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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멀티 자책골 충격, 끝까지 빼지 않은 신태용의 대응법

[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한국축구 A매치에선 처음으로 나온 김주영(허베이 화샤)의 멀티 자책골을 포함해 39분 동안 네 골이나 골문이 허물어진 충격패.

월드컵을 치러봤고 또 치를 한국-러시아 간의 격돌은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턱걸이한 뒤 맞은 러시아와의 유럽원정 A매치 평가전은 한국축구 대표팀으로선 본선체제의 출발점이었지만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의 역할 조율 문제도 산뜻하게 매듭지어지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한국 러시아 대결에서 들고나온 스리백 수비라인 장현수(왼쪽부터) 김주영 권경원.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히딩크 감독이 6일 프랑스 칸에서 만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기술 자문 제안을 사양하고 자신이 2002 월드컵 4강을 이끈 한국축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돕겠다”는 수준으로 ‘월드컵 역할론’에 선을 긋자 국내 축구팬들은 술렁였다. 히딩크의 복귀를 위해 청원운동까지 벌였던 누리꾼 지지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한국-러시아 평가전에서 신태용호가 패해야 히딩크가 끝내는 돌아올 수 있다는 강변으로 러시아를 응원하겠다는 '역주행' 움직임까지 나왔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연속 0-0으로 비기면서 본선행에 가까스로 성공한 신태용 감독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가시질 않았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한국축구를 돕겠다고 하는데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무시했다는 논란은 여전히 신태용 감독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돼 왔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한국-러시아 대결 이후 3년 만에 벌어지는 리턴매치에 ‘변형 스리백’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다양한 팀 칼러의 옵션을 입증하고자 했다.

결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 7일 밤(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한국은 2-4로 참패했다. 김주영의 연속 자책골을 포함해 내리 4골을 내주고 전광판이 꺼지기 3분전부터 이청용의 어시스트 능력으로 권경원, 지동원이 뒤늦게 연속골을 터뜨려 영패를 면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에게 프리롤을 부여해 권창훈과 함께 공격 2선을 맡긴 공격에서는 답답증에서 다소 벗어났다. 전원을 해외파로만 소집한 신태용호는 최종예선 막판 레이스와 같은 유효슛 실종 사태에서 벗어나 12차례 날린 슛 중에서 러시아 골문을 향한 유효슛이 6개로 향상된 점이 고무적이다. 복귀한 이청용이 후반 42분과 추가시간에 크로스와 장거리 침투패스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권경원과 복귀한 지동원의 만회골을 연속 끌어낸 것도 성과였다.

하지만 수비 면에서는 최종예선 막판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신태용 감독이 극도로 신경썼다던 빗장수비가 무너졌다. 중앙을 오르내리는 장현수를 중심으로 곽경원과 김주영을 좌우로 포진시켜 스토퍼를 맡게 하는 스리백 수비벽에 중앙수비수 김영권과 공격형미드필더 이청용을 좌우 윙백으로 변신시킨 3-4-3포메이션은 파격적이었지만 러시아가 전열을 정비하면서 되받아치자 모래성처럼 조직력이 무너져 내렸다.

불과 1분 사이에 두 번씩이나 머리를 감싸쥔 수비수 김주영의 연속 자책골은 그 조직력 와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악몽의 사례다. 선취골을 코너킥 상황에서 얻어맞은 뒤 후반 10분에도 코너킥 위기에서 상대의 헤딩슛이 얼떨결에 김주영 몸에 맞고 추가골로 이어진 것은 불운이었다고 쳐도 1분 뒤 김주영이 뻗은 발에 볼이 굴절되면서 문전을 비우고 나오던 골키퍼 김승규가 손도 못 쓰고 얻어맞은 세 번째 골은 방어라인의 붕괴를 보여줬다.

한국 러시아 공중볼 쟁탈전. 히딩크 역할론은 산뜻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그렇다고 김주영의 멀티 자책골을 놓고 일부 누리꾼들이 ‘중국화의 재발’로 일방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책임론이다. 실점들이 마크할 상대를 놓치거나 뒤늦은 압박으로 인한 집중력 문제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독히 운이 따르지 않아 김주영은 보기 드문 멀티 자책골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체로 이렇게 대량실점하는 빌미를 제공할 때 사령탑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깊어지기 전에 교체해줄 것인가, 아니면 계속 신뢰를 보여줌으로써 경기 내에서 충격을 극복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이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김호 감독은 독일에 세 골을 내리 얻어맞은 수문장 최인영을 신예 이운재로 교체해주면서 개인과 팀의 심리적인 회복을 가져와 비록 2-3으로 패했지만 투혼의 대추격전을 펼칠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도 이날 6명을 바꿀 수 있는 평가전이었지만 김주영을 끝까지 피치에 남겨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런 자그마한 신뢰도 팀 워크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뒤늦게나마 2골을 만회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위기를 다시 맞았을 때의 대처법으로 소중한 경험을 남겼다.

김주영로서는 이 멀티 자책골은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주홍글씨처럼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악몽이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한국축구 월드컵 1호 자책골을 기록했고, 박주영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두 번째 자책골을 보태기도 했다. 이들은 자책골 악령을 빨리 떨쳐냈다. 각각 미드필더, 스트라이커라는 포지션 상 자책골 충격을 만회할 공격적인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은 다르다. 월드컵 최다 4회 출전한 한국축구 수비 대들보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조차도 친선무대인 세계올스타전에서 허망하게 맛봤던 자책골 경험이 있다. 문제는 자책골을 기록한 경기의 비중에도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이었던 홍명보의 대를 이을 걸출한 수비 재목으로 꼽혔던 조병국이 숙명의 한일 대결에서 잇따라 맞은 자책골 징크스에 발목 잡혀 대성하지 못한 사례는 김주영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3년 4월 16일 상암벌에서 벌어진 한일 A매치 막판 나가이의 슛이 발 맞고 들어간 뒤 석 달 뒤 일본올림픽대표팀과 격돌에서도 이시카와의 크로스를 막다가 또 자책골을 기록했던 조병국은 이듬해까지 대표팀을 들락날락하다 A매치 11경기 출장에 그쳤다.

한국축구 사상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두 번이나 자책골을 기록하는 악몽이 빚어진 한국-러시아전. 김주영의 연속 자책골로 경기가 끌려가지 피치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신태용 감독.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2015년 2월 미국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뒤 10번째 A매치에서 두 번이나 자책골 충격에 휩싸인 김주영으로선 그 악몽이 평가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심기일전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수비수들에게 자책골은 피할 수 없는 숙명. 선수생활 할 때 늘 따라다니는 이 불청객이 던져준 상처를 빨리 회복하는 길은 팬들의 위로와 격려가 중요하다. 수비 포지션은 누구보다 몸을 먼저 내던지고 희생하는 자리다. 자책골이 두려워 몸을 아끼게 되면 이미 수비수가 아니다. 자책골에 대한 비난보다 그 악운이 싹튼 수비 조직력의 붕괴에 대한 비판이어야 하는 이유다.

1994년 월드컵 미국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뒤 돌아온 조국 콜롬비아에서 총탄에 맞고 유명을 달리했던 에스코바르의 참사는 자책골에 대한 넉넉한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삐그덕거리며 어수선하게 새출발한 신태용호가 수비조직 문제를 뼈저리게 반성토록 해야지 몸을 던진 김주영에게 화풀이하거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식의 비난이 이어진다면 또 하나의 수비 자원을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패도 트라우마도 이겨내는 신태용 감독과 김주영의 회복력이 10일 모로코와 유럽원정 2차전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조승연 기자  webmaster@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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