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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영결식, 소방 영웅들에게 받기만 할 것인가?

  • Editor. 김민성 기자
  • 입력 2017.09.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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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그대들의 이름은 신의 축복을 받아도 받아도 부족할/ 아!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방관/ …(중략)…/ 숭고한 죽음 앞에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어찌할 거나/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19일 영원히 떠나는 우리들의 소방 영웅에 바쳐진 헌시에 모두들 오열했다. 남진원 시인의 ‘임의 이름은 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방관’이 낭독되자 강릉시청 대강당은 먹먹한 흐느낌으로 너울졌다.

지난 17일 새벽 강릉 석란정 화재 진화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이영욱 소방경과 고 이호현 소방교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눈물의 영결식은 늘 국민을 구해주기만 했을 뿐 정작 이 사회가 구해주지 못했던 두 소방 영웅들을 그렇게 안타깝게 배웅했다.

고인들과 경포119안전센터에서 동고동락했던 허균 소방사는 울먹이며 조사를 읽어내려갔다. “당신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한스럽고 가슴이 메어 온다. 하늘이 무너졌다. 우리는 평생 죽을 때까지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비통함을 쏟아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과 영원히 이별하는 고인들에게 1계급 특진 추서와 공로장 봉정에 이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강원도청 장으로 눈물의 영결식을 주관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영결사에서 "님들께서 남기신 살신성인의 숭고한 정신과 소방관으로서 보여준 삶의 자세는 남아 있는 모든 소방관들의 표상으로 삼아 나갈 것"이라며 "순직하신 소방관님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추모했다.

정년퇴직을 불과 1년여 앞두고 있었던 이영욱 소방경, 임용된 지 채 1년도 안됐던 이호현 소방교는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서 영원히 잠들게 됐지만, 그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우리 사회의 다짐은 더욱 큰 관심과 지원으로 다져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들의 평안은, 우리들의 안전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임들이 계셨기에 지켜졌다”는 헌시의 외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을 우리 사회가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높아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소방청에 각종 자료를 요청하며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방청으로 받은 ‘구급대원 폭행 및 처분 현황’을 이날 공개하면서 이틀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119구급대원에 대한 폭행 사건의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출동한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621건이나 발생했다.

박남춘 의원은 “이 같은 폭행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처가 가능한 3인 구급대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에도 운전원을 포함해 3인이 출동하도록 돼 있지만 그 비율은 46%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안위의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은 소방관들의 건강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아 전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만840명 소방관 가운데 건강이상자는 2만7803명으로 68.1%에 달했다. 소방관들의 건강이상 판정률은 2012년 47.5%, 2013년 52.5%, 2014년 56.4%, 2015년 62.5%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소방관들의 정신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철호 의원이 별도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7개월간 자살한 소방관이 47명에 달했다. 4년 동안 정신과 진료 및 상담 건수는 무려 10배나 급증했다. 2012년 484건에서 2016년 5087건으로 크게 늘어났고 올해도 7월말 현재로 3898건이나 됐다. 소방청의 ‘소방관 심리평가 조사결과’에서는 연평균 7.8차례 참혹한 현장에 노출되는 소방관들은 심리 질환 유병률이 일반인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이 정작 자신들의 건강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홍철호 의원은 법정 소방보건의가 전국 한 명도 없는 상황을 비판하며 “소방보건의 채용을 준수하고 소방관 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소방복합치유센터 설립 등의 처우 개선과 치료지원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강릉 석란정 화재 희생으로 소방관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전향적인 관심과 지원을 축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방전문병원 추진, 현실적인 안전강화 조치 등에서 얼마나 빠르고 현실적인 변화책이 나올지 주목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틀 뒤 JTBC ‘밥벌이 연구소 잡스’에 가장 존경받고, 신뢰하는 직업 1위로 선정된 ‘소방관’이 조명됐다. 당시 소방관들은 열악한 환경을 이야기하면서도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항상 가는 이유는 우리 때문에 사는 사람이 있어서다. 내가 살려낼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있다. 그 생각 때문에 항상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소방관들은 오늘도 현장으로 뛰어나간다. 자신의 위험과 국민의 생명을 바꾸는데 주저함이 없다. 자신의 건강마저도 천직이라는 사명감과 바꾸는 그들이다. 강릉의 소방 영웅들을 떠나보내면서 그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듬지 못한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할 화두가 분명히 있을 듯싶다.

언제까지 받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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