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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광복절 경축사, '한반도 운전대론'과 '책임 보훈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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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결코 ‘코리아 패싱’도 없고, ‘통미봉남’도 없는 우리 민족 간의 대화를 통한 자주적인 해법이 절실하다는 인식.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맞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베를린 구상’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전을 재확인하며 한반도 안보 문제는 동맹국 의존 프레임이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 주도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이 ‘말의 전쟁’으로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격화된 ‘한반도 8월 위기설’ 속에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화적인 해결을 거듭 강조하는 동시에 ‘한반도 정쟁 불가’ 기조 아래 우리가 ‘운전대’를 잡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한반도 운전대론 재천명,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 결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으로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이니셔티브를 강조한 것은 "남북문제의 운전대를 잡겠다"는 베를린 구상의 연장선상이다. 북한이 ‘괌 포위타격’, 미국이 ‘화염과 분노’ ‘예방전쟁’ 등의 말폭탄을 주고받아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남북문제에서 정작 소외될 수 있다는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한 대응시각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반도 내에서 군사행동의 최종 결정권은 한국에 있음을 거듭 공식화함으로써 ‘전쟁 불가론’의 기조를 대외적으로 재천명한 것이다. 이는 선제타격 등 군사옵션으로 공공연하게 대북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향해 일방통행식 군사행동을 불가하다는 결연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커졌다.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군사 열강 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있고 같은 민족의 운명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북한을 향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베를린 구상에 담긴 ‘핵동결 대화 게이트론’을 다시 강조했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며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한·미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거듭 천명해 대화에는 어떤 걸림돌이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군사적 대화, 남북 합의 국회의결 통한 제도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이산가족 등 인도적 협력 재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참가 등을 거듭 제안했다.

# 임청각의 현실, ‘애국’의 출발점이 되는 ‘보훈’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유화적인 스탠스를 취했지만 광복 72주년인 만큼 일본을 향해서는 국제사회 원칙을 소환하면서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역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 인식의 부침이라고 지적하며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원칙에 따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등을 한일관계 회복 조건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올바른 매듭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애국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다”고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해 ‘보훈’에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겠다"며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다짐했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오욕의 이야기가 더 이상 안 나오도록 보훈을 철저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북 안동의 임청각을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 사례로 들었다.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라며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주목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해 철도를 놓았고 이상룡 선생의 후손들은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며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도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임청각 등 독립운동 유적지 및 독립운동가 발굴,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보전, 독립유공자 및 참전유공자 치료 국가 책임, 참전명예수당 인상, 국적 불문 재일동포 고향방문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다”며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애국과 보훈을 국민통합을 위한 새로운 공동체 가치로 정립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지향점이 확연히 나타난 다짐이다.

# 역대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와 견줘보면?

역대 대통령들은 매년 신년 연설과 광복절 경축사에 비중을 두고 안보, 통일, 외교부터 내치 현안에 이르기까지 악센트를 둔 메시지를 많이 담아내왔다. 특히 취임 추 첫 광복절 경축사에는 5년 국정철학을 반영하는 지향점이 담겨 있어 대내외적으로 그만큼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취임 첫 광복절에서 자신의 ‘햇볕정책’ 구상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게 강렬한 인상을 던진 메시지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남북 간 장관, 차관급 대화기구 상설화와 대통령 특사 파견을 제안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이듬해에도 “언제든지 북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햇볕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2000년 6월 마침내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열매를 맺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한 2003년 첫 광복절 때 “경제와 안보를 보다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며 경제의 성공과 함께 자주국방에 방점을 두고 역설했다. 특히 자주국방과 관련해서 “우리의 안보를 언제까지나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생각도 옳지 않다. 자주독립 국가는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과 관련해 6자 회담을 앞두고 있던 터라 ‘한반도 8월 위기설’에 처한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핵문제를 풀지 않고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도 없다”며 “핵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집권 마지막 광복절 기념사에는 임박한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신뢰와 포용’이라는 임기 내 지켜왔던 대북정책을 재확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당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으로 남북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에서 대북 메시지마저 알맹이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히려 기념사 발표에서 ‘건국 60주년’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빚기도 했다. 3년 뒤에야 이 전 대통령은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3단계 평화통일 방안을 광복절 메시지에 담아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 재개협상이 잇따르는 가운데 맞은 2013년 취임 첫 광복절 기념사에서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의하는 등 북한에 적극적인 제안을 던졌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의 DMZ 지뢰 사건이 터지자 광복절 메시지는 “북한은 지뢰도발로 광복 70주년 겨레 염원을 짓밟았다”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고 지난해에도 북한 핵무기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경고가 주조를 이뤘다.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인 뤼순 감독을 하얼빈 감옥을 잘못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 순국한 감옥을 바로잡아줄 것을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해 "우리가 돕고 만들어가겠다"는 강조한 부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동족끼리의 대화는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협상만 고집하는 불합리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우리는 북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19년이 지난 현재도 ‘통미봉남’ 자세를 버리지 않는 북한에 대한 포용 기조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2019년이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쐐기를 박았다. 박 전 대통령이 강조하고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1948년 건국' 논란에 대해 헌법에도 있는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확연히 차별화된 것은 후손들이 받들어야 할 절대선으로서 ‘애국과 보훈’의 가치를 되새기며 제도적인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사상 최초의 궐위선거로 탄생한 대통령이라는 면도 있지만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높이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이라고 강조하며 독립운동에서 발원한 다양한 애국의 숭고한 가치를 보훈으로 받들어 국민통합의 지향점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라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도드라진 대표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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