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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히딩크 진실게임, 애먼 신태용에 후유증은?

  • Editor. 김민성 기자
  • 입력 2017.09.15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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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한국축구에 기여하고자 하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진의가 확인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진실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히딩크 감독 측이 지난 6월 복귀 의사를 축구협회에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어떤 접촉도 없었다”는 반응을 보여온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 측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것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고국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가진 14일, 김호곤 부회장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뒤늦게 공개했다. 거스히딩크재단 노제호 사무총장이 보낸 메시지다.

히딩크 감독이 14일 어떤 형태로든 한국축구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출처=YTN 보도화면]

노 총장은 “부회장님.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국가대표) 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 선임하는데 좋을 듯합니다. 월드컵 본선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듯해서요"라고 보냈다.

김호곤 부회장은 이 문자 메시지를 받은 시점이 6월 19일로 자신이 기술위원장이 되기 일주일 전이라고 밝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뒤 나흘이 지난 당시는 한창 복잡했던 시기여서 내용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김호곤 부회장은 15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시 메시지 내용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감독 제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기에 이 문자 메시지를 그 후로는 잊고 있었다"며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카톡 메시지 한 통으로 제안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기술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노제호 총장이 만나자는 내용으로 두 차례 더 문자를 보내왔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만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이 7월 4일 임명됐고 최종예선 두 경기를 치르고 9회 연속 본선진출을 확정한 지난 5일 YTN이 "한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한국대표팀 감독직 복귀 의사를 갖고 있다는 히딩크 감독 측의 입장을 보도하면서 진실공방이 불거졌다.

김호곤 부회장이 뒤늦게 일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최종예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촉박한 상황에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선수 파악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고려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위기의 한국축구를 살리겠다는 히딩크의 뜻이 기술위에 상정되지도 않고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점에 대해 비판을 나오고 있다. 그 여파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서 청원운동이 일고 있다.

‘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 사퇴서명 운동’ 청원글을 올린 이는 "연락받은 사실 없다고 잡아떼더니 이제 와서 카톡인지 문자인지 받았지만 그런 의도인지 몰랐다?"는 반문으로 축구협회를 비판했다.

이날 히딩크 감독이 그 어떤 식으로든 한국축구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데 호응해 히딩크 감독 복귀를 촉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히딩크 감독을 국대감독으로 추대 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청원에서는 “요즘 축구협회도 방송을 통해 비리 사건이 터졌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6월부터 비공식 채널로 축구협회에 의사를 전달했는데 축구협회는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과연 히딩크 감독이 뭐가 아쉬워 거짓말을 했겠습니까? 비리로 얼룩진 축구협회 간부 말을 국민들이 믿겠습니까?”라고 따져물었다.

또 ‘히딩크 감독도 한국인입니다’라는 제안에서는 “히딩크 감독도 한 명의 한국인입니다. 대한민국 감독직 맡고 싶다고 축구협회에 의사표시 했지만 축구협회는 이를 무시했고 지금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닙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부탁드립니다”라는 요구가 나왔다.

김호곤 부회장을 포함해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히딩크의 제안을 무시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는 ‘히딩크 국가대표 감독 선임 및 축구협회 조사’라는 청원에서도 나왔다. 이 글을 쓴 청원인은 “신태용 감독을 욕하는 게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력이든 타인에 의해서든 월드컵본선 진출을 이뤘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이며 존중합니다”라며 “하지만 예선과 월드컵 본선은 다릅니다. 2014년에 홍명보 전 감독을 통해 봤듯이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라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기에 메이저대회를 여러 차례 경험하고 한국축구를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무급으로도 돕고 싶다는 히딩크 감독님을 선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한국축구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를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렇듯 지도자로서 한국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원하는 히딩크의 의지와 그의 복귀를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축구협회는 히딩크의 경험을 살리는 길이 있음을 강조하며 진실공방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통정리’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한국축구와 우리 축구대표팀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히딩크 감독이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이 어디까지나 내년 본선까지 계약된 사령탑임을 못박고 히딩크는 기술고문이든 기술자문이든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문을 열어둔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히딩크의 기술고문, 기술자문 역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호곤 부회장이 14년 전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었을 때, 2002년 월드컵 4강 달성 이후 대한축구협회 기술자문을 맡았던 히딩크와의 악연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올림픽팀의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당시 김호곤 감독은 단단히 뿔이 나 있었다. 당시 김호곤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과연 축구협회 기술자문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축구에 대해 책임감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귀국 일성으로 비난했다. 히딩크가 네덜란드 올림픽팀과의 친선경기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고, 자신이 맡고 있는 에인트호번 입단을 추진하던 이천수만 따로 불러내 장시간 면담을 해 팀 분위기를 깨뜨렸다고 불만을 쏟아내 당시에 큰 파장을 낳았다.

이같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실패 사례는 또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러시아행만큼이나 가시밭길이었던 1994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서 ‘도하의 기적’으로 본선에 턱걸이한 1호 전임 사령탑 김호 감독을 유임시키면서 그 보완책으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을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옛 소련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비쇼베츠는 1994년 2월 한국에 왔지만 소통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제 역할을 못하다 그래 월드컵 본선 직후 대표팀과 올림픽팀 사령탑을 맡았다.

브라질 등 축구선진국에서는 기술고문에게 감독 위상 못지 않는 파워와 역할이 주어지지만 국내에서는 말 그대로 조언자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작전권을 갖는 국내 지도자들이 외국인 지도자들의 조언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는 축구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히딩크가 대표팀 전담의 기술고문 또는 기술자문을 맡을 경우에도 자칫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허정무 감독이 2010년 남아공에서 첫 원정 월드컵 16강 위업을 달성한 이후 국내 지도자들 사이에선 ‘자강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왔던 터라 세계축구의 흐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자칫 지도철학의 충돌로 이어질 소지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현실에서 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의 경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며 진실공방 사테에서 급한 불을 끄려고 한 립서비스라면 문제가 있다. 정녕 히딩크에게 구체적으로 역할을 맡기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더욱 정교하게 신태용 감독과의 역할관계를 설정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다음달 7일 러시아에서 원정 평가전 때 이번 A매치 성사에 큰 기여를 했던 히딩크 전 러시아대표팀 감독이 초청돼 현장을 찾는다고 한다. 신태용 감독으로선 어색한 만남이 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의 월드컵 본선체제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공언한 대한축구협회가 이번 진실공방에서 후유증을 안 남기려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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