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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은퇴에도 '최순실' 끌어댄 악플에 단죄, 그 잔혹사 언제까지?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7.10.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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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오히려 그런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불모지인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개척한 손연재(23)가 지난 3월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비난성 댓글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때마다 악플을 오히려 성취동기로 삼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연재는 “실력으로 더 노력해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으며 악플 세례가 2012, 2016년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상위권으로 도약하는데 자양분이 됐다고 회고한 것이다.

손연재는 받았던 많은 사랑만큼이나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인기를 누린다는 '거품론'부터 '최순실 게이트'에 편승했다는 특혜 의혹까지 코트를 떠나기 직전 겨울마저도 악플은 혹독하게 그를 괴롭혔다.

그래도 모든 것을 잊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손연재는 "안 좋은 시선도 있지만, 사랑을 많이 받았고 관심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경기하는 순간순간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악성 댓글에 상처난 마음을 추스르고 새출발하겠다는 손연재의 얼굴은 환하게 펴졌다.
어디까지나 선수생활 때까지 비난을 관심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는 얘기로 해석됐다.

지난 겨울 해외에서 리듬체조 꿈나무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면서 은퇴 후 인생설계를 했던 손연재는 막상 은퇴 사실이 알려진 뒤 제기된 비방성 의혹에 대해서는 가장 큰 상처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쪽 때문에 리듬체조가 부정부패 종목이 됐다.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는 악플이 올라오자 손연재는 리듬체조 종목까지 싸잡아 공격하는 악의적인 댓글 행태에는 어쩔 수 없이 소속사와 상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마루 코트를 떠나는 순간까지 악플로 손연재의 발목에 생채기를 입힌 네티즌에 대해서는 소속사 차원에서 경찰 고소로 대응했다.

그 결과가 추석을 앞두고 벌금형으로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박나리 판사는 손연재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단 혐의(모욕)로 약식기소된 A(30)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손연재의 은퇴 관련 기사 게시물에 최순실 씨를 지칭하면서 '후원자 빠지니 은퇴코스 밟네. 미적거렸다간 욕만 더 먹고 끝났을 테니'라는 댓글을 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손씨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뉴스에 많이 나와 해당 댓글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가 최순실이냐”“최순실 닮았다”“최순실 같은” 등의 발언으로 최순실 씨를 빗대 상대방에 모욕을 준 혐의로 최근에 3차례나 유죄 판결이 내려진 터. 그래서 이번 벌금형은 최순실 씨를 끌어다 손연재 은퇴 의미까지 깎아내린 '모욕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손연재의 소속사는 지난 2월 18일 시즌 첫 대회로 참가했던 모스크바 그랑프리 출전 대표 선발전에 나가지 않게 됐다며 은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이 손연재와 국정농단의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 씨를 연관짓는 비방성 글과 댓글을 온라인에 대거 올렸다. 이에 손연재 측은 지난 3월 A씨를 포함해 비방 댓글을 단 누리꾼 45명을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당시 손연재 소속사 갤럭시아SM는 "비방 정도가 심했던 일부 네티즌만 고소했다. 손씨는 예전부터 일부 사람들로부터 심한 비난과 악플에 시달려왔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피의 사실이 확정된 일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손연재의 악플 잔혹사는 2014년 5월 40대 남성이 1년 동안 상습적으로 허위 비방글 게재로 집행유예를 받은 데 이어 2015년 11월에는 30대 여성이 벌금형 판결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악의적인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이 여성 B씨는 벌금 100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댓글을 통해 ‘돈연재’로 지칭하고 입상한 성적도 ‘돈으로 심판했다’는 식으로 모두 19차례에 걸쳐 온라인 상에 악플을 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종합 5위, 2016년 리우 올림픽 4위에 오르면 ‘메달 없는 숨은 영웅’으로 한국 리듬체조의 도약을 이끈 손연재.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사상 최초의 개인종합 금메달로 역사를 쓰는 영광을 누렸지만 선수생활 내내 괴롭혔던 악플 악몽을 언제나 깨끗이 지우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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