 보여주기식 쇼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치인들의 봉사는 예전부터 대민봉사라는 말로 굳어져왔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듯하다. 체험을 통해 국민들과 아픔을 나누고 불의에 닥친 어려움을 경청하는 그런 노력이 선행돼야 소통하는 봉사가 될 수 있다.

2006년 이맘 때,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민심대장정 속에 찾은 강원도 삼척 도계의 한 탄광에서 직접 채탄작업을 했다. 장화 신고 마스크 쓰고 드릴로 뚫어 석탄을 캐내는 작업. 당시 탄광 측은 역대 어느 정치인들도 갱내 방문에 그쳤지 실제 채굴까지 한 전례가 없었다고 했다. 검은 얼굴에 땀 범벅이 된 손학규 전 지사는 그 덕에 광부들과 스스럼 없이 이야기 꽃을 피우며 민심을 생생히 경청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미 대선 가도에서 대선후보로서 ‘돼지발정제 논란’‘영감탱이 발언’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홍준표 대표. 이번에 말과 글이 아니라 발로서 ‘황제 봉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홍준표 대표의 수해현장 봉사 행보는 수마가 할퀴고 간 피해현장에서 막막한 앞날에 근심인 국민들을 위로하고 보탬이 되는, 땀의 가치를 헤아리는 노동을 통한 ‘소통의 삽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부질없이 헛고생만 한다는 의미의 ‘삽질’로 낙인찍혀 ‘삽질 대표’란 별명이 따라다니지 않으려면 진정성 있는 정치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봐야 할 듯하다. 정청래 전 의원이 말한 ‘낮은 자세’로 장화 신는 법에서부터 배울 수도 있고.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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