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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투표 '유혈 진통'...스페인 카탈루냐 분리운동 그 속내는?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7.10.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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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두렵지 않다.(No tinc por, no tinc por.)"

지난달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에서 울려 퍼진 함성이다. 전날 바르셀로나와 인근 해변도시 캄브릴스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로 모두 1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빚어진 뒤 열린 범국민적 추도식. 펠레페 6세 국왕,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등 국가지도자들과 시민들이 카탈루냐어로 이같이 외치며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는 연대 의지를 다진 것이다.

‘카탈루냐 독립'을 외치며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도 라호이 총리와 나란히 서서 2004년 191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드리드 배낭폭탄 테러 이후 13년 만에 카탈루냐 중심부로 돌아온 최악의 테러에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손을 맞잡았다.

존 레넌의 ‘이매진’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추모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바친 촛불과 꽃, 인형 등으로 수놓아진 애도의 광장.

50일도 안 돼 그 카탈루냐 광장이 유혈 사태로 얼룩졌다.

1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주도하는 분리·독립 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카탈루냐 주민들과 스페인 경찰들이 유혈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당국 발표로 현지 오후 10시30분 현재 주민 844명과 경찰 3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바르셀로나의 주요 투표소들에서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강제 압수 조치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따르면 2315개 투표소 중 319곳이 스페인 경찰에 의해 봉쇄조치를 당했다. 이날 투표소 곳곳에서는 스페인 경찰이 투표를 지지하는 시위대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쏘며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눈을 크게 다친 주민이 나왔다.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독립 투표를 막기 위해 투표 관련 사이트를 폐쇄하는 조치를 내리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스페인 당국이 하고 있는 것은 터키와 중국, 북한이 하는 것"이라고 항의 서한을 보내 강력 비난했던 푸이그데몬 수반은 스페인 정부의 강제 진압을 규탄하며 주민들이 어느 투표소에서든 유효하니 새로운 미래와 만나는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고 독려했다.
그는 투표 결과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 48시간 이내 ‘독립 선포’를 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스페인 정부는 이번 투표에 대한 위헌 결정을 근거로 공권력을 행사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정부는 제대로 된 투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의 투표 행위가 위법이며 사기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자치정부는 중앙정부의 폭력적인 방해에도 주민 투표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하는 상황이다.

카탈루냐 독립운동 단체 ANC의 리더 조르디 산체스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카탈루냐 정부에 “진실의 순간이 도래했다”며 “우리는 곧 새로운 카탈루냐 국가의 탄생을 보게될 것”이라며 독립 선포를 요구했다.

카탈루냐 독립 투표에 대한 참여의지는 카탈루냐의 자긍심으로 세계적인 명문축구클럽으로 꼽히는 FC바르셀로나가 이날 캄프 누에서 열리는 라스팔마스와 홈경기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도 잘 나타났다. 리그 사무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바르셀로나 구단은 안전을 위해 무관중경기를 진행했다.

스페인 스포르트에 따르면 카탈루냐 독립지지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르셀로나 수비수 피케는 경기 뒤 눈시울을 붉히며 “나는 카탈루냐인이고, 카탈루냐인임을 느낀다. 카탈루냐인임이 자랑스럽다”며 “폭력적인 진압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적으로 독립을 역설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카탈루냐 독립에 대한 투표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15세기 카탈루냐의 뿌리인 아라곤 왕국이 카스티야 왕국과 합병에 의한 국가통일로 지위가 떨어진 뒤 독자적인 언어와 경제력을 앞세워 독립을 요구해왔다. 1714년 스페인 왕위 계승에서 패해 자치권 박탈로 의회와 정치적 자유를 잃었다. 그 300년 뒤인 2014년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분리독립을 묻는 비공식 투표를 실시해 81%의 찬성으로 스페인 탈퇴의 불을 지핀 것도 이런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세기 들어서야 1932년 카탈루냐는 자치권을 회복하고 카탈루냐어도 공용어로 인정받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가이드북이 영어, 스페인어 외에도 카탈루냐어로 발간돼 올림피언들에게 카탈루냐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계기도 됐다. 1939년 파시스트 프랑코 군대에 의해 박탈된 자치권은 1975년 프랑코 정권 붕괴로 회복돼 현재까지 자치정부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런 자치권에 만족하지 못하고 독립을 외치는 실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경제적인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스페인 북동쪽에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는 카탈루냐는 19개 자치정부 중 네 번째로 잘 산다. 영토는 6%이고 인구는 16%(750만명)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출의 25.6%, 외국인투자의 20.7%를 맡고 있다.

세금은 가장 많이 내는데도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은 9.5%에 불과해 피해의식이 켜져왔다. 이후 세금을 낮추고 자치권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중앙정부로부터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자 갈등은 분리 독립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주류인 카스티야인들과 문화, 역사,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가 표면적인 독립이유이고 실질적으로는 예산증대, 절세, 자치권 확대에 초점은 맞춘 분리운동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스페인에서 대표적인 분리주의 운동은 바스크다. 스페인의 북쪽으로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바스크는 인종이나 언어가 스페인이나 프랑스와는 닮지 않은 고립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독립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카탈루냐처럼 GDP도 높지만 이들은 자치권 확대에 그치지 않고 무장투쟁까지 벌이며 완전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카탈루냐가 테러까지 벌이며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바스크와 달리 평화적인 분리운동을 펼치는 것도 진정성 면에서 평가절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를 끊임없이 몰아세우면서 자치권 확대를 통해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자체 재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금융 위기 이후 이같은 독립국가 요구가 거세진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카탈루냐는 실질적으로 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유럽에서 카탈루냐와 비교되는 지역이 스코틀랜드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영국에는 헌법이 없어 일반 법률이나 국제협약을 통해 헌법 기조를 실현해나가는 나라이지만 스페인에는 엄연히 헌법이 존재하며 이번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에 위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주권을 가진 독립국은 아니지만 1707년 연합법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의히에서 의결되면서 ‘유나이티드 킹덤(UK)'이라는 연합왕국을 이루는 구성국으로 광범위한 자치권을 누려왔다. 스코틀랜드는 언제든지 투표를 통해 자체적으로 독립을 결의하되 영국 중앙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면 완전독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페인은 영국보다 지방정부의 자치 권한이 약한 중앙집권 국가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제주특별자치도와 같이 자치권이 특별히 강화된 형태가 카탈루냐 지방정부다. 제주도의 특이한 사투리처럼 카탈루냐어는 독특한데 그게 공용어로도 인정되니 자치권은 제주도보다 훨씬 넓은 것으로 보면 된다.

현행 스페인 헌법은 스코틀랜드와는 달리 카탈루냐인들이 투표로 독립을 의결하는 것은 위헌이고 전체 스페인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해 찬성할 경우에만 카탈루냐 분리독립이 가능하다.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축구에서 라이벌 감정으로 잘 드러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대결은 구원의 역사를 살려내는 축구전쟁으로 유명하다.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의 심장인 바르셀로나와 카스티야의 얼굴인 레알 마드리드 간의 엘클라시코 전쟁이 살아있다.

그래서 이런 앙숙의 감정을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데 활용하고 경제력을 키워나가면서 독립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게 카탈루냐의 분리주의 지향점으로 볼 수 있다. 바스크 분리주의자처럼 무장투쟁을 선택할 경우 국민들의 반발심리와 공권력을 부르는 빌미를 주기 때문에 카탈루냐는 철저히 비폭력적인 분리독립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더욱 어려운 스페인 국가재정에 기여도가 높은 만큼 그것을 인정받아 경제력과 자치권을 키워나가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면서 긴 호흡으로 독립을 추진해나가는 기조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독립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도 힘들고, 주민들도 원치 않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형식 면에서는 스코틀랜드보다는 까다롭지만 내용 면에서는 바스크와는 달리 독립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운동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카탈루냐 독립투표 강행으로 빚어진 유혈 충돌에도 두렵지 않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90%의 찬성률로 전해지는 투표에 담아냈다. ‘10.1 투표’ 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운동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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