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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 소환된 '광주 민주화 성지' 트집잡기 논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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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11월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광주시민의 안전,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를 제목으로 게시물을 올렸다가 이같이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이철성 경찰청장을 진노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강인철 광주경찰청장은 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뒤 이 게시물을 삭제했으나 나중에 좌천성 인사까지 당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을 낳고 있다.

이같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민주화 성지’ 표현 공박 논란은 7일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게시물이 SNS 상에 오르자 이철성 경찰청장은 다음날 강인철 광주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당신 말이야. 그따위로 해놓고"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광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해당 게시물이 삭제됐다.

강인철 당시 광주경찰청장은 열흘여 뒤 단행된 경찰인사를 통해 지휘관에서 물러나 치안감 승진자가 주로 맡아온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는 내용도 보도에 포함됐다.
광주경찰청의 게시글은 다음날 도심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고 교통 통제에 대한 양해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광주경찰청은 “5.18민주광장에서는 광주 10만 시국촛불 집회가 개최될 예정으로, 금남로와 5.18 민주광장 주변에 교통통제가 예상되오니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도심 혼잡으로 지하철 환풍기에 많은 분들이 올라가시는 일은 절대 없어야 될 것입니다.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고 SNS에 글을 올린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와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플래카드 아래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이 함께 게재됐다. 예상되는 촛불집회로 교통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공지였고, 또 환풍기 추락 사고를 유의해줄 것을 시민들에 당부하는 글이었다.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보여줘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시민혁명의 사례로 꼽히는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시민안전을 위해 애쓰는 노력도 주목받았다. 차별화된 문구에 이런 노력들을 담아낸 SNS 공지글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해 “(강인철 전 청장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고, 경찰청 측도 “광주청이 SNS 글을 올린 경위를 확인해보라는 (이철성 청장) 지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강인철 전 청장은 “이 청장과의 통화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이철성 경찰청장이 임기가 1년 남은 상태에서 교체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유임됐다. 정가에서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에 대해 차분히 대응한 점과 경찰 개혁에 대해 의지를 강하게 밝혀온 점들이 유임배경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경찰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로 꼽혀온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고 직접 고개를 숙였다. 이철성 청장은 경찰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박종철, 이한열 등 희생자와 특히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개혁위원회에도 그동안 경찰에 쓴소리를 마다 하지 않았던 외부인사들도 영입해 새 정부의 경찰개혁 드라이브에 발을 맞춰왔던 이철성 경찰청장이다.

지난해 11월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이 SNS에 올린 해당 글.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하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은 촛불정국에서 광주를 민주화 성지로 표현했다고 해서 딴지를 걸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정권 눈치보기’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경우,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민중지팡이 아니라 적폐지팡이"라고 비난하면서 "'민주화의 성지' 썼다고 격노하면 표현의 억압 반증한 꼴이고 직무상 갑질 꼴이다. 권력 눈치 보며 아부하는 자, 파면하라 꼴이다"라고 평했다.

지난 3일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민주·민생·인권 경찰로의 변화를 강조하며 "경찰개혁의 시작과 끝은 바로 국민"이라고 강조했던 이철성 경찰청장.

그는 논어 학이편에서 '옳은 길을 따르며 스스로를 바르게 한다'는 뜻인 '취도이정(就道而正)'을 인용하면서 "국민안전과 사회질서라는 본연의 임무에 온전히 집중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을 때 비로소 국민들은 경찰에 대한 진정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줄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민주화의 성지’란 표현으로 평화적인 집회와 시민안전을 걱정한 것이 민주 경찰의 본분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철성 청장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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