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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헌 판결 명암, '팔 길이 원칙!'과 '안으로 굽는 팔'?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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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죄 혐의에 대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황병헌 부장판사 판결에 비판이 일고 있다. 황병헌 판사는 공직자들이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의미있는 판결 내용을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권남용을 인정해 징역 3년의 실형, 조윤선 전 장관에겐 직권남용은 무죄, 위증만 유죄로 받아들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황병헌 판사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를 내세워 블랙리스트 작성에 따른 예술가 지원 배제의 심각성과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판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을 언급하며 "지원배제 범행은 이런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예술위 등의 존재 이유를 유명무실하게 했다"고 질타했다. 이 팔 길이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담당 공무원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상관의 명령을 따랐다고 해서 부하 직원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법치주의를 지켜야 할 공무원은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의 위법한 지시보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먼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황병헌 부장판사의 형사합의30부는 "그 과정에서 예술위 임직원이나 문체부 실무 공무원들이 고통을 겪었고, 긍지였던 그들의 직업이 수치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지적한 뒤 "무엇보다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지원 공공성에 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죄 인정한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조윤선 전 정관을 제외한 나머지 6명에 대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상관의 명령이 위법할 경우 그 자체로 직무상 지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하 공무원은 이를 따를 의무가 없다는 판례에 따른 것이다.

‘팔 길이 원칙’은 영국의 예술행정가 존 피크가 ‘예술행정론’에서 역설한 개념으로 정치계와 공무원사회가 지원 대상인 예술가와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원을 빌미로 예술가들을 간섭하기 시작하면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은 1945년부터 이 원칙을 문화예술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잠재력 있는 예술인들을 후원해왔고,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도 이렇게 ‘지원-불간섭’의 기반에서 탄생했다.

공직자 사회에서도 정책 결정과 실행에서 ‘팔 길이 원칙’이 중요해고 있다. 유엔은 전세계 공직자가 지키도록 권고한 행동강령에 '팔 길이 원칙‘을 적시하고 있다. 규제, 조세, 반부패, 문화정책 등의 분야에서 "간섭하지 않는다"와 "중립적으로 행동한다"는 준칙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병헌 부장판사의 재판부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7명 피의자 중 조윤선 전 장관만 직권남용죄만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을 놀라게 하는 판결이 나왔다고 보고, 많은 분들이 실망했을 것이다. 이 판결대로 하자면 조윤선 전 장관은 투명인간이었다”고 황병헌 부장판사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의 위증죄만 인정한 황병헌 판사의 판결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는 판결이 아니냐”라며 “법조인 출신들끼리 이제 봐주고 하는 그런 관계의 의혹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배고픈 라면 도둑은 징역 3년6개월 꼴이고 박근혜 정부의 조데렐라 조윤선은 집행유예 꼴이다. 한국판 장발장 판결 꼴이고 무전유죄 유전무죄 꼴이다. 공동체는 없고 기득권의 대변인 꼴이고 기득권을 비호하는 비호판결 꼴이고 악법의 판사 꼴이다”라고 황병헌 판사의 예전 판결을 견줘가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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