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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가벼움이여!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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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vs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2000년 대 초반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유행어다. 전자는 2000년 한 이동통신사 CF에 나왔던 명대사다. 김민희는 차태현에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고 말하며 제 갈 길을 선언한다. 이 말은 자유연애를 즐기는 청춘들의 금과옥조로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인 2001년 유지태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부르짖으며 열혈 순정파들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 '봄날은 간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사랑은 움직이기도 하고 또는 변하지 않기도 한다. 그 대사들이 유행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청춘들의 사랑풍속도는 얼추 반반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난 1일 유명 연예인들의 잇단 결별 소식을 접하다보면 그 때로부터 16~17년이 흐른 지금 사랑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진 것은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먼저, 걸 그룹 에프터스쿨 출신의 배우 유이(29)와 힙합그룹 M.I.B멤버로 활동하다 올해 1월 그룹 해체 후 솔로 가수 활동 및 예능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강남(30)은 공개 열애 후 18일 만에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달 14일 열애를 인정한 뒤 채 20일도 안 돼 3개월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서로 바빠 소원해져 갈라섰다는 것이 결별의 이유다.

SBS '정글의 법칙'

같은 날, 밴드 그룹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27)과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손연재(23)도 결별을 발표했다. 지난 6월 공개연애를 시작한 이후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최종훈은 최근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 손연재에게 노래를 불러준다고 밝히며 애정을 과시한바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결별 이유는 공개연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을 두고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너무 쉽게 사랑하고 너무 쉽게 이별해 ‘인스턴트 사랑 시대’라는 일각의 비판에는 일견 수긍할 수밖에 없다. 유지태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외침이 공허하기 짝이 없는 현 세태다.

요즘 젊은이들에겐 본격적인 연애로 가는 필수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썸’이라는 것도 그렇다. ‘썸’이라는 명목으로 이리저리 재보고 간을 본다. 그러다 아니면 등을 돌린다. 호감이 있어 만났더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는 ‘썸’이라는 단어로 그 만남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며 그런 행위 자체를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사실 청춘의 사랑뿐만이 아니다. 이보다는 더 중차대한 결혼과 이혼도 마찬가지다.

한 커뮤니티사이트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글이 넘쳐난다. 그것은 자료를 보면 더 한 눈에 들어온다. 이혼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1970년 11,600쌍, 1980년 약 20,000쌍, 1990년 약 40,000쌍이던 데이터가 2000년에 들어서면서 120,000쌍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2003년에는 166,600쌍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며 2015년에는 109,000쌍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인스턴트 만남과 이별 그리고 이혼이 성행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LTE의 초고속 변화무쌍한 시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미래는 극히 불안한 상황에서 정과 의리의 장기적인 관계보다는 이해와 계산의 일시적이면서도 단편적인 관계의 시대로 넘어온 지 오래다. 그러면서 남녀 관계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지기도 했으며 각자의 실리와 이해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고 있기도 하다.

한 전문가는 이성관계는 결혼 여부가 아닌 연애 과정이나 그 속에서 감정을 강조하는 만남 형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결혼보다는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경험을 강조하는 사회 정서가 젊은 사람들의 인스턴트식 사랑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요즘 모바일 채팅이나 SNS 등의 여러 채널을 통해 사람을 접하는 일이 보다 다양해지고 보다 쉬워지면서 깊은 관계보다는 많은 관계를 맺게 되면서 깊이보다는 넓이에 집중하다보니 관계의 질도 가벼워졌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와 영화 등 매스미디어, 유명스타의 말과 행동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관계에는 끈끈한 점성과 지속성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요즘은 패턴이 쉽게 바뀌고 인구 이동도 빨라지면서 점성이 약해지고 있다. 점성이 약해지면 관계의 휘발성이 높아지고, 끈적이는 관계는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여성들의 지위향상이 주된 원인으로 작동한다. 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성역할에 구분이 없어지며 역할의 평등화가 실현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여성들의 지위도 상승되어 가장의 역할을 위한 남성이 아닌 자신과 맞는 상대를 찾게 됐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결혼을 아예 하지 않는 비혼족들도 많이 생기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는 것.

만남과 헤어짐이 너무나도 쉬운 이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무게도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새김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엄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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