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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총수 없는 대기업' 촉각, 창업자 이해진에게 위기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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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형 CEO’라는 평을 받아왔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자청해 공정위를 방문해 민간기업에서는 드문 ‘무(無) 총수 대기업’ 지정을 요청한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네이버는 올해 자산 기준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이해진 창업자의 공정위 방문은 네이버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하반기부터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생긴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준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대규모거래, 주식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 시장 감시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놓으면서 국내 사업에서는 손을 뗀 이해진 창업자의 네이버 지분은 4.64%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도 4.98%이다.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주식 10.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만약 네이버가 다음 달로 예상되는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포함될 경우, 이해진 창업자도 총수로 지정될 수 있다. 총수가 되면 가족 등 특수관계인의 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된다.
'총수 없는 대기업'은 포스코, KT&G 등 공기업 태생의 회사가 주로 지정됐으며 민간기업에서 사례는 드물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3월 한성숙 대표 체제를 가동하면서 자신은 유럽, 미주 공략에 집중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실제로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6월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인 라인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조성되는 스타트업 캠퍼스 프로젝트 ‘스테이션 F' 참여 결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나섰다. 유럽과 북미 지역을 오가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분야에 특화된 현지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겨냥한 신수종 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이해진 창업자의 ‘실력주의’ 철학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스타일로 그런 기준을 통과한 한성숙 대표를 믿고 국내 경영을 맡긴 것이다. 네이버와 계열사에는 이해진 창업자의 친인척이 단 한 명도 없어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하다.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회사를 지배하는 행태도 발붙일 수 없는 구조다.

2002년 코스닥 상장 당시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은 7.82%에 불과했는데 이후 네이버 창립 멤버인 김범수·이준호 등이 회사를 떠나면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도 5% 미만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해진 창업자는 이같이 낮은 지분에도 실력주의를 앞세워 다양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영입하고 자신은 이사회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네이버를 키워왔다. 창업 초기엔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가 단독으로 네이버를 이끌기도 했다, 이해진 창업자는 온라인 뉴스가 확장되던 2005~2009년 언론인 출신 최휘영 씨에게 대표직을 맡겼고 이후에는 판사 출신 김상헌 대표 체제로 안정화를 꾀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한성숙 대표 체제 출범을 앞둔 지난 2월 SNS를 통해 “네이버가 한국 경제에 새로운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며 “재벌 회장이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인식돼 왔지만 네이버같은 기업이 새로운 물길을 열어가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분 4%대만으로 네이버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언제든 경영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미래를 개척하는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노력을 통해 불안정한 경영권을 다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금으로 지키는 경영권이 아니라 실력으로 회사의 앞날을 열어나가는 도전은 이해진 창업자가 흔하지 않지만 언론을 통해 부각된 여러 연설 속의 메시지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3월 이해진 창업자는 사내 강연에서 구글, 애플과의 경쟁 상황을 설명하면서 “적의 군대가 철갑선 300척이라면 우리는 목선 10척밖에 되지 않는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집중과 속도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시기에 네이버의 위기를 설명하면서는 이직 사례를 지적했다. 이해진 창업자는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라인을 동시에 상장한 지난해 6월에는 춘천의 네이버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위기의식과 경영철학의 일단을 나타냈다. 이해진 창업자는 "늘 두려운 것은 미국에서 시작한 인터넷 업체들이다. 네이버가 공룡이면 구글은 고질라다. 창업 18년 됐는데 미국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매일 아침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이해진 창업자는 “경영철학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직원들에게 이게 우리회사 비전이다, 철학이다 명쾌하게 얘기한 적이 없다. 3년 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회사가 살아남은 것은 유연했기 때문이다. 비전이 강하면 조직이 딱딱해질 수 있다. 회사는 빠르게 변화해야 하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절박함과 유연성을 가져야 계속 살아남는다는 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생존을 위한 비전은 끊임없이 스스로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고 했던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과연 네이버가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돼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은 국내 IT업계의 얼굴로서 그 스스로 자유롭게 글로벌 투자만을 맡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평을 넓힐 비전을 찾는데 집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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