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승우, 베로나 이적...세리에A서 뛰어넘어야 할 것들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30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뷰] 이승우(19)가 지중해를 건너 ‘칼치오 제국’에 진출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6년 동안 우상 리오넬 메시만 바라보며 대도약을 꿈꿔왔던 이승우의 2막 도전이 펼쳐질 클럽은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골든골을 작렬했던 안정환이 ‘괘씸죄’ 논란으로 페루자에 복귀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이후로 15년 만에 세리에A 무대를 밟는 한국선수가 된다.

스페인 신문 문도 데포르티보는 30일(한국시간) “이승우가 세리에A와 협상을 마쳤다. 베로나가 이적료를 지불한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매체 디 마르지오도 “이승우를 놓고 베로나와 바르셀로나의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승우는 메디컬테스트를 받기 위해 30일 베로나에 온다”고 전했다.

이승우의 헬라스 베로나 이적을 보도한 스페인 언론 문도 데포르티보. [사진출처=문도 데포르티보]

이승우의 이적료는 150만 유로(20억원)이고 계약기간은 4년으로 전해졌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벨기에 클럽, 디 마르지오는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를 막판 경합 후보로 언급했지만 이승우의 베로나행이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번 시즌부터 유럽연합(EU)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 선수 보유가 2명으로 제한되면서 백승호와 함께 바르셀로나B팀에서 뛰던 이승우는 브라질 비치뉴, 온두라스 대표 초코 로사노라는 실전 전력에 밀려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바르셀로나에선 EU시민권 취득을 권했지만 이승우로선 이중국적은 곧 귀화를 뜻하기에 단호히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이승우 측에 직,간접으로 관심을 보이고 접촉했던 클럽은 13개국 20여곳에 달했지만 여름 이적 시장 폐장을 이틀 앞두고 베로나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게 되는 입단 단계에 이르렀다.

이승우의 베로나행에서 주목할 점은 ‘바이백’ 조항이다. 디 마리지오는 바르셀로나가 희망할 경우 이승우를 다시 영입할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2년 내로 적용해 이적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승우가 세리에A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워 성가를 높인다면 우상 메시가 버티고 있는 ‘카탈루냐의 심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안전판은 마련했다. 당초 바르셀로나는 임대를, 이승우 측은 완전 이적을 희망해왔으나 재영입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으로 접점을 찾은 셈이다.

이승우의 이적으로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유소년 이적규정 위반에 따른 1년 출장금지라는 시련과 고난에도 꿋꿋이 의기투합했던 코리안 트리오는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장결희(19)는 지난달 그리스 1부 아스테라스 트리폴리로 이적했고, 이승우와 지난 5월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16강 진출을 함께 이끌었던 백승호(20)는 최근 스페인 지로나와 3년 계약하면서 올 시즌 2군 연합팀인 펠랄라다-지로나B에서 뛰게 된 것이다.

이승우가 입단하는 헬라스 베로나는 창단 114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로나를 연고하는 클럽이다. 베로나는 매년 여름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로 유명한 중세풍의 도시로 인구는 26만명이다.

베로나 클럽이 세리에A에서 스쿠데토를 저지에 새긴 적은 1984-85시즌 한 차례뿐이다. 지난 시즌 세리에B 준우승으로 1부 무대로 승격했다. 전력 보강카드였던 35세 베테랑 안토니오 카사노가 시즌 직전 돌연 은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공격수 수혈이 시급한 상황이었고 젊은 전천후 공격수 이승우를 낙점한 것이다. 베로나는 새 시즌 들어 1무1패로 13위에 처져있다.

이승우가 메디컬 체크를 통과해 31일 베로나와 공식 계약서에 사인한다면 한국선수로는 안정환 이후로 두 번째 세리에A 선수가 된다. 부산에서 ‘테리우스 열풍’으로 K리그 르네상스의 불을 당겼던 안정환은 2000년 세리에A 입성 첫 시즌에 15경기에서 4골 1도움으로 활약했지만 월드컵 직후 방출 논란을 겪은 뒤 일본 J리그로 떠나 ‘저니맨’ 생활로 접어드는 분수령이 되기도 했다. 안정환은 페루자에서 두 시즌 동안 30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다.

이승우가 15년 만에 안정환의 바통을 이어받아 도전할 이탈리아 무대는 최근 북한 선수들도 진출했고 일본 선수들이 남다른 성장 계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비교가 될 수 있다. 북한 선수 2명은 이승우 또래로 세리에B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피오렌티나와 계약했다가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 위반 논란으로 방출됐던 최성혁(19)은 세리에B 페루자에서 뛰고 있다. 한광성(19)도 지난 3월 세리에A 칼리아리에 입단해서 데뷔골까지 넣으며 주목받다가 올 시즌에는 페루자에 임대돼 활약하고 있다.

이승우가 베로나에서 뛰게 되더라도 한일 공격수 신구대결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일본을 대표하는 베테랑 스트라이커 혼다 게이스케(31)가 명문 AC밀란에서 4시즌째 뛰며 91경기에서 11골을 수확했다. 하지만 혼다는 이번 시즌 멕시코 파추카로 건너가 5번째 리그를 맞고 있다.

대신 이승우는 인테르 밀란에서 7시즌째 활약하고 있는 일본 국가대표 수비수 나카모토 유토(31)와 창과 방패 대결을 펼치게 된다. 나카모토는 2010년 베로나처럼 세리에A에 승격한 체세나에 임대로 진출했지만 데뷔 시즌 중도에 인테르로 스카우트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총 197경기에서 11골을 기록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 무대에서만도 24경기에서 2골을 따낸 베테랑 디펜더다.

이승우는 안정환이 정복하지 못한 세리에A 무대에서 일본에 비교우위를 보여야 하는 사명감도 무겁다. 일본축구는 1990년대부터 한국을 뛰어넘는 대도약기를 열었는데 그 힘의 원천은 유럽파였고 세리에A 진출을 중심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한국축구가 박지성을 전후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유럽파의 구심점이 됐던 것처럼, 일본은 세리에A가 '세계축구의 엘도라도'로 불렸던 1990년대부터 미우라 가즈요시(1994~1995년), 나카타 히데토시(1998~2005년), 나카무라 슌스케(2002~2005년), 모리모토 다카유키(2006~2013년), 혼다, 나카모토 등 걸출한 스타들이 이탈리아 무대에서 '거룩한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승우가 한국축구의 얼굴이 됐다. 무엇보다 이승우로서는 이번 베로나 이적이 A대표팀 발탁을 위한 본격적인 도전무대가 열리게 된 것이 의미 있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후베닐A와 2군팀을 오가며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해 국가대표 최연소 발탁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에 절실하게 잠재력을 보여줘야 한다.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도 “잠재력이 있지만 경기에 뛰지 않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더 성장하기 위해서 바르셀로나가 아니더라도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터. 이제 백승호에 이어 이승우도 홀로서기에 나선다. 실로 절실한 도전만이 경쟁력이 되는 때가 왔다.   김민성 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