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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부자 CEO의 착한 대물림, '갓뚜기' 원천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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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오뚜기가 27~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대화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등 내로라하는 14대 그룹 총수,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청와대의 공개 초청장을 받은 오뚜기에 대한 미담 사례 때문에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초 SNS를 중심으로 오뚜기의 숨겨진 ‘착한 기업’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붙은 ‘갓(God)뚜기’란 애칭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작고한 선대 회장의 지분 상속에 따른 1500억원대 상속세를 꼼수 쓰지 않고 당당히 내겠다고 했고, 심장병 어린이 등을 조용히 후원해왔던 오너 부자의 선행이 입소문을 타면서 누리꾼들과 소비자들은 ‘갓뚜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들과 갖는 첫 공식 간담회.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기업인과의 대화’라는 주제에 맞춰 대형마트 내 시식 판촉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등 비정규직을 거의 없앤 대표적인 사례로서 오뚜기의 초대는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해소 등에서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통햬 폐해가 드러난 정경유착과 편법상속 등의 뿌리깊은 관행에 맞서 윤리경영을 실천한 사례로 토론과정에서 부각될 수 있어 오뚜기의 초대는 신선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다짐 하나로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금빛 찬란한 ‘오뚝이 신화’를 쓴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 진라면 광고에 등장한 게 오뚜기와 소비자들의 최근 접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오뚜기의 진면목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에는 많은 학생들과 청년들이 조문을 와서 눈물을 쏟아내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게 된 심장병 환자들도 많았다.

고 함태호 회장은 10세 이전에 수술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에 안타까워하면서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과 결연, 선청성 심장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해왔다. 지난해까지 4358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매달 5명으로 시작된 수술지원 인원이 현재는 매달 23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또 고 함태호 회장은 1995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오뚜기재단을 통해 4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고, 2009년엔 오뚜기학술상도 제정했다. 오뚜기는 2012년부터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와 손잡고 장애인 재활지원사업도 펼쳐오고 있다.

무엇보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고 함태호 회장의 뜻에 따라 오뚜기는 되도록 선행 사실을 알리지도, 홍보하지도 않았다. 고인은 2015년 오뚜기 주식 3만주를 밀알재단에 기부했고, 별세 사흘 전에는 오뚜기 주식 10만5000주를 오뚜기재단에 증여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00년대 초 노숙자들에게 하루에 토스트 100개를 나눠주며 유명해진 김석봉 석봉토스트 사장이 “오뚜기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에게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을 자서전에 뒤늦게 소개하면서 오뚜기는 나눔을 실천한 ‘착한 자본주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1969년 풍림상사를 세웠던 고 함태호 회장은 국내에 카레제품을 최초로 도입한 뒤 토마토케첩, 마요네즈, 식초, 후추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국내 식품업계의 소리없는 강자로 성장해왔다. 자본력을 앞세운 하인즈 등 다국적 기업의 공세에도 국내 식품을 굳게 지켜낸 경영자로 이름을 알렸다.

아들 함영준 회장도 선친의 윤리경영과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등의 경영철학도 일찌감치 전수받으며 2010년부터 독자경영으로 그것을 실천해왔다. 함영준 회장은 현행법에 따라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지분 3000억원의 50%를 상속세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이 5년 내에 분할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에서부터 프랜차이즈기업까지 경영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자행하는 세태에서 국내 기업 사상 두 번째로 높은 1500억원대의 상속세 100% 납부 선언에 대해 시장과 소비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3년 작고한 고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의 유족이 낸 상속세 1830억원에 다음 가고, 2004년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이 낸 1355억원보다는 많다.

이렇게 성실납세로 투명한 합법 승계를 이룬 오뚜기는 착한 기업 이미지가 덧입혀져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23.2%였던 라면 시장 점유율(유탕면 시장 판매량 기준)이 25.2%로 올라서면서 국내 2위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히트상품이 없는 가운데도 점유율이 오르며 지난해 오뚜기 창립 이후 첫 매출액 2조원까지 돌파한 데는 ‘갓뚜기’ 입소문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라면 시장 1위 농심이 지난해 라면값을 평균 5.5% 올린 것과 달리 오뚜기는 2008년 100원 인상 이후 10년간 라면값을 동결해온 것도 ‘오뚜기 상품 구매운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오뚜기는 아무리 어려워도 협력업체들에게 물품값을 제값에 주기 때문에 먹고 살만하다”는 오뚜기 협력사 측의 증언이 보도되면서 오뚜기의 미담 리스트엔 상생경영까지 추가됐다.

각종 갑질 행태와과 비리 의혹으로 찌든 재계에서 오뚜기는 이렇게 투명하고 따뜻한 리더십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SBSCNBC는 지난 2월 ‘CEO 리더십의 재발견’에서 1위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을 꼽은 바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국내 기업 윤리경영의 지평을 넓혔던 선친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최고경영자로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 으뜸으로 조명받은 것이다.

버금자리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법정관리 위기까지 갔다가 재기에 성공하며 ‘샐러리맨 출신 자수성가 CEO’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직원들이 함께 지켜온 웅진그룹은 윤석금 회장의 투명한 경영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영업맨 출신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가장 많이 판매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던 윤석금 회장은 1980년 직원 7명으로 세운 웅진출판으로 기업을 출발, 2011년 재계 32위까지 올라섰다. 윤 회장은 극동건설의 무리한 인수로 2012년 법정관리를 맞게 되자 알짜 계열사들의 줄매각에다 자신의 자택까지 100억원에 팔아 그룹 회생에 힘을 보탰다.

윤석금 회장은 그런 위기 때문에 오히려 ‘투명 경영’이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웅진그룹 직원 등 연인원 165명을 조사하고 대대적인 회계분석까지 실시하며 윤석근 회장의 개인 비리를 파헤치는데 총력전을 폈다.

그러나 결론은 깨끗했다. 비자금은 물론 분식회계와 세금포탈, 횡령 등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재계에서 ‘털어도 먼지 안 나오는 CEO는 윤석금뿐’이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였다.

계열사 서울저축은행이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서민들에게 책과 정수기를 팔아 성장해온 웅진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을 꼬리 자르기 위해 부도를 낼 수는 없다”고 윤석금 회장이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 “회사가 어렵다면 내 사재를 넣어 저축은행을 살리겠다”며 9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던 윤석금 회장이다.

계열사를 지원해 주주와 채권자 등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만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다른 경영상의 책임이나 개인비리는 다툼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윤석금 회장은 초심을 살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웅진씽크빅으로 그룹 재건을 모색하고 있는데 위기로 인해 투명경영이 빛을 발하게 된 윤 회장이 ‘투명한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국내의 기업경영문화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가치를 사려고 한다. 오뚜기와 웅진이 걸어온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사회적인 가치와 윤리적인 제품를 선호하는 추세에 발맞춰 동행과 상생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간다면 재계 풍토를 변화시키는데도 조그만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4대 그룹과 함께 청와대 ‘상생토론’에 나서는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게 된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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