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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의 난, 정녕 '정유대란' 잔혹사인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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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계란의 난(亂)’이 광복절을 습격했다. 이른바 ‘살충제 계란’이 국내에서도 적발돼 광복절부터 계란 출하가 잠정 중단됐다.

유럽산 살충제 계란의 유입은 아니지만 국내 농가에서도 살충제를 쓴 계란이 나왔다는 점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과 공포는 확산될 조짐이다. 이런 불안감 속에 대형마트 3사와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 많은 유통채널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경기도 남양주시, 광주시 소재 농장의 계란에서 각각 살충제인 피프로닐, 베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돼 광복절 0시부터 전국 농가의 계란 출하를 잠정 중단 조치를 내린 뒤 대형마트 3사는 아예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농협 하나로마트도 가세했고 편의점과 이커머스 유통업체들도 계란 판매 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광복절을 맞아 대형마트에 쇼핑하러 나선 소비자들은 계란 판매 중단에 따라 다라 단백질 대체 식품들을 골라야 했고, 언제까지 식탁에서 계란을 올리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또한 계란 출하 금지로 계란 가격이 치솟지 않을까 우려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3000마리 이상 산란계를 사육하는 대형 농가에 대해서는 17일까지, 나머지 소형 산란계 농가에 대해서는 19일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계란대란’ 사태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불확실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현재 30개들이 특란 기준으로 계란 평균 소매가는 7595원으로, 1년 전 가격보다 42%(2245원)이나 올라 있는 상태다. 전수조사에서 추가로 살충제 계란이 나올 경우 사태 장기화로 계란 수급은 더욱 어려워지게 돼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휘몰아쳤던 ‘정유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에 이어 10월4일 추석에도 계란의 난이 이어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병원 AI 확산으로 사육중인 산란계의 33.5%인 2775만수가 살처분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는 30개들이 계란이 1만원을 넘기도 했고 비상대책으로 계란을 수입까지 해야 했다. 계란 가격이 안정세를 찾는 듯하다가 초여름에도 AI가 재발하면서 계란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오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년 신년 벽두에 AI 불안으로 밀려든 계란대란이 살충제 계란 공포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가장 싸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던 ‘계란의 배반’에 충격을 받을 만도 하다.

지난달 20일 벨기에 보건 당국이 일부 달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뒤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으로 확산됐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홍콩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나올 때만해도 유럽산 계란과 가공식품을 수입하는 데서 살충제 성분이 드러나지 않은 국내는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농가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친환경 사육농가에서 살충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으로 무심코 닭에도 피프로닐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낳고 있다. 등잔밑이 어두웠던 셈이다.

그동안 먹거리에 잔존해 있는 살충제 성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수입 밀가루가 오랜 기간 저장해도 썩지 않고 벌레 한 마리 안 생겨 안전성 문제에서 의심을 받아왔다. 예전에는 여러 살균제와 살충제가 들어갔는데 구아자닌, 데페노코나졸 등의 살균제와 말라티온, 메치오카브 등의 살충제가 대표적이었다.

1993년 미국, 호주산 수입 밀에서 허용 기준치의 132배에 달하는 농약이 검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살충제는 곡물 속으로 침투가 빨라 화학구조상 분해되기도 어려워 인체에 해를 준다. 곡물에 잔류된 이 살충제 성분이 인체에 쌓일 경우 구토, 설사, 두통, 언어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해 물질이다. 외국에서 대단위 농작으로 농약 살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런 살충제 성분의 농약이 씻겨나갈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선적돼 수입된다.

이전과 달리 요즘은 포르말린 등의 훈증제들이 사용되는데 강력한 살균력으로 방부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농약도 안전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새집증후군의 대표적인 물질이 포르말린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은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제거할 때 쓰는 맹독성 물질. 수의학적으로만 사용되는 게 피프로닐이다. 사람이 직접 먹는 식용 가축이나 동물에는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사람이 과량 복용할 경우 간이나 갑상선, 신장 등에서 독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위험하다. 국내에서는 일부 바퀴벌레 살충제 제품에 들어있는 성분이다. 그래서 피프로닐을 닭에 사용하면 피부나 깃털에 묻어있다가 계란에 남아 있을 우려가 커진다.

유럽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살충제 계란이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았어도 계란 가공품은 쿠키나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등 다양한 식품 재료로 쓰이고 있어 살충제 계란 성분 유무까지 표기되지 않은 탓에 수입 가공식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작 국내 친환경 농가에서조차 사용한 살충제로 계란 파문이 공포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은 국내에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농장주에 대한 교육과 안전 지침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없었다면 여전히 살충제 성분이 들어간 계란이 국내에서도 식탁에 계속 오를 수도 있었다고 상상해본다면 사태는 실로 심각한 것이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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