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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시신 신고자 보상금소송 패소, '현상금의 사회학'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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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인 2014년 6월 390억대 횡령과 배임, 조세포털 등의 혐의를 받았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자가 정부를 상대로 한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졌다.

법원의 패소 판결 사유는 유병언 전 회장 시신 신고자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로 신고해 당시 유병언 전 회장임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유병언 시신 신고자 A(80)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신고보상금(현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법원은 "현상광고에서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행위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이라며 "'유병언을 신고'하는 행위라고 하기 위해선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라는 점과 그렇게 볼 합리적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신고자가 인지하고 이를 밝혀 수사기관에 제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2014년 6월 12일 심하게 부패된 상태의 시신을 자신의 매실밭에서 발견하고 겨울 옷과 그 곁에 비워진 술병 3개를 본 후 연고가 없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해 112로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로 신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병언 전 회장이라고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현상광고에서 정한 '유병언을 신고'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가 신고 이후 사후적으로 유병언 전 회장 신원이 밝혀졌다고 해도 수사에 따른 결과라는 시각이다. A씨 신고로 따른 단서 등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현상금 지급 대상이 안 된다는 판시다.

현장에서 신고된 시신이 이미 백골화가 진행돼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은 부검과 감정 등의 절차를 통해 한 달 뒤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으로 결론 내렸다. 이후 전남경찰청은 A씨가 변사체를 발견해 신고했을 뿐 유병언 전 회장 시신이라는 언급이 없었다는 사유로 그해 9월 5억원의 현상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A씨는 유병언 전 회장 시신을 발견해 신고함으로써 현상광고에서 정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신고 당시 사체의 신원을 알지 못했다고 해도 유병언 전 회장임이 사후에 확인된 이상 보상금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변사체 신고만으로도 유병언 전 회장 시신임이 박혀져 경찰이 수사를 중단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일일 1억원 이상의 국고손실을 방지했다는 주장을 소장에 담았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범인검거공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다. 범인검거공로자는 ▲ 검거 전에 범인 또는 범인의 소재를 경찰에 신고해 검거하게 하거나, ▲ 범인을 검거해 경찰에 인도하거나, ▲ 범인검거에 적극 협조해 공이 현저한 자를 뜻한다.

당시 경찰은 이 규칙에서 A씨의 경우 유병언 전 회장의 검거에 기여한 정도가 크지 않아 신고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A씨는 범인 검거에 적극 협조해 공이 현저하다는 취지로 제한된 보상액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낸 것이다.

공개 수배자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신고내용에도 특정돼 포함돼야 현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본질적을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결인데 A씨가 이에 불복할 경우 ‘범인 검거 공헌도’ 부분은 상급심에서 쟁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병언 전 회장 시신 신고자 패소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공개 수배자에 대한 현상금 관련 판결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만하다.

2000년 탈주범 신창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현상금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를 불러모은 판결이기 때문이다. 당시 B씨는 탈주범 신창원을 신고했지만 경찰이 연행 도중 놓치는 바람에 현상금 5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현상광고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신고자 B씨에게 현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1999년 1월 전북 익산의 한 호프집에서 신창원을 발견하고 익산경찰서 역전파출소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파출소로 데려가는 도중 놓친 뒤 ‘임의동행하다 놓친 만큼 검거로 볼 수 없다’며 현상금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신창원의 소재를 파악한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연행하는 과정에서 놓쳤으므로 현상 광고에서 내건 '제보로 검거됐을 때'라는 조건이 완성된 것으로 본 것이다.

신창원 현상금 판결과 대조적인 점은 이번 ‘유병언 시신 신고자’는 현상 광고문에 나온 공개 수배자를 특정해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패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유병언 전 회장 현상금은 사실 국내 공개 수배자에 대해 단일 사건으로는 최고액이 걸렸던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현상금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이채롭다. A씨가 결과론적으로 유병언 전 회장 검거 사건을 종료케 하는 데 기여한 일부 공로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수배 초기엔 유병언 전 회장에게 5000만원, 그의 장남 유대균에게는 3000만원의 현상금이 내걸렸다. 하지만 이들의 현상금이 사회적인 파급력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오자 유벙언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한 인천지검은 경찰과 협의해 나중에 현상금을 각각 5억원, 1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당시 유병언 전 회장에 내걸린 5000만원의 현상금은 1990년 화성연쇄살인범에게 걸렸던 금액으로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도록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공분과 파문을 부른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 가격표’도 그만큼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97년 부산교도소를 탈출해 도피행각을 벌이며 144차례나 절도를 이어간 신창원의 최초 현상금은 500만원. 이후 1998년 경찰의 총을 빼앗아 달아났을 때에야 5000만원으로 올랐다. 2003년 9월부터 10개월 동안 부유층 노인과 여성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범' 유영철에게 걸린 현상금도 5000만원이었다., 2008년 8월 여자친구 살해 혐의로 추적을 받다가 검거하던 경찰관 2명을 살해한 이학만에게도 같은 금액이 걸렸다.

이들은 모두 제보로 붙잡혔지만 피의자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현상금도 5000만원이다.

정치, 선거사범의 경우 내부고발자의 신고를 독려한다는 취지에서 2006년 최고 5억원까지 줄 수 있도록 훈령이 개정되기도 했지만 2004년 개정된 경찰청 훈련에는 최고 5000만원으로 남아 있었다.

국민적 공분을 부른 세월호 침몰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병원 전 회장 부자의 현상금을 이례적으로 파격 인상됐지만 ‘유병언 시신 신고자’는 신고요건을 갖추지 못해 첫 억대 현상금 탄생도 일단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골프연습장 여성 납치 살해 사건(검거)이나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살인미수 탈북자(미검거) 등에 대한 현상금도 최고 500만원이 내걸리는 등 하나라도 시급히 재발범죄를 막기 위해 공개수사에 전환한 데 따른 시민제보가 절실해지고 있다. 법 감정에 따른 현상금 상향 조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수사에 기여한 제보에 대한 폭넓은 적용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고액의 현상금이 걸려도 제보의 일부조차 인정받지 못할 경우 사회 안전망이 뚫리는 데 대한 무관심의 구멍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시각에서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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