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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상 변호사의 법률 톡]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 Editor. 곽정일 기자
  • 입력 2017.09.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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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사례

A는 경찰로부터 성범죄 고소장이 접수 되었으니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합석한 여성이 본인을 강간으로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한 A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홀로 수사기관에 가는데….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은 '경찰 수사 → 검찰 수사, 처분 → 재판, 판결'의 절차로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경찰,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와 동행하지 않는다. 변호사는 재판을 할 때만 필요한 사람이니 재판이 시작되면(형사 기소가 되면), 변호사를 선임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영상 변호사.[사진=곽정일 기자]

그러나 이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거나 아니면 막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상대방을 고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범죄를 인지하여 기소할 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들이 자백이 되고 다른 범죄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사건을 진행했던 의뢰인 중 한 분(의사)은 병원이 입주한 건물을 폐쇄하는 등 영업을 방해한 건물주를 고소했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의료법 위반이 밝혀져 기소되자 뒤늦게  필자를 찾아왔다. 불합리한 관행 및 피고인 개인 사정을 최대한 호소해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 냈으나 미리 변호사와 상의를 하지 않은 대가는 너무 컸다.

일반인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므로, 지금 내가 하는 말, 제출한 증거가 나중에 자신의 유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 수 없다. 한참 수사가 진행된 다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변호사를 찾아와도 이미 그 때는 늦다. 법원에서 진술을 번복해도 판사는 수사단계에서 조사받을 때 피고인이 처음 했던 진술이 사실이라는 심증을 갖기 때문이다.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당당히 답변하고 부인하면 되는 게 뭐가 어렵나요?"

생각하는 것은 너무 쉽다. 수사관들이 나의 억울함을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실제 수사를 받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수사가 간단한 질문 몇 개로 끝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조사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동일한 내용을 반복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 수십 개의 질문을 집요하게 물어본다.
 
강간죄로 조사를 받게 된 A씨. 상대방이 성관계 동의를 했는지 묻자 당황해 "처음에는 거부했는데…, 강제로 포옹은 했고. 그 다음에는…, 동의를 한 것으로 생각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더라도 수사관이 나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큰 오산이다. 수사관은 '처음에는 거부','강제로 포옹'이라는 문구에 착안해 당신을 압박하고 결국 자백을 받아낼 것이다. 명백히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나, 고소사실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명백히, 단호하게 부인해야 한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중언부언 말할 필요가 없다. 수사, 재판 절차는 범죄사실이 있는지를 판단할 뿐, 그 날 시간에 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한 마디면 충분하다.

"상대방 역시 성관계에 합의했습니다."

범죄혐의에 대한 단순하고 명확한 부인! 이것이 자기 방어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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