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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불운 떨치고 메이저퀸 대관식으로 바꿔놓는 것들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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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그만큼 불운했던 태극낭자도 없었다.

2012년 4월 2일.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목전에 뒀던 김인경. ANA 인스퍼레이션의 전신으로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무대 마지막홀에서 30cm 퍼팅만 성공시키면 LPGA 메이저 퀸에 등극하면서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 ‘호수의 여인’으로 연못에 뛰어들 수 있는 그 순간. 마크도 필요없고 프로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피날레 퍼팅.

하지만 툭 하고 친 공은 운명의 장난처럼 홀컵을 돌아나오고 말았다. 얼굴을 감싸쥔 김인경은 연장에 돌입한 뒤 유선영에게 메이저 크라운을 넘겨주고 말았다. LPGA에서 ‘트라우마’를 말할 때 두고두고 회자되는 김인경의 ‘30cm 퍼팅 악령’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서 김인경(29·한화)은 기어코 메이저 퀸 대관식에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나비스코 악몽 이후 27번째 메이저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을 차지, 나비스코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낸 것이다.

김인경은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김인경은 조디 유워트 셰도프(잉글랜드·16언더파 272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5억4800만원)를 얹은 올 시즌 상금이 마침내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 '불운의 아이콘‘ 김인경, 이제 더는 트라우마 없다

김인경의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제패는 실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김인경은 LPGA 그린에서는 대표적인 ‘불운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이다. 서든데스에서만 5전 5패로 LPGA 투어 연장 최다패를 기록했으니.
통산 25승에 빛나는 골프전설 박세리가 현역 때 연장 불패신화(6전6승)를 썼던 파랑새였지만 김인경의 명운은 그 대척점이었던 것이다. 서희경이 기록한 연장전 4전 4패보다도 더 불운했다.

88둥이인 김인경은 강압적이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국내 분위기가 싫어 17세 때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나 2007년 LPGA 루키 시즌을 맞았다. 그런데 연장 악몽은 그해 웨그먼스 LPGA에서 시작됐다. 로레나 오초아에게 연장에서 밀려 루키 시즌 데뷔승을 놓친 것이다. 2010년 제이미 파 클래식에서는 최나연, 2012년 메이저대회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유선영 등 한국 선수와 서든데스 승부에서 뒷심이 밀렸다. 그 악령은 2013년 기아 클래식, 2014년 포틀랜드 클래식까지도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LPGA 데뷔승은 2008년 10월 롱드럭스챌린지에서 신고하게 된다. 2009년 스테이트팜 클래식에 이어 2010년 로네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까지 3승을 쌓았던 김인경이지만 2012년 ‘나비스코 트라우마’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김인경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김인경의 불교 귀의가 심리적 안정을 갖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스님들과 수행활동을 함께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봉사활동을 통해 승부의 세계에서 지나친 경쟁이 옥죄는 압박감 대신 편안하게 골프를 즐기는 여유를 찾게 된 것이다.

아울러 김인경은 2006년 LPGA 쿼틸파잉스쿨 수석 통과로 얻은 우승 상금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 상금을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꾸준히 나눠왔기에 ‘기부천사’란 애칭을 갖고 있다. 이런 나눔 활동도 자신을 비움으로써 상대적으로 얻는 멘탈 강화효과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트라우마 탈출은 지난해 LPGA무대에서 화두가 됐다. ‘태국의 박세리’로 불리는 에리야 쭈타누깐이 신인왕을 받기는 했지만 2013년 LPGA 혼다 타일랜드에서 2타차 선두에서 마지막날 마지막홀에서 트리플보기로 어이없이 무너져 박인비에게 우승을 내준 뒤 찾아든 트라우마를 3년 만에 극복했던 것이다.

쭈타누깐은 심리상담 끝에 샷을 하기 전 입가를 말아올리며 슬며시 웃는 치유책을 앞세워 승승장구, 지난 시즌 다승왕(5승)에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까지 휩쓸었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도화선으로 미소를 ‘프리 샷 루틴(Pre Shot Routine)’으로 사용한 첫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분히 ‘억지춘향’식의 의식적인 자기 암시책이었다.

김인경은 쭈타누깐과는 결이 다르다. 많은 코치들로부터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 강화해내가는 샷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면의 심리적 안정을 통해 더욱 키워 자연스럽게 그린에 녹여낸 것이다.

김인경은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석권으로 데뷔 11년 만에 메이저 퀸 대관식을 치르면서 공식 인터뷰를 통해 “매우 힘든 기간이었지만 코스 안팎에서 이(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왔다“며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고, 따뜻해지려고 했다. 이는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 ‘제2의 전성기’ 김인경이 징검다리 놓는 LPGA 대기록 도전들

김인경은 그렇게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쭈타누깐처럼 시련을 이겨낸 열매는 달콤하게 연속해서 손아귀에 빨려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6년 만에 통산 4승째를 신고한 것은 예고편이었다. 올해만 3승을 무더기로 쌓아 유소연(2승)을 제치고 다승 부문 선두로 치고 나갔다.

지난 6월 자신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스페셜 올림픽의 후원사 주최의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늘 응원해주는 발달장애우들을 위해서도 뜻깊었다”고 화답했던 김인경은 그 용기를 다음달 마라콘 클래식에서도 우승으로 이어갔다. 6월부터 매달 우승 트로피를 수집해온 무서운 상승세로 볼 때 지난해 쭈타누깐급 다승 퍼레이드에 자신감을 높여주고 있다.

김인경의 도전은 이제 각종 기록에 맞춰지게 된다. 한국선수로선 27번째 메이저 대회 제패이자 14번째 메이커 여왕으로 탄생한 김인경이다. 박세리가 루키시즌인 1998년 메이저 2승을 거둔 이후 20년간 태극낭자군은 모두 84개 대회에서 32%(27승)의 우승 점유율로 미국(24승)에 절대 우위를 이어나가게 됐다.

김인경의 우승으로 한국선수 최다 연속 우승도 4주 연속으로 늘렸다. 슈퍼루키 박성현의 US여자오픈 데뷔 우승부터 김인경~이미향(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김인경으로 이어지는 우승 퍼레이드는 오는 25일 시작되는 캐나디언퍼시픽여자오픈에서 한국골프 사상 최다 5연승 도전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LPGA에서 2006년, 2013년, 2006년에서 기록한 4연승이 종전 최다 연속 우승이다. 

올해 22개 대회 중 한국의 12승째 영광을 안긴 김인경의 우승으로 한국은 2012년(유소연 최나연 신지애), 2013년(박인비 메이저 3관왕), 2015년(박인비 2관왕, 전인지)에 이어 한 시즌 최다 3명의 LPGA 메이저 퀸을 배출했다.

오는 9월 전인지가 디펜딩 챔피언인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다시 태극낭자 우승자를 탄생시키면 한 시즌 최다 4명의 메이저 퀸 신드롬을 일으키게 된다.

이미 위민스 PGA챔피언십 타이틀도 재미동포 대니얼 강이 차지한 터라 그렇게 되면 한국인 핏줄의 한 시즌 메이저 전 대회 석권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위업도 LPGA 역사에 아로새길 수 있게 된다. 이런 대기록 도전에 징검다리를 놓은 김인경의 우승 질주가 있었기에 가능한 꿈이 됐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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