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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문자'의 민낯, 유려해서 더 서글프다는데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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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장충기 문자’가 일파만파다.

전현직 언론사 기자와 간부, 심지어는 전직 검찰총장까지 삼성그룹 핵심인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전 차장(사장)에게 각종 청탁을 한 사실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드러나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며 사외이사 자리를 부탁하는 언론사 퇴직 간부, 삼성전자 입사에 실패한 아들의 취업을 청탁하는 언론사 전직 간부,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할 테니 협찬액을 늘려달라고 부탁하는 언론사 국장, 여기에 삼성에 다니는 사위가 인도지사로 발령나게 해달라고 민원을 넣는 전 검찰총장.

지난 7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에서 장충기 사장에게 이같이 청탁과 민원 문자 메시지가 보내진 사실을 폭로해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드립니다”, “이 같은 부탁이 무례한 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 등의 표현은 장충기 사장 문자에 담긴 일부 언론인들의 민낮을 드러내주고 있다.

손석희 JTBC 언론부문 사장은 11일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유려해서 더 서글프다”고 표현할 정도로 삼성과 유착된 일부 언론의 행태를 질타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장충기 전 사장의 문자 메시지는 11일 추가로 폭로됐다. 이번에는 장충기 전 사장이 언론사에 청탁을 넣었다는 정황이 보도된 것이다.

시사인은 장충기 전 사장이 MBC에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자 내용에 따르면 장충기 전 사장은 "아들은 어디로 배치받았니?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이 안광한 사장과 mbc 입사 동기라 부탁한 건데 안 사장이 쾌히 특임하겠다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지?"라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장충기 문자’에 대한 추가 폭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날 “‘장충기 문자’의 민낯, 언론의 자정을 바란다”는 제목의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적나라한 문자 메시지 내용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기사로 보답하겠다’는 대목에서는 낯이 뜨거워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은 감시자이며 공기다. 공기로서의 언론이 그 기능을 잃으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사회는 죽어간다”며 “적나라하게 드러난 민낯에 언론 스스로의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 믿는다. 국민들 역시 그저 일부일 뿐이라 믿고 싶다. 차제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언론 스스로의 각성과 자정을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매년 수백억의 혈세를 지원받는 통신사의 핵심보직인사가 대단히 노골적인 방식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사역했다"며 "국민의 혈세를 삼성이라는 일개 대기업 재벌을 위해 남용한, 대단히 우려스러운 사례"라며 비판했다. 이어 “이미 이런 사실은 지난 4월 국정농단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나 노조의 진상규명 요구가 있었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해당 통신사는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은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이번 사태를 ‘장충기 문자게이트’로 규정하며 “삼성과 언론의 추악한 뒷거래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이런 식의 기사 매매와 인사 청탁이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화되어 있을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라고 시사인 단독보도 이후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민언련은 “시간이 갈수록 재벌과 언론이 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인지 확실해지고 있다”면서 “재벌과 언론적폐세력은 아직도 살아남아 한국사회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힐난했다.

언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CBS는 전 간부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자녀 취업 청탁성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회사는 부정한 인사청탁에 전직 CBS 간부가 연루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충기 문자’와 연관 의혹을 받고 있는 언론사에서는 처음으로 유감표현으로 사과한 것이다. CBS는 “회사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CBS 보도국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반성문까지 작성했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협회의 CBS지회 보도국 기자들은 ‘우리부터 통렬히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10일 반성문을 게시했다. 이들 기자들은 “(연루된) A씨가 언론인으로서는 해서 안 될 수치스러운 청탁을 건넬 ‘용기’를 가졌던 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조직 문화와 도덕성 해이의 방증일 것”이라며 “CBS 기자 개개인은 이번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지 성찰하겠다. 독재정권에 굴하지 않고 자본에 맞서 냉철한 기자로 싸우던 CBS 정신이 훼손된 현실을 똑바로 보고 기자윤리와 기자정신을 되살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또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적당히 타협한 적은 없는지, 이런 병폐가 이번 사태의 자양분이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겠다”며 “CBS 기자들은 앞으로 CBS 정신과 원칙이 훼손되는 어떤 일도 완강히 거부할 것을 천명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계하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런데 이같은 ‘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부정한 청탁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아 보인다. 돈이 오갔을 경우 배임중재, 배임수재 등으로 쌍방이 처벌될 수 있지만 단순한 청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장충기 전 사장처럼 청탁을 받는 자가 민간기업의 임원이라 ‘김영란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박영수 특검은 장충기 전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삼성이 평소 언론과 법조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또 삼성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간접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는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판부에 제출된 ‘장충기 문자’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갖고 선고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게 됐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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