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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본부장 사퇴거부, 이번엔 매맞는 것으로 버티기?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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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사과는 했지만 사퇴는 없었다.

비난세례에도 꿋꿋이 가겠다고 했다.

11년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희대의 과학논문 조작 사건인 이른바 ‘황우석 사태’ 때 사과 한마디 없이 청와대를 떠났다가 다시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발탁되고나서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아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결코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못박았다.

박기영 본부장은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계 원로, 기관장, 관련 협회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며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치권과 과학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사퇴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 박기영 본부장, ‘황우석 사태’ 사과와 바꾼 사퇴거부?

그러면서 박기영 본부장은 11년 만에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고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박기영 본부장은 "신중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황우석 사태 때부터 그동안 사과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회를 만들지 못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어떠한 처벌도, 어떠한 사과도 없이 2006년 초 조용히 청와대를 나오는 것으로 뭇매 맞는 것을 대신했다는 주장이다.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매 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며 "이후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해 지난 11년간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2006년 초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연구부정행위 조사에서 드러나 보좌관직을 내려놓았지만 공저자였던 서울대, 한양대 교수들과 달리 학교 당국의 징계는 받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에 차관급으로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수장으로 컴백한 박기영 본부장으로서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20조원의 예산 심의·조정 권한을 행사하고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과학기술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 자리를 스스로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날 오전부터 박기영 본부장의 거취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임명 이후 처음 갖는 공식 행사, 그것도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발언으로 볼 때 사과와 사퇴를 바꿔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기영 본부장으로서는 자신에게 ‘주홍글씨’처럼 남겨진 황우석 사태의 책임론에 대해 사과하는 선에서 임명 비판과 자진사퇴 요구 국면을 정면돌파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 정의당 ‘데스노트’도 무색하게 만든 박기영 사퇴 거부

박기영 본부장에게는 이날 오전까지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었다. MBC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논문 조작 사실을 파헤쳤던 한학수 PD는 8일 SNS를 통해 “황금박쥐(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의 일원으로 황우석 교수를 적극적으로 비호했던 인물.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었어야할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더 진실을 가려 참여정부의 몰락에 일조했던 인물”이라고 규정한 뒤 “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물을 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과학계의 슬픔이며, 피땀 흘려 분투하는 이공계의 연구자들에게 재앙"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SNS에 “2005년 11월부터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의 책임자 중 한 명인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임명되었단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내 마음은 매우 복잡하다. 또다시 특정 개인을 공격하게 되다니. 촛불 시민 혁명으로 탄생한 신정부는 아직 첫 걸음마도 다 떼지 못했고 박수치고 격려해도 힘이 달릴 판에 독한 혀를 놀려야 한다. 그러나 하지 않을 수 없다. 진리를 탐구하고 진실이 어둠을 이기는 날만을 기다려온 이 땅의 과학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박기영 본부장을 겨냥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성명에서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를 띄운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내고 "개혁의 대상인 자를 개혁의 주체에 임명했다"며 "박기영 교수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은 한국사회 과학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건강과 대안, 시민과학센터,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9개 단체도 공동 성명을 통해 박기영 본부장의 자질론을 거론하며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박기영 본부장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임명에 반대했다. 과학기술자 단체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도 ‘정말 아니다’라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야권에서도 한결같이 박기영 본부장의 퇴진을 촉구해온 가운데 이날 아침까지도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왜 박기영 본부장이 자리를 지켜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최석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6년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서 내려오기는 했지만, 그해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자문위원으로 다시 위촉되어서, 물의를 빚은 바도 있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박 교수를 철저하게 보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는 학자로서 양심을 지키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 문제를 제기를 했고, 그 전말이 밝혀지면서 진상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제 그들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주역이 된 건데. 그러면 박기영 본부장님은 과연 그들 앞에 당당히 서서, 대한민국 과학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서 선별적으로 찬반을 표해온 정의당은 박기영 본부장을 비토했기에 최석 대변인의 추가 비판 이후 박기영 본부장이 사퇴할 것이냐가 주목을 끌었다.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death note)’. 정의당이 반대한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낙마했다는 것인데 결론은 박기영 본부장만은 그것을 거부한 셈이 됐다. 청와대가 이날 이후 더욱 악화되는 여론 속에서 임명 철회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정의당 데스노트의 효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원내 6석의 5당인 정의당이 그동안 임명에 반대했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자진사퇴했다. 반면 정의당이 빠진 채 야 3당이 사퇴를 요구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임명됐고, 보수 2야당만이 반대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통과됐다.

# 정치인은 못됐지만 임명직에서라도 ‘정무적인 야심’을?

‘촛불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며 여당의 코드와 맞춰온 정의당의 반대조차 무색하게 만든 박기영 본부장의 버티기는 어쩌면 두 번이나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시도했던 다분히 ‘정무적인 야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느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와대를 나온 뒤 행보를 따져보면 과학자라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운 활동을 해왔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박기영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박기영 본부장은 2011년 당시 민주당과 시민단체 간의 야권 대통합을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시민통합당 전남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고 이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두 번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 출범 당시 이낙연 현 국무총리와 전남도당 공동위원장으로도 선출됐다.

2012년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한 뒤 박기영 본부장은 당시 SNS를 통해 대선에 기여해보고 싶었다는 뜻을 술회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박정희 향수가 묻어나는 성장 지향의 과학기술정책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과학사랑에서 출발하는 진정으로 과학자와 과학 자체에 대한 사랑이 담긴 정책을 만들어 내 대선에서 한판 승부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희식 새누리당 과학정책은 소수 과학엘리트에 기반한 대기업 중심의 성장동력 발굴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계에서는 학생들에게 이공계 전공하라고 말을 하기 어렵다. 학위를 받아도 정규직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생물학 전공하라고 말하려면 학생들에게 감언이설 하는 것 같아 말하지 못할 것 같다고 솔직한 고백을 나누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 자기 자식이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자책한다. 이런 상황이면 국가의 혁신역량이 암담해진다는 위기감에서 낸 용기였는데 실패했다”고 비례대표 신청에서 탈락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어쩌면 청와대에서 못다 펴본 꿈이었을 모른다. 정치인이 돼서 그 웅지를 이어가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임명직으로 정부 요직에 앉아 “(노무현 정부에서) 정착되어 가던 과학기술혁신체계가 무너지면서 지난 9년간 기술경쟁력도 많이 떨어졌고, 현장의 연구자들도 많이 실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미련이 남은 뜻을 펴보겠다고 한다.

허나 정치권, 과학계, 시민사회 등의 전방위 사퇴 요구에도 자신의 흠결을 되돌아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박기영 본부장이 과연 그렇게 ‘마이웨이’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한다면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년 전 조용히 물러나는 것으로 매맞는 것을 대신했다면, 이젠 매맞는 것으로 조용히 버티는 것을 대신하겠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까?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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