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눈물 마르도록, '가면 포옹' 현실화처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08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뷰]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라고 절규하시는 그런 부모님들 모습을 봤습니다. 정말 가슴 아프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떤 위로도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님들, 건강을 잃고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피해자분들,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신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가족을 잃은 아픔을 어루만지며 이같이 사과의 말을 전한 뒤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발생 이후 정부를 대표한 현직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처음이다.

야당인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면담하고 정부를 대신해 사과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 최고위원은 “사실 제가 피해자들과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추진했었다. 가습기특위 청문회 과정에서 이분들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껴서 저 나름대로 박 대통령 면담을 추진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순실 정국에서 실현되지 못해서 늘 안타깝고 마음의 빚이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그 빚을 갚아주셨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파를 떠나 국민의 안전을 헤아리고 기업의 잘못만으로 떠넘기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사과하는 공감정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면담에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임성준(14)군과 유가족연대 권은진 대표 등 피해자 가족 대표 15명이 참석했는데 눈물바다로 변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피해자들의 사연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경청한 뒤 피해자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며 위로하는 방식으로 면담이 진행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대부분 문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며 한결같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꼭 해결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을 면담한 자리에서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라며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 발생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환경부가 중심이 돼서 피해자 여러분의 의견을 다시 듣고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특별구제 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에 협력을 요청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고 앞으로 대책 마련에 반영하겠다"며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재발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이 더는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국정과제 입법 추진방안으로 김외숙 법제처장에게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를 막기 위한 내용이 담긴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보고받고 "특히 국정과제 법령안은 입법과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입법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법률안은 살균제와 살충제를 사용하다 벌어질 수 있는 유해한 화학물질 누출 피해를 막기 위해 살생물물질 및 살생물제품에 대한 승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요체로 한다. 기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서 다루던 우려제품 안전관리 사항을 이 법률안에 옮겨 담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 논의된 법적 사안들을 보강한 것이다.

이번 청와대 면담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인 지난 6월 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피해 지원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편지를 낭독하고 전달한데 대한 화답 성격이었다.

당시 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두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는 자신을 ‘죄인’이라고 했다. 그는 “등급이라는 벽은 쉽게 피해자들에게 설명되지 않았고 깨지지 않았으며, 사회적 관심도 이제 이 문제를 떠나려 하고 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체계가 갖추어지길 바란다”며 “꽃보다 예뻤던 저의 아가 밤톨이와 동영이는 실험쥐가 아니고 우리나라가 지켜내야 했던 국민이었다”고 울먹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4단계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으로 아버지를 잃은 한 유족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망자는 1190명, 피해자는 5598명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희생된 3·4단계 사망자 죽음도 억울하다. 국회와 언론조차 3·4단계는 증상이 경미하다 잘못 알고 있다”며 “3·4단계 피해자들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편지 낭독이 끝날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면을 쓴 한 참석자가 그들을 안아주고 절을 하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그리고 두 달 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안아주고 손을 어루만지며 피해구제 재원 확대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약속한 것이다. 아픔을 나눈 소통의 화답이었다.   김민성 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